- 日 소비심리 22개월 연속 악화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전제품 시장 –
- 고령화‧저출산 등으로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기존의 3~4인 가족 대상 제품은 철 지나 –
- 타깃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딱 맞는 ‘인생템’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한 고민 필요 -
□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가전제품의 인기
ㅇ 일본전기공업회(JEMA)에 의하면 일본 가전제품의 2019년 2~3분기(회계연도 기준 상반기) 기준 출하액은 전년대비 5.5% 늘어난 1조380억 엔이었으며, 이로써 과거 10년 사이에 최고 금액을 기록했음.
- 이는 평년 대비 서늘했던 7월을 제외하고는 가전제품의 판매가 전월 대비 증가하는 추세가 1년 이상 지속된 결과였음.
- 특히 소비세 인상 직전인 9월에는 전체 가전제품의 출하액이 전년대비 20.2% 증가한 2385억 엔이었으며 에어컨(30.8%), 냉장고(12.3%), 세탁기(33.0%) 등 고가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졌음.
- 일본의 소비자 심리가 2019년 9월 기준 22개월 연속으로 전월 대비 악화(내각부 통계)된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음.
소비세 인상 전 가전제품 코너의 모습
자료: 일간공업신문
ㅇ JEMA는 가전제품 시장의 활황이 단순히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사재기 현상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진단하고 있으며, 오히려 과거 2014년 소비세 인상 시기와 비교했을 때 판매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고 평가함.
- 이는 소비세가 인상된 10월 이후에도 일본 가전제품 시장의 확장 추세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여줌.
ㅇ 일본 최대 가전제품 전문판매점인 빅카메라에서 일하는 베테랑 영업사원 N 씨는 “예전에는 보너스, 이사, 계절 등 특정 시기에 맞춰서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요즘은 달라졌다”라며, “기계 사용에 친숙한 세대가 늘어나서 그런지 필요한 것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매장을 찾는 분들이 많다”라고 설명함.
□ 가전제품 전성시대, 무엇이 잘 팔리나?
ㅇ 과거 가전제품의 주요 소비자층이 3인 이상의 가족이었다면 최근 일본의 가전제품 업계는 소비자로서의 ‘가족’이 아닌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
- 일본은 한국보다 빨리 출산율 저하 및 고령화가 진행된 사회로 자녀가 없는 부부, 노인 부부, 1인 가구 등 다양한 주거 형태가 일반화돼 있음.
- 기존의 ‘백색가전’의 경우 여러 명의 가족이 공유해야 했기 때문에 크기가 큰 것이 기본이었으나 최근의 가전제품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진화하고 있음.
디자인을 중시한 소형 냉장고
자료: SHARP
ㅇ 품목별(2019년 9월까지의 누적 출하금액 기준)로 살펴봤을 때에는 온풍기, 전기카펫, 가습기 등 겨울용 제품이 전년대비 140% 이상의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음.
- 뒤이어 헤어드라이어, 전동칫솔 등 소형 미용가전도 성장률 115% 내외로 선전했음.
2019년 9월 누적 일본 가전제품별 출하 현황
(단위: 천 대, %, 백만 엔)
자료: JEMA, 일본냉동공조공업회
ㅇ 또한 2019년 상반기(회계연도 기준) 에어컨 판매는 1972년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며, 2020년에도 도쿄 올림픽 특수 등과 맞물려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임.
- KOTRA 나고야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다이킨공업의 관계자 B씨는 “전국적인 폭염의 영향도 있지만 겨울에도 에어컨을 난방 기구로서 사용하는 습관이 퍼져 홋카이도나 도호쿠 지방에서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라고 코멘트함.
- 이 때문에 에어컨 중에서도 난방 기능이 특화돼 가을, 겨울에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거실이 아닌 방에서 사용하기 위한 용도의 중소형 에어컨(룸에어컨)이 유망함.
□ 트렌드 1: 대세는 '나 혼자 산다'! 1인 가구의 눈높이에 맞춰라
ㅇ 앞서 살펴보았듯이 주거의 형태가 점차 변화하면서 1~2명이 사용하는데에 적합한 중소형 가전제품 라인업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음.
- 특히 젊은 층의 경우에는 디자인, 트렌드, 가격 등에 민감한 데 비해 중고 혹은 렌탈 제품에도 거부감이 비교적 적은 등 기존의 소비자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임.
ㅇ 또한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공산품, 기계의 조작 등에 익숙하기 때문에 이전에는 없었던 ‘신상’ 가전제품에도 관심이 많은 편임.
- 이러한 흐름에 따라 새롭게 출시된 로봇 청소기, 스틱형 청소기 등이 붐이 될 수 있었으며 향후 애플리케이션과 연동되거나 AI 기능이 있는 신기술 제품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임.
현재 인기 1위인 iRobot의 로봇 청소기
자료: 価格.com
ㅇ 한편 1~2인 가구(그중에서도 특히 고령층)는 조작이 단순하고 간편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음.
- JEMA에 의하면 최근 오븐, 그릴 등의 부가기능이 없는 ‘단기능(單機能)’ 전자레인지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자레인지는 부가기능이 없는 대신에 가격이 저렴하고 크기도 작은 경우가 많음.
- 이는 직접 요리를 하는 대신 간편 조리식, 편의점 음식 등을 데워먹는 것을 선호하는 1~2인 가구의 수요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됨.
□ 트렌드 2: 돈보다 시간이 중요해! 비싸도 편리한 제품을 찾는 이유
ㅇ 한편 전통적인 가족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최근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등으로 인해 가사에 투입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전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음.
- 이들은 부가기능으로 인해 생활이 편리해진다면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도 선뜻 구매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층으로 볼 수 있음.
ㅇ 가장 대표적인 품목이 식기세척기인데 식기세척기의 2019년 9월 누적 출하액은 약 309억 엔으로 전년대비 113.9% 증가했음.
- 일례로 아쿠아사(중국 하이얼 그룹 산하)의 식기세척기의 경우 출시 4개월 만인 2019년 3월에 매출액이 3.2배로 급증하기도 함.
- 또한 식기세척기는 수입이 가장 많이 늘어난 품목 중 하나인데 2019년 9월 누적 기준 수입 금액이 약 44억 엔으로 전년대비 큰 폭(154.7%)으로 성장함.
주: 주요 제품별 수입 금액 성장률: 전체 102.8%, 냉장고 122.9%, 세탁기 105.9%, 전기 난방 기구 154.9%, 단기능 전자레인지 122.3% 등(자료: JEMA, 경제산업성)
ㅇ 또한 건조 기능이 있는 세탁건조기의 경우도 빨래를 말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2019년 9월 누적 기준의 출하액을 살펴봤을 때 세탁건조기는 전년대비 121.8%의 높은 성장률(보통 세탁기는 112.5%)을 보였음.
- 파나소닉의 드럼식 세탁건조기의 경우 미리 대량의 세제를 넣어두면 빨래를 할 때마다 세탁기가 자동으로 필요한 만큼의 세제를 투입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로 인해 20만 엔 이상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음.
ㅇ 세탁기 분야에서의 또 다른 히트 상품은 히타치가 맞벌이 부부, 액티브 시니어 등을 타깃으로 해 2019년 11월에 출시한 ‘AI 세탁기 빅드럼’으로 38만 엔의 고가임.
- 이 세탁기에 탑재된 인공지능은 수온, 옷의 재질, 옷의 양, 오염 상태, 탈수 상태 등을 감지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춰 ‘똑똑하게’ 빨래를 해줌.
세탁기과 연결된 애플리케이션 화면
자료: 価格.com
- 이를 통해서 세탁기가 적당한 세제의 양을 계량해 자동으로 투입하고 빨래의 오염이 심한 경우에는 세탁 시간을 최대 10분 연장하기도 함.
- 또한 5분 만에 와이셔츠의 냄새를 제거하고 깔끔하게 다려주는 ‘스팀다리미 코스’나 세제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해주는 서비스(2019년 12월 개시 예정) 등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세심한 기능도 준비돼 있음.
(좌) 스팀다리미 코스 전 (우) 스팀다리미 코스 후
자료: 価格.com
□ 트렌드 3: 재미있는 경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다
ㅇ 현지 마케팅 전문가들에 의하면 일본의 소비자들이 기능, 품질 등을 기준으로 제품을 고르는 ‘물건 소비(モノ消費)’에서 나아가 제품 구매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가치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험 소비(コト消費)’를 추구하고 있음.
- 소비자들이 몸소 체험해보는 것을 통해서 재미와 가치를 느끼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일본 전자제품 기업들은 체험형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음.
- 대표적으로 다이슨의 경우 프리미엄 드라이기(5만~6만 엔대)를 온천 여관·호텔 등 고급 숙박시설, 에스테틱 살롱, 요가 학원 등에 무료로 비치 후 기존 드라이기와 비교해서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통해 여심(女心)을 잡았음.
호텔 객실에 비치된 다이슨 드라이기
자료: 킨키 니혼리조트
ㅇ 우리나라에 ‘코끼리 밥솥’으로 잘 알려진 죠지루시의 경우 프리미엄 전기밥솥(10만 엔 이상)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2018년 10월에 ‘죠지루시 식당’을 오사카에서 오픈했음.
- 이전에 죠지루시는 가전제품 판매점에서 밥을 지어 시식회를 열기도 했었으나 경영진은 밥과 반찬을 같이 먹어야만 제대로 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음.
- 이 판단은 제대로 맞아 들어서 현재 식당에서는 100개 한정의 정식 메뉴가 매일 매진되고 있으며, 프로젝트 매니저인 키타무라 아츠코는 “오픈 반 년 만에 5만 명 이상이 다녀갔으며, 이는 기존에 예상한 손님 수의 1.5배”라고 설명함.
100개 한정 메뉴인 죠지루시 정식
자료: 닛케이 XTREND
- 죠지루시는 식당의 레시피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수시로 오프라인 요리 강좌를 개설하는 등 소비자들이 직접 밥솥을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유도하고 있음.
- 이러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호노오마이타키(炎舞炊き) 제품의 매출액(2018년 7월~2019년 5월)은 당초 예상액 대비 20% 가량 초과 달성했으며, 자사의 과거 프리미엄 밥솥 모델과 비교할 경우 매출액이 약 2배 높아짐.
프리미엄 밥솥이 배치된 죠지루시 식당의 전경
자료: 닛케이 XTREND
□ 시사점
ㅇ 한때 ‘백색가전’이라는 카테고리로 뭉뚱 그려서 분류되던 가전제품 시장은 현재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일본에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음.
- 타깃이 될 수 있는 소비자층이 이전보다 다양해졌다는 것은 시장의 규모가 성장했으며, 앞으로도 더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남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함.
- 변화된 시장에서 제품을 차별화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타깃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디자인, 가격대, 부가기능, 유통망 등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임.
ㅇ 2018년 대비 8.23배 매출액이 증가(日 인테리어 잡화점 프랑프랑) 했을 정도로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손풍기’는 정교한 타깃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임.
주: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선풍기라는 의미
- 손풍기는 본래 한국에서는 더위를 쫓기 위한 실용적인 물건이었으나 이를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한 일본의 젊은 층 사이에서 화제를 몰기 시작하면서 2019년 상반기에는 ‘여자 중고교생 유행어’ 중 1위(日 리서치 회사 AMF 조사 결과)를 차지함.
- 일본 기업들은 10~20대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디자인(유명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레이션), 기능(스마트폰 보조 배터리로도 사용 가능), 모양(어깨에 걸어서 두 손을 모두 해방) 등을 조금씩 변주했으며 이로써 손풍기는 일본에서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됐음.
프랑프랑의 감각적인 디스플레이
자료: 닛케이 XTREND
ㅇ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저출산‧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 가전제품 시장에서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경우 한국에서도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됨.
자료: 일본전기공업회(JEMA), 경제산업성, 내각부, 일본경제신문, 닛케이비즈니스, 닛케이트렌디, 닛케이 XTREND, 価格.com 및 KOTRA 나고야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