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아침 최저 기온이 2도라고 하나 중산간 지역이라 송당리 인근에 자리한
안돌 밧돌 오름 입구에는 얼음이 꽁꽁 얼고 서릿발이 바삭거린다. 게다가 바람마저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를 한참 밑도는 것 같다. 예상한데로 참석률이 저조하다. 여학생은 강나루 혼자 달랑 참가하여
홍일점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러나 오늘의 톱뉴스는 선달의 참석이다. 지난 5월 이후 건강에 문제가
있어 오름에 발길을 끊었던 선달이 오늘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이렇게 추운날.
이제 선달의 참석으로 우리 C오동에 웃음이 넘칠 것이다.
추운 날일수록 산에 오르기 전에 몸을 푸는 것이 필요하다. 장갑을 끼었지만 죽도를 잡은 손이
매섭게 시리다. 그러나 우리는 '머릿' 기합소리도 우렁차게 죽도를 내려친다. 밤 사이 내린 눈이
길가에 쌓여있고 얼음이 언 진창도 보인다. 십여분 몸을 푼 후 운공이 가져온 따뜻한 커피를 마
시니 얼었던 몸이 스스르 녹는다.
경주김씨의 호화로운 가족묘지를 지나 안돌을 먼저 오르려 했으나 가시덤불과 인공인지 자연인지
모를 거대한 水路 때문에 건널 수 없어 재작년에 올랐던 밧돌 가는 길로 올랐다. 안돌이나 밧돌은
굼부리를 제외하고는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오름이다. 이따금 자라는 소나무도 베어내어 일부러
나무가 없는 오름을 만드는 것 같다.
오름을 오르다 잠간 숨을 돌리려고 멈춰 섰다. 뒤를 돌아보니 주변의 오름들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높은오름과 동거미 백약이 좌보미 등이 산뜻한 모습으로 줄을 지어 서있다. 바로 뒤에 보이는 것이
안돌오름이다. 밧돌오름은 동북쪽으로 내려서 굼부리를 돌아 다시 올랐다. 북쪽으로는 찬바람이
심하게 불어 걷기가 힘들 정도다.
밧돌을 내려와 안돌의 경계지점에 있는 나무 틈에 자리를 잡았다. 여기가 아니고는 도저히 쉴 곳을
찾기가 힘들 듯해서이다. 바람을 피하니 제법 포근하다. 가지고 온 음식도 싸늘하게 식고 옷을 껴
입어 초라한 모습이지만 기분만은 행복으로 충만하다. 이런 날씨에 이런 곳에서 정다운 시간을 갖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자 술잔을 높이 들고 "희수까지 굿짝!!!"
추위에 마신 술이라 취기는 안 오르지만 안돌을 오르려니 숨이 가쁘다. 오름이 가파르고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상당히 힘이 든다. 우리 꼴찌는 이 사진을 찍으려고 반대쪽 밧돌오름을 거의 반이나
다시 올라 추위에 떨며 셔터를 눌렀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안돌오름 남동쪽 중턱에서 희한한 광경을 보았다. 구멍에서 제법 많은 수증기가 뿜어 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불이 난 것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 가까이 가보니 그 부근에는 고사리
등의 양치류가 싱싱한 녹색을 띄고 있어서 1년 내내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장이 손전등을 들고 탐색에 들어갔다. 굴의 모양은 열십자 모양으로 10여 미터 정도이며
너비는 두 사람이 서 있을 정도로 작은 편이다. 흔히 말하는 진지동굴은 아닌 것 같다.
굴 속에 들어가 앉으니 그 동안 얼었던 몸이 순식간에 풀린다. 30도 이상은 충분히 될 것 같다.
은하수가 밖에서 손을 쪼여도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이니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렇게 수증기를 뿜는 곳이 너댓 곳이 더 있다. 어떤 곳은 여기처럼
누가 굴을 파 놓기도 하고 굴이 없는 곳도 있었다. 수증기가 뿜는 곳은 예외 없이 고사리류가
파랗게 자라고 있어서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이곳을 개발하면 분명히 온천이 있을 것 같다.
날씨가 워낙 추워서 다른 프로그램은 하지 못했으나 훈풍구 답사 등 의미있는 일정을 보내는 동안
어느덧 오후 3시가 되었다. 헤어지기 전에 대천동에 있는 명송리조트에서 따뜻한 설렁탕 한 그릇
으로 언 몸을 녹였다.
기온도 낮고 찬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였지만 안돌 밧돌을 오르내리는 우리들의 발걸음에는 힘이
넘쳤으며 훈풍구 발견과 탐색이라는 뜻밖의 성과도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다. 선달이 있어서 더
즐거웠음은 말할 것도 없다. 2008. 1. 24.
첫댓글 무지 추운 날씬데도 어쨌든 대단들 허이. 8달만에 참가한 선달님은 너무 방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