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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사례]
강소 기업의 5가지 성공 비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덩치가 크다고 해서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 세계에도 작지만 강한 기업, 강소(强小) 기업이 존재한다. 강소 기업의 5가지 성공 비결을 소개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영국의 경제학자인 슈마허가 펴 낸 책의 제목이다. 슈마허는 소위 ‘크게 더 크게’의 논리로 규모의 경제가 강조되던 1970년대 초에 작은 것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기업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소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가까운 나라 일본을 보자. 일본이 10년 불황을 이겨낸 원동력은 강한 허리에 있다. 허리가 강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위기가 와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일본에는 기술력으로 무장한 강소 기업들, 즉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많다. 최근 홍콩의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이 선정한 아시아 1000대 기업에 포함된 일본 기업은 678개에 이른다. 물론 이 중에는 1위를 차지한 도요타자동차와 같은 거대 기업들도 있지만 678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다.
대만에도 경쟁력 있는 강소 기업들이 많다. 타이베이 근처에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연상케 하는 신주과학공업단지가 있다. 이 곳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 대부분이 비록 덩치는 작지만 기술력으로 똘똘 뭉친 첨단 기업들이다. 신주공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 수는 378개에 달하며 대만 전체 정보기술 산업 매출의 25%, 수출의 10%를 담당하고 있다.
기초 체력이 약한 사람은 잘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국가와 산업도 마찬가지다. 기초 체력이 중요하다. 1개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많게는 수천, 수만 개의 기업이 존재한다. 초일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초일류 기업이 나와야 하고, 초일류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튼튼한 강소 기업이 있어야 한다. 강소 기업이 많아야 국가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는 것이다.
세계를 향해 뛰는 강소 기업
산업자원부는 국가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2001년 하반기부터 반기 별로 ‘세계일류상품’을 선정하고 있다. 2004년 상반기까지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제품은 총 384개이고, 기업 수는 294개이다. 산업자원부는 2010년까지 1000개의 ‘세계일류상품’을 육성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작년의 경우 ‘세계일류상품’을 보유한 기업의 수출 실적은 전년 대비 42.2% 증가해 전체 수출증가율 19.3%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지금까지 선정된 ‘세계일류상품’ 현황을 살펴보면 LG전자나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기업들도 있지만 디지아이나 우연과 같은 작은 기업들도 적지 않다. 디지아이는 디지털 잉크젯 인쇄기기, 우연은 자전거용 특수 신발 시장에서 각각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를 향해 뛰는 강소 기업들이다.
그러나 작은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은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 절감이 어렵고, 더군다나 기존의 게임 룰 하에서 시장 지배력을 갖는 것도 힘들다. 따라서 작은 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 즉 강소 기업들에게는 독특한 성공 비결이 있다. 다음에서는 사례를 통해 강소 기업의 5가지 성공 비결에 대해 알아본다.
● 묵묵히 나의 길을 간다
올해 초 미국의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숨은 강자들(Hidden Champions)’이라는 제목으로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유럽의 강소 기업들을 소개한 바 있다. 스웨덴의 세계 최고 자물쇠 기업인 아사아블로이(Assa Abloy), 영국의 포장 회사 렉삼PLC(Rexam PLC), 노르웨이의 재활용품 전문 기업 톰라 시스템즈(Tomra systems), 이태리의 등산화 메이커인 라스포르띠바(La Sportiva)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기업들의 연간 매출 규모는 우리 나라 돈으로 1조원이 넘는다. 우리 나라 웬만한 대기업들의 매출 규모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유럽 강소 기업들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한우물 파기식 경영전략’이다. 전 세계 자물쇠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아사이블로이의 한 임원은 “자물쇠 개발에 있어 세계 최고임을 자부한다. 이는 수십 년 간 오직 자물쇠 제조에만 매달린 결과다.”라고 말한다.
‘한우물 파기식 경영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헤어드라이어로 유명한 유닉스 전자는 올해로 설립 27주년을 맞았다. 놀라운 사실은 27년 동안 사업을 해 오면서 단 한차례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드라이어 2개 중 한 개가 유닉스 제품이다. 유닉스의 성공 비결은 다른 데 있지 않다. 헤어 드라이어 외길을 걸어왔다는 점이다. 동종업계에서 같이 출발한 경쟁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나설 때도 묵묵히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
사업 초반에는 외국 제품을 단순히 카피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음이온 드라이어나 전자파 차단 드라이어와 같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제품을 만들고 있다. 작년 매출이 360억에 달한다. 현재 수출 비중은 5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세계 시장에서 필립스나 바비리스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 중이다. 한 가지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것, 다시 말해 한 우물을 파는 것이 바로 알짜 기업들의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략이다.
●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한다
강소 기업들은 남들이 안 하는,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다. 이미 만들어진 게임 룰 하에서 거대 기업들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영국의 다이렉트 라인 보험(Direct Line Insurance)은 고객에게 기존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여 후발 주자로 출발하였지만 시장 리더가 될 수 있었다. 다이렉트 라인 보험은 보험 업계 최초로 중개인을 없앤 온라인 보험의 효시이다. 온라인 보험은 보험회사가 보험 설계사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이나 전화를 통해 보험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것이다.
다이렉트 라인 보험은 중개인을 없애고 판매 단계를 줄였기 때문에 기존 방식의 보험에 비해 저렴한 보험료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다이렉트 라인 보험은 빠르게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복잡한 서류 작업을 제거한다면 기존에 보험 설계사가 제공했던 감성적 안락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전통적인 시장의 룰을 깨뜨려 성공한 룰 브레이커(Rule Braker)의 대표적 사례다.
‘옥시크린’으로 유명한 옥시는 특이한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다. 다른 기업이 손을 댄 아이템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옥시가 세제 시장 진출을 고민할 당시 세제 시장에는 이미 쟁쟁한 경쟁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옥시는 기존 세제와 다른 세제로 승부하는 전략을 세웠다. 옥시가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세탁 보조제인 표백제는 염소계 표백제인 락스 뿐이었다. 이에 옥시는 산소계 표백제를 출시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후 옥시크린은 산소계 표백제의 대명사가 되었다. 옥시의 또 다른 히트 상품인 ‘물먹는 하마’ 역시 기존에 제공되지 않았던 고객의 잠재 니즈를 파악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사례다.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는 것, 강소 기업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이다.
● 나의 이름으로 승부한다
흔히들 브랜드는 대기업의 전유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이야말로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중소기업들이 한 둘이 아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들에게 팔리거나 기술이 범용화되어 경쟁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에게 자체 브랜드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은 사거나 모방할 수 있지만 브랜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김치 냉장고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바로 딤채다. 하지만 딤채를 만드는 회사가 만도기계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만도기계는 원래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였기 때문에 대기업들의 격전장인 가전 시장에 자체 브랜드로 뛰어든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었다. 김치 냉장고 발매 첫 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만도는 기존 대기업들로부터 OEM(주문자 상표부착 방식) 납품을 제안 받았다. 그 당시 만도가 OEM 방식을 택했다면 지금의 딤채는 없었다.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로 유명한 레인콤 역시 자체 브랜드로 승부하여 성공한 경우다. 레인콤은 1999년, 자본금 3억원과 직원 7명으로 시작하였다. 2001년까지만 해도 미국의 소닉블루라는 회사에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하다 2002년 1월에 독자 브랜드로 ‘아이리버’를 출시했다. 당시 시장은 삼성전자의 ‘옙’이 독주하고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중소기업 레인콤과 메가 기업 삼성의 승부. 누가 봐도 뻔한 승부였다. 하지만 ‘아이리버’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지속적인 선도 제품 출시로 MP3 플레이어 시장의 일등 기업으로 거듭 날 수 있었다. 2003년 매출 2,259억 원에 국내 시장 1위, 세계 시장 2위. ODM 사업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성과다. 남의 이름이 아닌 나의 이름으로 승부한 것이 지금의 ‘아이리버’ 브랜드를 만든 원동력이다.
● 스피드와 유연성이 경쟁력이다
덩치가 작은 기업들의 강점은 스피드와 유연성에 있다. 메가 기업들은 기존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고 현재의 게임 룰을 유지하려고 한다. 따라서 작은 기업들이 빠른 스피드와 유연성으로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거나, 시장 변화를 이끈다면 기존 기업들을 뛰어 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스와치로 유명한 SMH가 바로 유연하고 스피드 있는 경영으로 성장한 회사다. 과거의 시계 회사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고객의 품격이나 지위를 보여주는 상징물로 생각했다. 롤렉스나 까르티에가 이에 해당된다. 또는 시티즌이나 세이코처럼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기 위한 시계 본연의 기능 향상에 주력했다. 따라서 과거 시계 산업에서의 성공 법칙은 고유의 디자인을 고수하여 명품 아이덴터티를 제공하거나 시간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있었다.
시장의 게임 룰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시계를 재구매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스와치는 이렇게 보수적이고 기능 위주의 시계 산업에서 시계도 패션이라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어 냈다. 다양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시계를 패션 액세서리의 하나로 바꿔 놓았다.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스와치의 스피드 경영으로 소비자들은 시계를 재구매하기 시작했다. SMH의 유연하고 스피디한 경영 방식은 스위스 시계 산업을 부흥시켰으며, 재미있고 최신 유행을 타는 시계 시장을 창출했다.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넥센 타이어도 스피드와 유연성으로 성공한 경우다. 전통적인 성숙기 산업이자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양분하고 있던 과점 시장에서 급성장 중이다. 몸집이 가벼운 업체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경쟁사보다 한 발 빨리 제품을 출시하고 다양한 제품 라인 업을 구축하여 2000년부터 매년 두 자리 수의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고성능 제품 위주로 개발력을 집중하여 성장세에 있는 고가 타이어 시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약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이것이 강소 기업들의 특징이다.
● 시장 지향적인 독자 기술을 개발한다
강소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우수한 기술력은 시장과 동떨어져있지 않은 사업 지향적인 기술력을 의미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시장에서 받아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진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의 ULVAC를 살펴 보자. ULVAC는 현재 세계 스퍼터링 장비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스퍼터링은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공정 중 하나다.
ULVAC의 성공 비결은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있다. 종업원의 25%가 R&D에 몰두한다. R&D 인력 중 반은 현재 시장에서 요구하는 장비에 대해, 나머지 반은 다음 세대에 사용될 기술을 연구한다. 이러한 사업 지향적인 R&D 방식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시켜 줄 수 있다. 일례로 최근에 주목 받고 있는 나노 기술을 이용한 잉크젯 재료는 이미 ULVAC이 20년 전에 개발해 놓은 것이다.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며 지속적으로 독자 기술을 창출하는 능력이 강소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이다.
전기밥솥 ‘쿠쿠’로 유명한 쿠쿠홈시스도 튼튼한 기술력으로 업계 선두의 자리에 오른 기업이다. 쿠쿠홈시스는 매출액의 7% 이상을 신제품 개발 및 R&D에 투자한다. 국내 대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 평균이 5%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치다. 또한 쿠쿠의 품질 관리는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기계적 안전장치, 전기적 압력 장치, 구조적 압력 장치 등 삼중 압력 조절 시스템을 갖추고 100여 가지 안전 테스트를 거친 후에야 제품을 내놓는다.
이러한 쿠쿠의 기술 및 품질 위주 경영은 IMF 이후 전기 밥솥이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제외되면서 더욱 강조 되었다. 밥솥 종주국인 일본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위기감은 적극적인 기술 투자와 강력한 품질경영 혁신 활동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쿠쿠는 고급 전기 밥솥 시장에서 일본의 ‘코끼리 밥솥’을 밀어내고 일등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렇게 강소 기업들은 기술만이 살 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를 실행에 옮긴다.
기업가 정신이 나라 살린다
지금까지 강소 기업들의 성공 비결에 대해 살펴 보았다. 미국의 경제학자 슘페터는 혁신이 ‘창조적 파괴’의 과정임을 주장하며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 바 있다. 근본적인 시장의 변화를 갖고 오는 혁신은 불확실성과 위험을 부담하면서 현재의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 바꾸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이는 곧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기존 기업보다는 신생 기업에 의한 혁신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에서 언급한 강소 기업들의 성공 이면에는 꼭 투철한 기업가 정신이 숨어 있다. 장기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강소 기업들이 절실한 때다.
출처 : LG경제연구원
[실패사례]
불황·과열경쟁이 자영업 몰락 불러
최근 노동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절반 가까운 자영업자들이 월 최저 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월 100만원대의 수익을 올리는 걸로 밝혀졌다. 음식업 중앙회에 따르면 하루에 190여개의 음식점이 문을 닫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는 10만개 이상의 음식점이 폐업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사정은 더욱 나빠 목좋은 입지에도 비어있는 점포가 허다하고, 영업은 하고 있지만 보증금까지 까먹은 ‘깡통점포’도 수두룩한 실정이다.
이처럼 2005년을 강타한 ‘자영업 대몰락’의 원인은 ‘불황’과 ‘과열경쟁’이다. 소득수준이 정체된 상태에서 불황이 깊어져 소비가 꽁꽁 얼어붙은데다 IMF 이후 급속히 늘어난 창업자들이 제살 갉아먹기식의 과열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내년에도 이런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내년 경제 성장률은 3~4%대로 예상되며 경기 불투명에 대한 우려로 구조조정은 올해보다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거리로 내몰린 창업자들 대다수는 자영업 창업 외에 뾰족한 생계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창업자 중 30%는 성공하고 40%는 현상유지, 나머지 30%는 실패한다는 ‘3:4:3의 이론’이나 20%는 살아남고 80%는 실패한다는 ‘2대 8의 법칙’은 무너지고 5%만 살아남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올해보다 훨씬 심해질 걸로 보인다.
하지만 불황과 과열경쟁이라는 표면적인 실패 이유의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분석하면 생존 비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실제로 살아남는 5%는 어느 때보다 높은 수익과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흔히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과감한 판단력과 배짱이 투자 성공비결일 것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리스크를 정확히 분석하고, 투자할 때부터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전략으로 위기를 미리 제어하는 투자전략이 돈을 버는 비결이라고 한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곧잘 하지만 역량의 뒷받침없는 기회는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으므로 다양한 리스크와 실패 요인을 미리 분석하고 예측해서 대안을 세울 수만 있다면 성공확률을 훨씬 높일 수 있다.
불황과 과열경쟁 같은 점포 외적인 요인도 실패율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지만 동일한 상황에서도 살아남는 사업자들이 있다는 점에서 보면 실패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외부요인보다는 창업자가 통제할 수 있는 내부 요인을 분석하고 미리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먹구구 창업과 경영역량 부족은 창업 전의 조건과 창업 후의 조건에 다름 아니다.
창업전의 조건으로 인한 실패사례는 잘못된 업종선정과 부실체인본사 선정, 입지·상권 선정 실패, 과잉투자, 과잉대출, 해당 업종에 대한 준비부족, 점포 콘셉트 설정 실패 등을 꼽을 수 있다.
창업 전 실패요인 분석·리스크 관리 필요
업종선정의 실패요인도 다양하다. 입지와 맞지 않는 업종을 선정한 경우도 있고, 반짝하는 유행 업종을 선정한 경우, 본인의 자금대에 맞지 않는 업종을 선정한 경우, 과열경쟁상황에 있는 업종을 선정한 경우, 수요가 검증되지 않은 업종을 선정하거나 창업자 역량과 맞지 않는 업종을 선정한 경우 등을 꼽을 수 있다.
보편적인 성공의 법칙이 있다면 업종별로 특수한 성공 요건이 있다. 업종선정에서 성공하자면 업종별 성공의 세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떤 업종은 품질보다 서비스가 더 중요할 수도 있고, 어떤 업종은 창업자 역량보다 투자액수가 성패를 가늠하는 요건일 수도 있다. 적은 투자로도 경쟁을 헤쳐나갈 수 있는 업종이 있는가 하면 적은 투자로는 경쟁을 헤쳐나갈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본인의 자금에 맞는 업종을 선정해야 하며 해당 업종의 시장 경쟁 상황을 살펴보고 경쟁우위의 원천이 무엇인지, 경쟁력을 유지할 역량이 창업자에게 있는지, 업종의 유망성이나 시장상황은 어떤지를 살펴보고 업종을 선정해야 한다.
부실 체인 본사로 인해 실패하는 경우는 반반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실패에 대한 책임이 100% 본사에만 있는게 아니고, 창업자의 자질 부족이 본사의 부실요소와 맞물려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질이 부족한 창업자는 브랜드력이 있으며 사업 모델이 탄탄하고 교육 및 슈퍼바이징 시스템이 잘된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반면 기업가 정신이 있고 자질을 갖춘 창업자라면 브랜드력이 낮고 시스템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사업 모델을 가진 체인 본사를 선택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부실 체인 본사는 경쟁력 없는 사업 모델을 가졌거나 창업을 성공시킬 전문성을 보유하지 못한 회사, 인테리어·물류 등 프랜차이즈 관련 인프라가 부실한 회사, 자금력이 약해 가맹점이 모집되지 않으면 한두달 버틸 운영자금도 없는 회사 등이다. 특별한 노하우나 경쟁력도 없이 잘되는 사업을 모방해 창업만 시켜주면 사후 관리나 지원은 일절 기대할 수 없는 본사라면 프랜차이즈 업체라기보다는 ‘간판 장사꾼’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을 모르는 직원들이 가맹점 영업에만 혈안이 돼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한 가맹점을 만들어주는 게 가장 우수한 체인 본사이고 그러자면 사장을 비롯 직원들의 직업의식이 투철하고 현장 경험이 풍부하며 전문성이 뛰어나야 한다.
잘못된 상권·입지 선정은 가장 흔한 실패요인이다. 상권·입지의 문제는 주로 투자비와 관련이 있다. 투자비 부족으로 들어가서는 안될 상권이나 입지를 선정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업종에 따라서 상권에 민감한 사업이 있고 입지에 민감한 사업이 있다. 또 상권 민감도가 낮은 업종이 있는가 하면 반드시 특수한 조건을 가진 상권·입지에 위치해야만 성공하는 업종도 있다. 상권 입지로 인한 실패를 줄이자면 업종별 상권 특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가장 적합한 자리를 선정해야 한다.
A씨의 경우 목이 좋기로 소문난 신도시 중심상권에서 주점업을 창업했다가 실패한 사례다. 실패요인은 과열경쟁과 경쟁력 부족이었다. 경쟁자가 적은 동네 상권이었다면 A씨 정도의 시설과 경쟁력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겠지만 그가 선택한 곳은 A씨보다 훨씬 뛰어난 경쟁자가 많았기 때문에 결국 경쟁에 밀린 것이다.
잘못된 시설이나 점포 콘셉트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사무적인 인테리어로 초등학생들을 사로잡기는 힘들다. 중년남성이라면 지나치게 화려한 컬러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중산층이나 저소득층 주부들에게는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고객을 쫓아내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지역 특색, 경쟁점, 타깃 고객의 연령이나 소득수준 성별, 상품의 성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시설과 점포 콘셉트라야 성공할 수 있다.
이밖에 과잉 대출이 경영을 압박해 실패하는 경우, 사업에 필요한 준비나 사전 교육 소홀로 고객 이미지를 심어줘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나쁜 인상을 심어줘 초반부터 고객확보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창업 전 조건은 한번 정하면 변경이 어렵다. 장소를 옮길 수도 있고 체인 본사나 업종을 바꿀 수도 없으며 시설이나 인테리어를 변경하자면 곱절로 돈이 든다. 따라서 성공을 위해서는 창업 전 실패요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창업 후 경영역량이 성패 좌우
한편 창업 후의 실패는 경영역량 미달이 핵심요인이다. 경영역량 미달은 경쟁점에 대한 대처, 고객관리, 자금관리, 마케팅, 상품·가격·서비스 품질, 종업원 관리, 원가관리, 외부상황 변화에 대한 안일한 대처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지역의 스몰 비즈니스 파산자협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실패요인의 90.1%가 ‘Poor Management’ 즉 경영역량 부족 때문인 걸로 나타났다.
공급과잉 이전에는 유망업종과 목좋은 장소가 성공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성숙기 시장으로 접어들면서 경영역량 부족은 실패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A급 입지에서 유망한 업종으로도 실패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경영역량의 부족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적극성의 부족이다.
삼겹살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안일한 상품관리로 품질관리에서 실패한 사례다. 투자비를 많이 들여 목좋은 곳에 점포를 얻고 시설도 잘해놨지만 킬로그램당 겨우 1,000원을 절약하기 위해 질이 낮은 고기를 공급받았으며 관리상태가 불결해 맛이 상한 고기를 손님에게 내놓을 정도로 품질관리에 무관심했다. 질좋은 재료와 청결은 맛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 맛없다는 소문과 함께 고객이 점점 줄어들더니 결국 파리만 날리는 신세가 됐다.
주점업을 하는 B씨는 창업초기 본사에서 하는 교육에만 종업원과 함께 참가했을 뿐 이직이 잦은 종업원을 단 한번도 제대로 교육시킨 적이 없었다. 이는 무성의한 접객으로 이어지고 고객과 종업원의 마찰이 끊이지 않아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A씨와 B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영역량 부족은 한마디로 적극성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실패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성공비결은 바로 ‘과학’과 ‘적극성’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점이다. 과학이란 대상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합리성에 다름 아니다. 적극성이란 배수진을 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다.
■ 창업 실패 유형별 원인
1. 주먹구구 창업
상권·입지조사 부족/잘못된 업종선정/부실체인본사 선정/시장조사 벤치마킹 소홀/고객 및 시장분석 간과/상품 및 물류에 대한 무지/업종 상품에 대한 지식 부족
2. 경영자질 부족
종업원관리 실패/연구개발 소홀/세무·재무관리 소홀/원가관리 소홀/상품·서비스 품질소홀/고객관리 부재/마케팅·판촉 소홀/외부환경 변화 무시/경쟁자 무시
3. 상권·입지·점포 요인
도시계획/업종과 입지궁합/건물부도/건물주의 요구/잘못된 점포인수/건물의 법적인 하자
4. 경쟁점포 난립
대형 할인점 입점/성숙기 유행기 업종 선정/경쟁과열 지역 입점/차별적 경쟁력 확보 실패/고객관리 실패/신상품 개발 소홀
5. 자금관리 실패
무리한 차입/과소투자/과잉투자/현금흐름 관리 실패/공사자금 경계 불분명
6. 기업가정신 부족
미신의존/막연한 성공 기대 /판단력 결여/과욕/인내심 부족/게으름
7. 경기변동
“아이템 선정 잘못해서 망했다”
창업 전 이미 실패… 불황기엔 고객집단 큰 아이템 유리
창업에 실패한 사업자들의 대부분은 주먹구구식으로 창업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창업경영연구소(www.icanbiz.co.kr)가 2003년 이후 창업자 가운데 실패한 경험이 있는 108명을 대상으로 창업실패 이유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아이템 선정 잘못’이 27.9%로 가장 높게 나왔으며 ‘입지·상권선정 잘못’(22.5%), ‘부실 프랜차이즈 선정’(21.4%)이 뒤를 이었다. 또 준비부족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10.6%나 돼 10명 중 8명이 창업 전 조건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외적 요인인 ‘경기불황’(11%)과 창업 후의 실패요인인 ‘고객 서비스 부재’(6.6%)를 꼽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창업형태를 묻는 질문에는 독립창업 48.7%, 프랜차이즈 창업 51.3%로 프랜차이즈 창업이 조금 높았다. 업종별 창업 아이템으로는 외식업(31.6%)이 가장 많았으며 서비스업(20.2%), 유통업(19.4%), 소호업(16%), 길거리 창업(12.8%)이 그 뒤를 이었다. 다시 창업을 한다면 가장 중요하게 점검할 사항으로는 ‘시대적 트렌드에 맞는 아이템 선정’이 43.2%로 가장 높았으며 ‘입지·상권선정 전략’( 24%), ‘서비스 전략’(23%), ‘고객구매기호분석’(11.2%) 순으로 나타났다. 창업기간은 1년 미만이 37.6%, 2년 미만 27.4%, 6개월 미만 23%, 3년 미만 12%로 나타났다.
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은 “창업은 철저한 자신과의 싸움이며 최소한의 투자대비 수익성과 업종별 회전주기를 고려한 창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며 “유행 아이템보다는 고객집단이 큰 아이템이 불황기에 적당한 업종”이라고 말했다.
출처: 비즈타임즈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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