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공동체가 이어온 음식이 로컬푸드를 만나 다시 음식문화로 거듭날 때
로컬푸드다움이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지역을 이롭게 하고 지역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지구를 이롭게 하는
행동이지 않을까?
십여 년전에 농촌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안고 지역의 여러 사람과 뜻을 모아 교육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역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리.교육, 텃밭 교육 등 농업과 먹거리와 관련된 다양한 교육을 위해 노력했다.
우리나름대로 슬로푸드의의미를 알려준다고 '피자는 패스트푸드였을까'를 주제로 수업하며 피자를 만들고,
음식의 다양성을 알려주기 위해 동남아 잡채를 만들어 먹는 수업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날, '왜 떡은 안 만들어요?'하는 질문을 받았다.
'아! 우리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낼 만하다고 여겨지는 수업만을 계획했구나.
우리가 우리 음식 문화를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을 외면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몇 해 전 내가 사는 진역의 관광 체험상품 개발 연구 용역을 진행한 적이 있다.
자원 조사를 하면서 **면에 주택이 번성됐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저 우리 지역을 오래전에는 농사지을 땅이 적은 척박한 산악지형일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주막이 번성했다니 우리 지역의 역사가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주막이니 술이 있었겠지만(지금도 이 지역 막걸리는 유명하다) 주막하면 누가 뭐래도 국밥이다.
주막은 정주 인구가 아닌 오가는 사람이 주요 대상이므로 빨리 한 끼를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내어주어야 한다
한식의 국밥은 만드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만들어두기만 하면 빠르게 내어주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기에 빠르게 나온다고 국밥을 패스트푸드라고 말하는 이는 없다.
국물 맛이 진하지 않으면 외면 받는 것이 국밥이다.
지금도 현대판 주막이라고 할 법한 전국 휴게소레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따뜻한 국밥이 많다.
개인적으로 이 연구 용역을 하면서 사회적 맥락에서의 한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연구 용역의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의 메뉴 개발 연구를 하게 되었다.
십여년 전부터 최근까지 농촌 사업을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는 단연코 '로컬푸드'다.
지난 십여년 동안 전국 여러 곳에 로컬푸드 매장이 만들어졌고, 로컬푸드 메뉴들이 수없이 개발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아는 농촌단위 메뉴 개발의 대부분은 특산물을 활용한 서양식 메뉴가 주를 이루고 있고,
심지어 탄소중립요리교실도 서양식 메뉴 일색이다.
음식은 자연환경, 역사와 사회문화, 그에 따른 조리 기술, 그리고 공동체성까지 지역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이것은 한식의 특징이기도 하고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음식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음식이 지역을담는다는 정의의 전제는 '신토불이' 정신이다.
농업의 가장 위협요소가 기후위기가 된시대에 신토불이는 낡은 전제일까?
그렇지 않다.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신토불이를 다시 정의 내려보면 생산과 소비과정의 탄소중립이 될 것이다.
로컬푸드라는 개념이 있음에도 신토불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로컬푸드 관련 활동들이 진짜 로컬의 가치를 담고 있는 길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세금이 투입되는어 문을 연 **지역의 식당은 외국산 수입 도우에 지역의 소고기를 얹은 메뉴를 출시했다.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간단한 지역의 먹거리가 엄청난 탄소발자국을 발생시키는 셈이다.
로컬푸드가 중요한 이유는 지역 농부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 가까운 농산물을 통해 농산물이 생산, 운송,
소비되는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자 함이다.
물리적 거리의 짧음 외애도 로컬푸드는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고 있어야 한다.
지역 공동체가 이어온 음식이 로컬푸드를 만나 다시 음식문화로 거듭날 때 로컬푸드다움이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지역을 이롭게 하고 지역을 이어가는 것이 가장 지구를 이롭게 하는 행동이지 않을까?
박진희 (재)장수군애향교육진흥재단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