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Swing)은 뉴올리언스에서 발아한 로컬 음악인 재즈가 미국 전역의 메이저 장르로 부상한 빅밴드 형태의 연주 음악으로 세계 음악 시장을 지배하게 될 미국 대중음악의 거대한 뿌리에 해당한다.
80~90년 전에 성행한 구닥다리 음악이 지금은 생소할 것 같지만 천만에! 원곡자인 이탈리아계 미국인 루이스 프리마의 보컬과 트럼펫 연주 버전이나, 이보다 더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대계 러시아 이민자의 후손인 ‘스윙의 왕’ 베니 굿맨의 빅밴드 오케스트라의 합주 버전은 첫 여덟 마디를 듣는 순간 ‘아, 이거…’ 하고 무릎을 치며 리듬에 몸을 맡기게 되는 마법을 발휘한다.
어릴 적부터 동네 형뻘인 루이 암스트롱의 연주를 듣고 자란 루이스 프리마가 낙천적 흥겨움이 넘치는 'Sing, Sing, Sing' 이 곡을 작곡하고 음반 녹음했을 때가 1936년.
루스벨트 민주당 정권이 2기 뉴딜 정책을 정력적으로 시행하며 1929년 대공황의 어둠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전력을 경주할 때였다.
대공황은 세계 자본주의 블록의 맹주로 자리매김하려던 신생국 미국을 일거에 무너뜨렸고 자본가에서 노동자, 농민까지 삶을 도탄에 빠뜨렸다. 1300만명이 넘는 실업자로 거리는 넘쳐났다.
공화당 후버 정권 바로 뒤에 등장한 민주당 루스벨트 정권은 보수적인 자본주의 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뉴딜'이라고 불리게 되는 전국적인 규모의 연방정부 개입 정책을 밀어붙였고, 이 반(半)사회주의 경제정책은 2차 세계대전을 지나며 미국의 자본주의를 구원하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정책이 된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그 이후의 미국이나 유럽, 아시아 자본주의 국가를 아우르는 굳건한 원칙이 되었다.
뉴딜 정책이 댐이나 도로 같은 사회 간접자본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다. 마이너 중의 마이너인 흑인 예술가들에게도 예술 지원 정책을 폈는데 그 성과가 스윙의 부상에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미국의 지구촌 문화 지배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자, 이제 노래를 부르고 부르며 번화가 나가자….’ 이 끝없는 (소비 찬양의) 낙천성은 곧바로 미국 팝 음악의 승리를 예견하는 하나의 깃발이 되었다.
- 강헌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