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이탈...생태계 무너진 군
지난해 제대 군인 '역대 최다'
43%가 20~30대 대위.상사급
'사병만 챙겨 상대적 박탈감'
지난해 군을 떠난 5년 이상 경력의 간부가 처음으로 9000명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단급 규모의 군 간부가 제대를 택한 것이다.
특히 5~10년 경력의 야전 중간 간부 제대자가 43%로 가장 비중이 컸다.
전투력의 근간인 중.상사, 대위급 이하 간부의 유례없는 '탈출 러시와 초급 장교 모집' 미달이 맞물려
군의 간부 인력 수급생태계가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2023년 제대한 장교 및 준.부사관은 9481명이었다.
전년(7639명)보다 24.1% 늘었다.
5~10년 경력의 중기복무 간부 장교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지난 한 해 동안 4061명이 군을 떠났다.
전년(2999명) 대비 35.4% 증가해 군의 인력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 20~30대인 이들 간부는 병사와 현장에서 호흡하며 야전 전투력을 책임지는 핵심 전력이자
고위 간부로 성장할 미래 자원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최근 전방의 육군 기계화보병 사단은 부사관의 줄이탈로 훈련파행은 물론 무기체계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MZ 세대인 중기 복무자들이 군을 떠나는 이유는 최근 2~3년 새 더 벌어진 민간 기업과의 급여차, 열악한 주거 및
근무 환경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내년 150만원으로 오르는 병장 월급은 세금을 뗀 하사 1호급여와 비슷한 수준이다.
공군은 한 부사관은 '지금과 같은 월급을 받으며 일하기보다 전역 후 물류 경비 등의 직업을 찾겠다는 동료가 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중간 간부에 대한 종합관리대택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의식 용인대 군사학과 교수는 '초급 간부 시절 열악한 처우를 버텨낸 중간 간부들이 참다 못해 군을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철오/김동현/김다빈 기자
처참하군...곰팡이 관사에 월급 역차별 '직업군인 희망없다'
사병은 월급 올려주며 챙기면서
사단규모 맞먹는 젊은 간부 이탈
40년 된 관사, 취사도 금지 '최악'
초과근무 수당은 최저임금 수준
실무.현장지휘자 없어 '떔빵 훈련'
업무 과부하에 군 전력 악화 우려
강원 양구군의 한 육군 부대에서 부사관으로 5년간 근무하다 최근 전역한 조모 씨(26)는 '숙소 보일러가 고장 나 겨울내
찬물로 샤워했고, 건강도 나빠지다 보니 정말 군 생활을 계속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군에서 5~10년의 경력을 쌓은 중기복부 위관급 장교와 부사관들이 대거 군을 등지고 있다.
이들은 민간기업과 갈수록 벌어지는 급여와 70년~80년대 주거환경, 상대적 박탈감 등을 주요 사유로 꼽았다.
경직된 군대 문화를 인내하며 진급을 기대하기보다 민간에서 새로운 미래를 찾겠다는 것이다.
'행군 대신 차라리 택배.대리기사'
현직 군 간부들은 업무량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턱없이 작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최근 병장 월급 200만원 공약이 현실화하면서 부사관과 중견 간부 장교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부사관들은 최저임금(9860원) 수준의 초과근무 수당을 받는다.
이들 사이에서 '당직근무, 5분 대기조 근무를 하고 수당을 기대하는 것보단 민간에서 대리 뛰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작년 8월 중사로 전역한 뒤 헬스장 트레이너와 배달업 등을 하는 윤모 씨(29)는 '전역 후 월급이 3배 올랐다'고 했다.
현역 육군 중위 박모 씨(26)는 '오후 3시 반부터 다음 날 아침8시 반까지 당직 근무를 서도 수당은 2만원 가량에 불과한데
사고가 나면 무한책임'이라고 토로했다.
열악한 주거지도 군인들이 군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전국 3157개소(총 6만6009세대)의 군인아파트 중 지은 지 20년이 넘은 곳은 1440개소로 전테의 45.5%에 달한다.
4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도 34곳이나 된다.
초급 간부들은 곰팡이 핀 독신자 숙소, 관사를 배정받는 일도 흔하다.
결혼 예정자와 주택 문제로 갈등을 빚은 끝에 자비를 들여 부대 밖에 집을 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경북에서 근무하는 중위 김씨(27)는 '수년간 독신자 숙소와 관사가 열악하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전방의 숙소 사정은 그나마
개선됐지만, 후방에는 여전히 상태가 나쁜 숙소가 많다'며 '군 조직의 특성상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최근 수년간 병사 처우와 인권이 강조되면서 간부들은 오히려 역차별받는다고 호소한다.
한 부사관은 '부사관은 초급간부로서 분대 등 현장 병사들의 리더라도 교육받았는데, 실상은 사고 때 책임을 지고
전출을 나가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했다.
빈자리에 '인력 품앗이' 훈련
중간 간부들이 대거 군을 떠나면서 부대 현장에서 부작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각종 군사훈련과 경계 작전이 잦은 전방부대에선 남아 있는가눕들이 '업무 과증'을 ㅎ소하고 있다.
기존에 병사.초급장교가 하던 업무를 중견 장교 이상이 해야하는 일이 잦아졌고, 피로 누적으로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해군의 10년 차 한 장교는 '훈련에 필요한 작전 수는 그대로인데 갈수록 병사.부사관이 부족해 배를 띄우기 버거울 지경'이라며 '결국 기존장병들이 출동 횟수를 늘릴 수밖에 없고 남은 이들의 군 생활에 대한 피로와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 부사관의 이탈률이 높은 일선 부대에선 무기체계를 운용할 사람도 부족한 상호아이다.
깅원도의 한 기계화보병사단의 전차의 보직률 (충원율) 60~70% 선에그치고 있다.
최신예 장갑차 기동 훈련을 할 때는 옆 중대에서 포수나 조종수를 빌려오는 '품앗이'까지 빚어지고 있다.
보병 간부가 장갑차 임무를 맡는 '땜빵 훈련'도 잦아졌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중견 간부의 이탈과 전력 약화를 막으려면 획기적인 수준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명곤 한국 국방 연구원은 '병사 복무 대비 장교의 책임 범위는 넓어졌지만, 복지 급여 등 보상 수준은 턱없이 낮다'며
'미군의 경우 정규군 보상을 민간 부문 중윗값(50분위)보다 높은 70분위를 명시적 목표로 설정하고 관리하고 있는데
이런 방안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용현/조철호/안정훈 기자
지원 미달에,,,육군 부사관 충원율 77%
부사관, 군 인력의 4분의 1 차지
'군에 남느니 알바 뛰는 게 낫다'
'임기제 부사관'도 유명무실
국방부의 육군 부사관 채용이 고질적 미달 사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08년 도입된 '전문하사'도 병사들에게 외면 바등며 유명무실해졌다.
군의 허리 격인 부사관 인원이 부족해지며 국군 전력 유지에 '빨간 불'이 커졌다.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사관 보직률은 85.9%를 기록했다.
편재상 100명이 필요하다면 86명만 채운 셈이다.
2022년 육 해 공군은 부사관 1만2596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으나 실제 선발한 인원은 1만837명(86%)에 불과하다.
지원이 저조해 선발 인원 1759명을 못 태웠다.
7500여 명을 뽑아야 하는 육군은 5815명밖에 뽑지 못해 선발률이 77.2%에 그쳤다.
육,해,공 3군 전체 부사관은 약 12만3000명으로 국군 병력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군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부사관 인원에 구멍이 생겨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병사가 군에 남도록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전문하사(임기제 부사관) 제도도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전문하사는 군 복무 기간이 24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되면서 숙련된 인원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2008년 마련됐다.
전문하사가 되면 최소 6개월에서 최대 4년까지 추가로 복무가 가능하다.
그러나 낮은 월급을 바등며 군에 남을 바엔 사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게 더 낫다는 분위기가 퍙배한 탓에
병사들의 지원율이 저조하다.
올해 하사 1호봉 월급은 187만7000원으로, 주 40시간 일했을 때 받는 최저 월급(206만740원)보다 적다.
전문하사 전역자 조모씨(26)는 '제대 후 배달 기사로 일하거나 물류창고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말했다.
병장과 하사의 봉급 차이가 줄어 부사관으로 일할 동기가 약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방부는 올해 병장 월급을 100만원에서 125만원으로 올렸다.
현역 부사관 송모씨(26)는 '일반 병사와 초급 간부의 월급 차이가 크게 줄어들다 보니까 박탈감을 느겼다'고 말했다.
국방부 계획에 따라 수년 안에 병장 월급이 205만원까지 인상되면 부사관 지원자는 더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다빈/정희원 기자
ROTC 소위 임관 역대 최저...서울대 달랑 5명
대학 절반, 후보생 정원도 못채워
특별채용 메리트 줄어든 원인도
'올해 임관 소위 서울대 5명, 고려대 28명, 연세대 34명'
대학 학생군사교육단(ROTC)을 통한 초급 군 간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전국 16개 주요 대학 ROTC 임관 장교가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24일 ROTC중앙회에 따르면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 등
전국 주요 16개대학의 올해 학군단 임관 장교(62기)는 464명에 불과했다.
1961년 2643명(1기)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어랫동안 ROTC는초급장교 양성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4년재 대학 학생이 3~4학년 학기에 군사훈련과 군사학 공부를 하고, 졸업 후 장교로 임관하는 제도다.
임관한 소위의 70%가 ROTC다.
하지만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최근에는 육군 ROTC를 운영하는 대학의 절반은 후보생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육군 학군단을 운영하는 전국 108개 대학 가운데 후보생이 정원에 미달한 학교는 54곳으로 집계됐다.
사라진 혜택과 병사 관리의 어려움 사병 처우 개선 등이 ROTC 급감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ROTC증앙회 관계자는 '책임은 늘었는데 봉급과 혜택이 그대로여서 후보생 기간에 이탈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ROTC는 과거 공공기관 대기업 채용시 가산점이나 특별채용 혜택 등이 주어져 인기가 높았지만
기업들이 혜택을 점점 줄이면서 이점이 사라졌다.
ROTC 출신 중위 홍모씨는 '장기 복무할 생각이 없다면 취업 준비와 진로 고민에 쓸 시간을 희생하는 것이 아깝다는
인식이 많다'고 전했다. 장희원/박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