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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곡 전체가 완벽한 연주가 아니더라도, 어느 한 부분이라도 감동을 주었을 때, 우리는 그 연주자에게 고마워해야한다" 피터교수가 제자들에게 강의하면서 하는 말이다. 젊은 시절, 첼로의 거장 파브로 카잘스가 자신에게 했다는 말이었다, 우리 인생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할 수 없고, 모두 훌륭한 삶일 수는 없는 것이다. 평온하게 잘 나가다가도 가끔은 뒤죽박죽이 돼버리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4중주단에서 제일 연장자인 첼로이스트 피터의 파킨슨 발병은 악단에 숨어있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위기를 불러온다.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은 7악장을 쉬지않고 연주해야 하는 곡이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평화롭든 위기의 순간이든 간에 삶의 순간들은 쉼없이 메꾸어져야 하는 것이다.
어느날 첼로이스트 피터에게 찾아온 병마는 노쇠의 다름 아니다. 젊은 첼로이스트에게 자리를 이어 물려주어야 한다. 제2바이올린은 제1바이올린의 자리에 욕심을 낸다. 조화를 이우어야 할 4중주단은 단원간의 극도의 부조화를 겪어내야 한다. 게다가 젊은 시절의 연인이자 동료 비올라 연주자 딸과 제1바이올리니스트의 금지된 사랑은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베토벤이 말년에 작곡한 현악4중주는 인생을 달관한 그의 영혼을 담고 있다고 한다. 삶의 온갖 고난을 극복했던 樂聖 베토벤의 음악은 이러한 고초와 갈등에 결코 굴복하지 말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더구나 4중주단의 단명은 푸가(Fugue)이다. 푸가란 작곡형식은 '동시에 진행하는 여러 선율로 하나의 주제를 체계적으로 모방(대위법)하며 그것들이 합쳐서 짜임새를 이루는 성악곡이나 기악곡을 말한다.'
예고편을 보시려면 상단 중앙에 있는 배경음악은 잠시 꺼주세요.
[영화리뷰]
음악영화라기 보다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
"악곡 전체가 완벽한 연주가 아니더라도, 어느 한 부분이라도 감동을 주었을 때, 우리는 그 연주자에게 고마워해야한다 "
인심 좋은 옆집아저씨처럼 생겼지만 언제나 환상적인 연기를 통해 작품의 질을 높여주는 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과 연기파 노년배우 크리스토퍼 월켄 등이 출연하면서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 영화는 언뜻 <송 포 유>가 생각나기도 하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송 포 유> 보다는 <콰르텟>에 더 가깝겠지만 그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는 못하겠는데, 이런 스타일의 영화들은 일단 기본적인 재미와 감동, 그리고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들이 많은지라 이번에도 역시 찾아보게 됐습니다.
언제나 완벽한 호흡을 보여줄 것만 같았던 '푸가', 하지만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문제들
▲ 언제나 완벽한 호흡을 보여줄 것 같았던 '4중주단', 푸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3천번의 공연을 했을 정도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4중주단 '푸가'. 그런데 언제나 완벽한 호흡을 보여줄 것만 같았던 이들에게 문제가 생깁니다. 최연장자이자 첼리스트 '피터'(크리스토퍼 월켄)가 파킨슨병 초기 증상을 보이면서 더 이상 연주하기가 어려워질 위기에 처한 것이었는데 거기서 시작된 균열은 그들 4중주단에게 불협화음을 가져오고, 내제되어있던 문제들이 하나씩 터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제2 바이올린 연주자 '로버트'(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파트변경 요구와 열등감 표출, 그리고 제1 바이올린 연주자 '다니엘'(마크 이바니어)의 강압적인 태도에 대한 불만, 여기에 그의 아내이자 비올라 연주자인 '줄리엣'(캐서린 키너)과의 결혼 생활에서 오는 갈등과 이들 모두를 충격에 빠지게 했던 '다니엘'의 충격적인 사랑 등등 그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그들 4중주단은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음악 영화'라기 보다는 '인생'에 대한 영화
▲ 언제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주를 이끌어 가려고 했던 제1 바이올린, 다니엘
<마지막 4중주>는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타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들처럼 음악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장면은 한정적이었고 영화의 배경음악으로만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그만큼 영화는 그들의 '음악'이 아닌 그들의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연주한 음악을 제외한 '기계음'은 전혀 들리지 않는데 영화가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 역시 아무런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군더더기 없는 돌직구스러운 이야기들로 채워지면서 앞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그들의 모습은 그들이 연습하고 공연을 준비하던 '음악'과 닮아있었습니다.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에 대입된 우리의 인생이야기
▲ 아내이자 비올라 '줄리엣'과 갈등을 겪고, 다니엘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보이는 제2 바이올린 '로버트'
'푸가'가 공연을 준비하던 음악이자 이야기의 핵심이 되는 음악, 그리고 베토벤이 자신이 작곡한 '현악 4중주' 가운데 최고의 음악으로 꼽았다는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은 7악장이 내리 계속되는 음악으로 중간의 휴식이나 조율이 허락되지 않는 음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연주하는 동안 악기의 음이 어긋나기도 하고 하모니가 엉클어지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연주는 계속 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그런 음악이기 때문인 것이죠. 감독은 이런 베토벤의 음악에 '푸가'의 모습을 대입시키면서 우리내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케세라세라,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은 결국 그렇게 되기 마련이 아닐까
▲ 그리고 '푸가'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다니엘의 사랑
태어난 순간부터 마지막을 향해 쉼없이 흘러가는 인생, 살다보면 계획했던 것과는 어긋난 방향으로 갈 때도 있고 누군가와 마찰과 갈등을 겪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 있어서는 베토벤의 음악과는 다른 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비록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만 힘에 부칠때는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어도 계획에 어긋나거나 갈등과 마찰이 생기면 다시 조율할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감독은 영화 후반부를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화해로 그려내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협화음을 겪었던 이들이지만 그들이 들려준 음악은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완벽한 화음을 보여줬듯이 케세라세라,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은 결국 그렇게 되기 마련'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글 한마루 2013년 7월 30일
Beethoven String Quartet Op 131 No 14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 Op.131
베토벤은 이 곡을 자신의 현악 4중주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꼽았다. 1828년 10월, 죽음을 앞둔 슈베르트가 연주회장에서 이 곡을 듣고 너무나 흥분해, 함께 갔던 친구가 걱정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곡은 우선 형식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통산 15번째 현악 4중주를 작곡하며 베토벤은 이 형식에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별렀음이 감지된다.(작곡은 현악 4중주 15번 a단조보다 나중에 완성됐다)
그러면 어떤 점이 새로웠을까. 기존의 틀을 깼다. 모두 7악장으로 구성됐으며, 전곡 연주 시간이 40분 내외인 이 작품은 악장 사이에 박수가 나올 걱정이 없다. 베토벤이 모든 악장을 쉬지 않고 연주하게 했기 때문이다. 주제와 내용이 전체적으로 일관되어 있으며, 복잡한 대위법으로 짜여진 구성은 입체적인 바로크풍이라 할 만하다. 1악장이 느린 악장인 것도 일반적인 현악 4중주의 모습에서 벗어난다. 고전적인 형식미의 가로수 길을 지나가면서도 악장간의 흐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베토벤 만년의 깊이 있는 사색이 있고, 부드러운 서정과 엄격한 정신이 두드러져 보인다는 면에서 작곡가가 도달한 하나의 극치이자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할 만하다.
갈리친 후작을 위해 작곡한 세 곡에 이어지는 작품으로 1825년 말에 이 곡의 작곡을 시작해 1826년 여름에 완성했다. 특별한 의뢰를 받지 않고 스스로 곡을 쓴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마도 이 당시 현악 4중주에 대한 아이디어가 넘쳐, 즐거운 마음으로 작곡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친구인 요한 네포무크 볼프마이어에게 헌정할 예정이었지만, 나중에 생각이 바뀌었는지 요제프 폰 슈터트하임 남작에게 헌정했다. 조카인 카를의 일로 신세를 진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한다. 슈베르트가 참석했던 1828년 10월의 연주회가 초연일 가능성이 높다. 베토벤 생전에는 연주된 기록이 없다.
1악장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 에 몰토 에스프레시보
느리고 자유로운 푸가 형식으로, 3개 부분으로 되어 있다. 일반적인 현악 4중중의 룰을 깨고 있다. 첫머리에 제1바이올린으로 주요 주제가 제시되고 제2바이올린이 5도 낮게 응답한다. 이것이 비올라와 첼로로 옮겨가면서 푸가가 시작된다. 두 번째 부분은 제1바이올린이 최초 주제에서 나온 선율을 연주하며 두 번째 동기를 제시한다. 이 주제들이 전개된 후 세 번째 부분으로 들어간다. 최초 푸가 주제를 비올라부터 제2바이올린, 제1바이올린, 첼로의 순서로 연주한다. 첫머리와는 달리 다른 성부는 연속된 8분음표 선율로 장식한다. 짧은 코다 후 조성과 박자, 빠르기를 달리하며 그대로 2악장으로 이어진다.
2악장 알레그로 몰토 비바체
생기있고 경쾌한 론도의 테마를 제1바이올린이 제시한다. 이 악장에 나오는 모든 선율은 모두 이 뚜렷한 주제에 인도되어 발전한다. 이 악장에서는 그에 따른 부주제라고 할 만한 것이 전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주제는 대위법적으로 전개되는데, E장조로 다시 주제가 나타난 뒤 계속 전개된다. 이윽고 주제가 D장조로 각 악기 사이에서 교대로 연주된다. 다시 전개 부분이 끼어들어 마지막에는 론도 주제가 첼로와 바이올린에 나타나며 짤막한 코다로 끝난다.
3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완전히 자유로운 형식의 짧은 악장으로 겨우 11마디에 불과하다. 뒤에 오는 변주곡의 서주라 할 수 있다. 이것을 하나의 악장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으나 기존의 관습에 따라 악장으로 분류한다. 6마디의 알레그로 모데라토와 이어지는 5마디의 아다지오에서는 제1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카덴차풍 빠른 악구가 있다.
4악장 안단테 마 논 트로포 에 몰토 칸타빌레
주제와 6개의 변주곡, 그리고 코다로 구성됐다. 명랑하고 환희가 가득한 느낌이다. 주제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으로 연주된다. 8마디 주제의 반복과 다음 8마디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두도막 형식이 32마디의 주제를 만든다.
이어지는 제1변주는 같은 템포이지만 깨끗하고 정밀하며 화려한 느낌을 준다. 제2변주는 리듬이 명쾌한 피우 모소(보다 빠르게)로 연주한다. 제3변주는 첼로로 시작하는 주제의 변주가 비올라에서 제1바이올린으로, 다시 제2바이올린으로 옮겨지면 카논풍의 아름다운 대화가 전개된다. 제4변주는 느린 템포인데, 제1바이올린이 연주하는 주제의 자유로운 변주로,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우아하고 정교하다. 제5변주는 짧은 알레그레토로, 빠른 템포의 싱커페이션이 대위법적인 수법으로 진행된다. 제6변주는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로 느린 템포인데, 내성적이고 명상적인 주제가 진행되는 가운데 첼로가 연주하는 특이한 동기가 아름다운 효과를 만들어낸다. 제1바이올린의 긴 트릴을 거쳐 코다로 들어가며 주제의 원형에 가까운 알레그레토와 아다지오 부분이 교대로 되풀이된 후 5악장으로 돌입한다.
5악장 프레스토
스케르초 부분이다. 첼로가 힘있게 주제 동기를 제시하며 한 마디 동안 모든 악기가 쉰 후 제1바이올린이 경쾌하게 스케르초의 주요 주제를 연주한다. 제2선율의 발전으로 두 번째 스케르초 형태가 만들어지고 곡은 트리오로 들어간다. 트리오는 두 개의 선율로 구성돼 있다.
6악장 아다지오 콰지 운 포코 안단테
3악장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악장으로 보기 힘들며, 피날레의 서주부로 간주된다. 두도막 형식의 풍부한 선율을 지닌 악장이다.
7악장 알레그로
이 곡에서 유일한 소나타 형식이다. 유니즌으로 연주되는 네 마디의 강력한 도입부 후에 제1바이올린이 경쾌한 제1주제를 제시한다. 제1주제에 이어 나타나는 또 다른 주제는 1악장 푸가 주제와 관계가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다시 제1주제가 나타난 뒤에 제2주제가 제시된다. 발전부에 들어가서 도입부와 제1주제에 의한 전개가 힘차게 시작되고 새롭게 여유 있는 선율을 더해간다. 재현부는 도입부에서 확실히 재현되며, 제2주제 재현 후에 이 주제에 의해 자연스럽게 코다로 들어가 화려하게 끝마친다.
*글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첫댓글 구포덕에 좋은 영화를 감상할수 있었습니다, 음악 영화이면서 인생얘기이기도한 깊이있는 영화였고,예술 영화로는 10만명이 넘었다고 하네요,참 요즘 뜨는 관상은 3~4백만명이지만,...
영화 '관상'은...
7백만을 넘어 천만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네...ㅎ
김포 전류리에서 공연할때에 초대하겠습니다.ㅆ
전류리 포구엔
은어 매운탕이 좋던데....
공연은 또 무신 말씸이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