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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달 전쯤에 올해로 65세 되신 형님과 술을 한 잔 하면서 중국 하남성 임주 시에 있는 태항대협곡을 가기로 얼떨결에 약속을 했다. 다음 날 술에서 깬 나는 태항대협곡이 어디 있는지 알기 위해서 예전에 칭다오 쯔모루 시장에서 3원 주고 산 중국 지도를 폈다. 그리고 인터넷을 찾아서 여행코스와 민박 등을 알아보기 시작 했다. 우리는 중국 여행을 전문여행사를 통해서 하는 것보다 자유로운 배낭여행을 하면서 중국인들 속에서 중국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느끼고 싶어서 자유 배낭여행을 선택 한 것이다.
나는 내가 평소에 생각 하는 이상적인 여행 인원은 3명이라고 생각한다. 두 명은 단촐 하고 자유롭지만 여행경비가 많이 들고, 4명은 의견이 분분 할 때 편이 갈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명은 의견이 각자 다를 경우를 제외하곤 2대1일 되기에 나머지 한 명은 자연스레 2명을 따르기 마련이며 큰 마찰도 피하고 경비도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아직 중국여행이 초보 수준이라서 내 나름대로 중국 여행의 원칙을 세우고 여행을 하는 편이다. 한국에서의 내 일을 해가면서 그 넓은 중국을 다 볼 수가 없을 것 같아, 일단 특별한 곳부터 시작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산은 산중의 최고라는 황산, 호수는 서호, 협곡은 태항대협곡 뭐 이런 식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짜장면을 좋아한다고 동네마다 다니면서 짜장면만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전국에 짜장면 잘한다는 집에 가서 짜장면 먹고 그 다음 시간이 되면 전국에서 막국수 최고 잘하는 집, 그 다음엔 매운탕 잘하는 집. 뭐 이런 방식이란 것이다.
각설하고, 나는 그동안 인터넷으로 귀동냥으로 얻은 정보를 가지고 총 일정을 짰다. 인천항에서 산동성 칭다오가는 국제 여객선을 타고 가서 다시 제남시 까지 중국 KTX를 타고 간 다음 시외버스를 타고 하남성 안양시 까지 가서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임주시 까지 간다. 그리고 임주시에서 상판암 민박 하는 곳에서 보내온 빵차를 타고 상판암 으로 가서 도화곡이 있는 태항대협곡을 구경하고 임주시를 거쳐서 신향에서 기차를 타고 청도로 돌아오는 코스를 만들어 놓고 출발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렵게 3명의 팀이 구성 되고 여행 계획과 준비가 모두 끝났었는데 그 중 한 분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치 못한다고 출발 며칠 전에 연락이 와서 어쩔 수 없이 형님과 단 둘이서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드디어 D-day 우리는 인천 제2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만나 서로 공부한 여행 정보를 나누다가 중국 산동성 칭다오로 가는 위동해운의 골든 브릿지 훼리호에 올랐다. 오랜만에 타보는 칭다오행 골든 브릿지 호는 입구에서 승객을 맞는 예쁜 승무원들 상냥한 미소가 내 기분을 한층 더 들뜨게 만들었다.
우리는 각자 침대에 짐을 풀자마자 갑판으로 나갔다. 낮달 까지도 반겨주는 이번 여행에 우리는 한껏 고무되기에 충분 했다.
갑판 위에선 운 좋게도 TV에서 본 우리나라 남극 탐험선인 아라온 호를 보며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이번 여행이 우리에게 행운이 함께 할 것 같다고 말하며 한 바탕 크게 웃었다.
어느새 배는 출항을 해서 인천항의 명물인 도수갑문에 들어와 있었다. 갑판위에서 도수갑문 여기저기를 구경을 하다가 우리는 또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났다. 아무나 들어 갈 수 없는 조타실에 들어 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 맨 위 갑판을 구경 하다가 조타실 안에 민간인 들이 있어서 문을 열고 구경 할 수 있느냐니까 관계자 인 듯 한 분이 들어오란다. 이번 여행 이거 왜 이렇게 좋은 일만 생기는 건지 잠시나마 슬쩍 두려웠지만 곧 잊고 조타실로 들어갔다.
기껏해야 낚시 배의 선장실이나 봤던 내가 30,000T 급의 조타실을 보다니..... 배가 커서 그런지 조타실 안은 넓었다. 생전 처음 보는 기계들과 해도, 그리고 여러 가지 항법장치들을 보다가 조타실에서 일몰을 맞았다. 그러나 일몰도 멋있지만 지금 내 눈 앞에는 아무나 볼 수 없는 도수갑문에서 배의 바닷물 높이를 맞추려고 물이 빠져 나가는 광경이 펼쳐졌는데 그깟 일몰쯤이야.....
한 참을 구경하던 우리는 조타실에서 나와 짐 정리도 할 겸 각자 침대로 갔다.
내 침대에 와서 여행 계획을 세우던 우리는 불꽃놀이를 한다는 방송에 하던 계획을 멈추고 배 후미 갑판으로 갔다. 불꽃놀이 시작은 아직 안 했지만 벌써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불꽃놀이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사람들은 흥을 내고 있었다. 흥에 대하여는 한국 사람들이나 중국 사람들 모두 같았다. 한국 등산객 들은 막 춤으로 모여 흥이 내고 중국 여행객들은 평소 그들이 아침저녁으로 모여서 추던 체조 같은 군무로서 흥을 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는 우리들도 덩달아 흥이 났다.
드디어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나는 내 가슴 속에 맺힌 응어리들을 꺼내어 먼 밤하늘로 날려 버리듯 고함을 지르며 불꽃놀이를 즐겼다. 마치 한 마리의 불새가 비상하듯이 나도 비상하는 그런 밤이었다. 나는 한층 업 된 기분으로 이번 여행엔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며 내 자리로 돌아와서 여행 일정 정리를 하다가 하루를 마감 했다.
다음날, 나는 일출을 보러 갑판으로 나갔다. 아침 바다를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이 넓은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그 잔잔한 서해바다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 동쪽 바다 끝에서 붉은 불덩이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제 밤 골든 훼리 호에서 내 마음속에진 응어리들과 함께 밤하늘로 쏘아 올렸던 불꽃들을 모두 모아 정화된 커다란 붉은 덩어리로 솟아올라 다시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나는 서해에서 뜨는 일출을 벅찬 가슴으로 한 참을 바라보다 내 침대로 돌아왔다. 세면을 하고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을 때까지 일출의 그 벅찬 가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아침을 먹고 침대에 돌아와서 배낭에 짐을 넣으며 정리하다가 창밖을 보니 저 멀리 칭다오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짐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다시 갑판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칭다오가 반가워서 지난번 칭다오 여행을 회상 하며 갑판 의자에 앉아서 한동안 감회에 젖었다.
어느덧 골든 브릿지 훼리 호는 칭다오 항에 입항을 했다. 우리는 중국 법무부와 세관을 통과 한 후에 칭다오 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칭다오 기차역으로 갔다.
역시 칭다오 역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는 내일 제남시로 가는 중국 KTX를 예매하러 줄을 섰다. 아침 7;11분 첫차가 있었지만 내일 우리가 아침 식사와 역 도착 시간이 너무 빡빡 할 것 같아서 두 번째 8;30분 기차를 여권을 주고 2등 실로 예매했다. 제남시 까지는 2시간 정도의 거리였다. 예매를 마치고 기차역에서 나온 우리는 먼저 오늘 묵을 숙소를 정하기로 했다. 숙소는 예전에 내가 한 번 이용한, 기차역 뒤에 있는 찜질방으로 가기로 했다. 일단 찜질방에 무거운 배낭을 맡기고 중요한 짐만 챙겨서 앞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남는 시간은 칭다오를 여행하기로 하고 한참을 걸어 찾아갔는데 종업원들도 바뀌고 또 내부수리중이라고 안 된단다. 우이씨~ 어째 일이 잘 풀린다 했다. 하는 수없이 우리는 지나가는 아무 버스나 올라탔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많은 곳에 무작정 내렸다. 태산로라는 곳인데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계획이 차질이 생기자 갑자기 허기가 졌다. 지나가던 중국인에게 손짓 발짓을 해가며 배가 고프다고 하니까 우리가 한국인인 것을 알고는 가던 길도 멈추고 큰 전자상가 지하에 있는 음식 백화점에 데려다 줬다. 얼마나 고마운지 하도 고마워서 함께 식사를 하자고 하니까 바쁘다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도망치듯이 밖으로 나갔다. 고마운 청년아! 자넨 언젠간 꼭 복 받을 거다. 지하식당을 둘러보던 우리는 깜짝 놀랐다. 한글로 메뉴가 적힌 한식집을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한식집이면 한국말이 통 할 줄 알았는데 종업원이 중국인이라서 바디랭귀지로 얼큰한 육개장을 시켰다. 그런데 제법 한국에서 먹는 맛이 났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도 부르고 이젠 숙소를 찾기만 하면 되었다. 일단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한중사전을 찾아가며 찜질방을 물어 봤는데 모른단다.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와서 구멍가게에 들러서 물을 한 병 사면서 주인에게 이 동네 찜질방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까 자기 가게 돌아가면 바로 있다고 했다. 이렇게 쉽게 찾다니 이건 뭐.....
우리는 필요하지도 않은 물을 한 병 더 사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찜질방을 찾아 갔다. 찜질방은 그동안 한국 사람들이 왔었는지 안녕하세요? 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일단 맘이 놓여서 하루에 얼마냐고 물으니까 한 사람당 30원인데 발 맛사지까지 해준단다. 칭다오 역 뒤에 있는 집보단 쌌지만 시설이 별로였다. 그러면 뭐 어떤가 우리에겐 싸고 하루 묵을 수만 있으면 금상첨화지. 우리는 주인에게 짐을 맡기고 밖으로 나왔다.
몸이 가벼워진 우리는 칭다오 하면 먼저 떠오르는 칭다오 맥주 공장에 가서 생맥주를 먹기로 하고 걸어가다가 시장에 들러서 필요한 물건들도 구입했다. 역시 칭다오 맥주 공장에서 먹는 맥주 맛은 다른 곳하고 달랐다. 병맥주나 캔 맥주도 맛은 좋지만 여기 와서 먹는 생맥주가 나에겐 최고였다.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고 나와서 칭다오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저녁을 먹고 찜질방에 와서 쉬는데 생각 했던 것 보다 발 마사지는 시원했다.
다음 날 우리는 찜질방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음식 체인점 같은 곳에서 아침을 먹고 버스를 타고 칭다오 역으로 가는데 차창 밖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 했다.
기차 역 안에는 기차 출발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중국 사람들은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좌석이 있음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중국 사람들이 신기했다. 다행인 것은 좌석이 있기에 새치기 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빈 의자에 짐을 내려놓고 기차 시간과 번호를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 역 안을 둘러 봤다.
이윽고 개찰이 시작 됐다. 우리는 맨 마지막으로 개찰을 했는데 우리가 탈 기차가 맨 앞에 있어서 한 참을 걸어갔다. 뭔 기차가 이리도 긴지....
기차 안은 우리의 KTX처럼 깨끗했다. 속도와 서비스도 한국과 비슷했다. 2등석이지만 의자 사이는 오히려 한국 기차보다 넓었고.....
제남시로 가는 길은 이렇게 끝도 없는 대지에 밀 추수가 끝나고 옥수수를 심었다.
그리고 비닐하우스도 이렇게 끝이 없었다.
첫댓글 이번 여행에 중여동에서 얻은 많은 정보 덕택에.....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도 올려봅니다.
저도 가보고 픈 곳인데 ..갈 능력은 안되고 눈팅으로 조심스럽게 따라가 보렵니다 잘 보겠습니다. 후에 중여동에서 함께할 기회가 제게도 오겠지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존 정보 고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퍼 가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좋은 정보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