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감만부두의 화물을 나르는 트레일러 운전사 김모(48) 씨는 지난 10월 한 달간 320만 원을 벌었지만 420만 원을 지출했다. 화물차 할부금 200만 원은 납부할 여유조차 없다. 김 씨가 밤잠을 설치며 일해도 손해를 보는 이유는 '불법 다단계 알선' 때문이다. 화주가 부산~서울 운송에 지불하는 비용은 평균 80만 원이지만 3~4단계의 알선 과정을 거치고 나면 고작 40만~45만 원이 수중에 떨어진다. 다단계 알선 철폐는 화물연대 파업의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부산시가 운송시장의 고질병인 다단계 알선을 근절하기 위해 '화물차 정보화센터'를 설립한다. 화주가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대기 중인 화물차를 보내주는 '공공 알선자'가 출범하는 것이다. 고객이 부르면 택시를 보내주는 부산의 브랜드택시 '등대콜'과 비슷한 모형이다.
부산시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 정부가 약속한 불법 다단계 알선을 척결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화물차 정보화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며 "내년 상반기 부산발전연구원에 의뢰한 모형 연구결과가 나오면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고 23일 밝혔다.
화물 알선은 내비게이션을 통해 이뤄진다. 화주가 의뢰한 화물 정보를 화물차 운전자의 내비게이션으로 보내 서로 가격 협상을 하는 식이다. 부산시는 우선 내년에 용달(1t 이하) 3500대와 개별(1t 초과~5t 미만) 3500대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에 나서고, 2010년에는 컨테이너 운송 트레일러를 비롯한 모든 화물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보화센터가 활성화되면 왜곡된 화물운송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화물차 운전자들도 알선업자에게 주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기 때문에 30% 이상의 임금 상승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부산시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