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일 아침 6시 40분.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 주택가 골목길 일대가 소란스러워졌다. 새벽 미사를 마치고 나온 신월동본당(주임 송명은 신부) '빗자루회' 회원들이 빗자루와 집게, 쓰레기봉투를 들고 성당 관할 구역 내 거리 청소에 나선 것.
빗자루회는 말 그대로 '청소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천주교 신월동성당' 글씨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본당 신자 130여 명은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며 숨어 있는 쓰레기를 일일이 집게로 집어 봉투에 담고 빗자루로 쓸어 모으느라 여념이 없었다.
매주일 아침마다 7개조로 나눠 골목길과 공원을 쓱싹쓱싹 비질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을 훌쩍 넘긴다. 거리를 쓸고 화단 속 나뭇가지 사이에 버려진 쓰레기를 청소하는 일이 만만치 않지만 청소하는 신자들의 모습에는 활기가 넘친다.
송명은 주임신부 제안으로 지난 1월말 발족한 '빗자루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신자들도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 회원들은 1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본당 신자가 아니라도 내 집 앞 골목길 청소에 참여하는 주민들도 많아졌다.
빗자루회 이종묵(바르나바) 회장은 "이른 아침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청소하는 기분이 너무 좋고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것 같다"며 "거리 청소는 신자들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성당의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위동과 공덕동본당 등 부임지마다 빗자루회를 만들어 온 송명은 주임신부는 "지역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막상 몸으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며 "빗자루를 들고 청소하며 땀을 흘려보면 이웃에 대한 봉사와 환경의 중요성 등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신월동본당은 또 8일 '주걱회'를 발족해 매주 목요일 저녁 관할 지역 내 홀몸 어르신 60여명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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