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보다 낫다”…
국산 첨단 기술로 무장한 최신 전투기가 뜬다
[박수찬의 軍]
1970년대 한국군 전력증강계획이었던
‘율곡사업’이 시작한 이후
한국은 오랜 기간 방위산업을 육성하며
군사과학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등을 개발하고 내부 장비나
부품 국산화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둔 지상 분야와 달리
항공분야는 전자장비와 엔진을 비롯한 구성품 중
상당수를 선진국에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기술 축적이 이뤄지고
방산수출이 활성화되면서
수입에 의존하던 구성품을
자체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선진국이 독점해왔던 전투기 레이더를 비롯한
핵심 장비도 국산 제품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 공군 FA-50 경공격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제공: 세계일보
◆전투기 ‘눈’도 국내 기술로 제작
LIG넥스원은 지난 2일 대전에서 공군 주관으로 열린
‘2023 공군 민군협력 세미나·전시회’에서
FA-50 경공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해당 레이더는 현재 FA-50에서 쓰이는 이스라엘
엘타 EL/M-2032 기계식 레이더보다 다수 표적을
동시에 추적·탐지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AESA 레이더는 최근 운용되는 전투기에는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전자장비다.
일반적으로 AESA 레이더를 장착한 전투기는
기계식 레이더를 적용한 전투기보다 3~4배의
전투력을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에서도 전투기 도입 시
AESA 레이더 탑재를 요구하는 이유다.
LIG넥스원이 공개한 레이더는 국내 최초로
공랭식을 적용한 전투기용 AESA 레이더다.
KF-21보다 크기가 작은 FA-50은
레이더를 장착할 공간이 그만큼 작다.
레이더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시킬 방법을
적용하면서 전체적인 크기는 최소화하고,
탐지거리와 포착 능력은 뛰어나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제다.
LIG넥스원이 2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공군 민군협력 세미나·전시회’에 참가,
국내 최초 공랭식을 적용한 전투기용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를 공개했다.
LIG넥스원 제공 © 제공: 세계일보
LIG넥스원은 이같은 제약을 공랭식으로 해결했다.
공랭식은 냉각수 공급장치가 불필요하고
전력 소모도 수랭식보다 적다.
여기에 방열 효율을 높이는 기술과 설계를 추가해
냉각 효과를 더욱 높이면서 소형화·경량화를 달성했다.
LIG넥스원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하에
정부예산 약 850억원을 투입해 전투기용 AESA 레이더 핵심기술
응용연구 2건(2006~2013), 시험개발 2건(2014~2021)을 수행했다.
지난 2021년부터 자체적인 투자와 더불어
FA-50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의 협업을 통해
신형 레이더 시제품을 제작했다.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이사는
“FA-50 AESA 레이더 개발 완료를 위해서는
지상 통합 시험 및 FA-50 탑재 비행시험 등
검증을 위한 숙제가 남아 있는데,
업체 자력으로 극복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며
“앞으로 민·관·군 협력과 지원을 통해 ‘FA-50의
진정한 국산화 달성’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선진국에서도 소형 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과거에는 F-16보다 작은 경공격기나 훈련기 등에
AESA 레이더 탑재가 어려웠다.
하지만 전자·소재기술 발달로 레이더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소형화·경량화를 할 수 있게 되어 경전투기와 무인기, 헬기 등에도
AESA 레이더를 장착하려는 사례가 등장하는 모양새다.
KF-21에 탑재되는 AESA 레이더.
세계일보 자료사진 © 제공: 세계일보
FA-50도 한국 공군에 첫 실전배치됐던 2013년
당시에는기계식 레이더로도 국내외 시장에서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었지만,
탐지 및 공격범위 확장 등을 위해서는
AESA 레이더 탑재가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폴란드에 팔릴 FA-50PL에는 미국 레이시온의
최신 소형 AESA 레이더가 쓰일 예정이다.
레이시온은 F-16보다 작은 F-5 전투기나 T-7 훈련기 등에
탑재할 수 있는 팬텀스트라이크 AESA 레이더를 공개한 상태다.
FA-50을 비롯한 경공격기와 무인기 등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무게도 가볍고 비용도 저렴하다는게 레이시온 측의 설명이다.
유럽 레오나르도가 만든 빅센-500E처럼
경전투기나 훈련기 탑재를 위해 개발,
시장에 출시된 레이더도 있다.
하지만 성능 등의 측면에서 국산 레이더도
미국 등 선진국이 개발한 레이더와 비교할 때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산 레이더의 성능과 신뢰성, 내구성이 완전히 검증된다면
FA-50 수출과정에서 레이더에 대한 미국의 기술 통제 문제가
불거질 경우 국산 레이더가 주목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 공군 지상요원들이 F-16 전투기에 탑재된
AESA 레이더를 꺼내 살펴보고 있다.
미 공군 제공 © 제공: 세계일보
◆방산업계, 공군력 증강 도울 신기술 공개
공군이 지난 2일 개최한 ‘2023 공군 민군협력 세미나·전시회’에는
AESA 레이더 외에도 FA-50이나 KF-21에 쓰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다수 소개됐다.
풍산은 성능과 안전성을 높인 20㎜ 기관포탄을 제안했다.
현재 공군 F-15, F-16, F-4 전투기에는
M61A1 20㎜ 기관포가 탑재되어 있다.
이 기관포는 KM246, KM56A3 고폭소이탄을 사용한다.
신관이 작동하면 고폭화약을 폭발시켜
파편을 형성해 표적을 타격하게 된다.
하지만 취급 및 저장 조건에 따라 위험도가 높아진다.
미 공군에서도 F-16 기관포 내에서 탄약이 폭발한 사례가 있다.
풍산이 제안하는 20㎜ FAP 탄약은 신관과 고폭화약이 없어도
관통 및 파편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안전성을 강화한다.
미 공군 지상요원들이 20㎜ 기관포탄을 포장하고 있다.
미 공군 제공 © 제공: 세계일보
풍산은 지난 2016~2018년
신개념기술시험(ACTD) 사업 형태로
해군 호위함 탑재 20㎜ 근접방어체계(CIWS)에 쓰이는
K169 관통 파편탄을 개발했다.
고폭 화약을 사용하지 않고도 고폭탄과 동등한
수준의 파괴 효과를 낼 수 있다.
풍산은 “선진국에서는 전술적 우위 확보와
사용자 안전 차원에서 FAP 탄약을 개발하고 있다”며
“KF-21 전투기 운용과 수출을 고려하면
20㎜ FAP 탄약 개발이 필요하다.
K169 개발을 통해 확보된 기술을 바탕으로
고폭 화약 없이 파편 효과를 내는
20㎜ 기관포 탄약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LIG 넥스원은 FA-50과 KF-21에 탑재되는
한국형유도폭탄(KGGB) 운용을 개선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KGGB는 노후 기종인 F-4, F-5 전투기에서의 운용을 고려해
PDU(Pilot Display Unit)라고 명명된 휴대 단말기를 조작해
투하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전투기 시스템에 체계통합이 되지 않아
임무계획장비와는 별개의 KGGB 임무계획장비를 사용하고
PDU에 입력을 해야 한다.
이는 전투기와 KGGB 간 정보 공유를 저해해
지상공격의 유연성을 낮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 공군 FA-50 경공격기와
미 공군 A-10 공격기들이 함께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 제공: 세계일보
KF-21은 KGGB에 있는 전용 통신장비를 내장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조종사는 대화면지시기(LAD)를 통해
KGGB의 상태를 실시간 파악하고 지상공격작전에 활용할 수 있다.
LIG넥스원은 이같은 개념을 FA-50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FA-50의 무장장착대에
전용 통신장비인 KIU(KGGB Interface Unit)을 장착,
항공기 임무컴퓨터와 KGGB 간에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최대 4개의 KGGB를 운용할 수 있다.
이같은 제안이 실현되면 FA-50 조종사는
임무계획장비에 임무계획을 저장할 때
KGGB를 함께 고려할 수 있게 된다.
훈련 과정에서 모의투하훈련도 가능하다.
비상탈출 시 조종사 안전을 보장하고,
PDU를 사용함으로서 발생하는 시야 이동도 사라진다.
이스라엘 업체들은 항공기와 순항미사일 등을
조기에 포착해 대응시간을 단축시키는 ELM-2083 레이더,
주야간 표적식별장치인 라이트닝 포드를 소개했다.
이밖에도 다수의 업체가
드론 방호 기술과 야간투시경 등을 제안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