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세르게이 수로비킨 장군(왼쪽)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훈장을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잇다. EPA연합뉴스© 연합뉴스 러시아군 수뇌부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세르게이 수로비킨 장군이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수로비킨 장군은 우크라이나 전쟁 총사령관에 임명됐다가 지난 1월 경질됐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수로비킨이 바그너 그룹의 반란 계획을 알고 있었으며, 그가 무장 반란에 도움을 줬는지에 대해선 미 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가 반란을 묵인 내지 방조했거나 더 나아가 지원했다면 러시아군 엘리트 그룹 내에서도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학살 등 잔혹하기로 악명이 높아 ‘아마겟돈 장군’이라고 불리는 수로비킨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에 임명된 지 3개월 만인 지난 1월 경질됐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이 총사령관을 겸하게 되면서 수로비킨은 그를 보좌하는 부사령관으로 강등됐다. 수로비킨은 프리고진이 가장 지지해온 인물로, 그가 3개월 만에 경질되자 당시 영향력을 키우고 있던 바그너 그룹을 견제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수로비킨은 강등된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전 작전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군 내부에서도 계속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로비킨은 프리고진이 자신의 용병들을 이끌고 지난 23일 러시아 본토로 진입해 무장 반란을 시작하자 이를 중단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군에 맞서는 어떤 움직임도 중단하라면서 “국내 정치 상황이 악화되길 기다리는 러시아 적들의 손에 놀아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관리들은 수로비킨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것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의 해임 요구에 대해선 프리고진과 뜻을 같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고위 관리들은 NYT에 “수로비킨 외에 다른 러시아 장군들도 국방부 수장을 교체하려는 프리고진의 시도를 지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이 자신을 도울 것으로 믿지 않았다면 프리고진은 반란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이 러시아군의 방해 없이 주요 군사 거점을 점령하고 모스크바로 무장 진격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수로비킨 장군과 프리고진이 맺은 ‘동맹’ 때문인 것으로 미국 관리들은 파악하고 있다. 수로비킨 뿐만 아니라 블라디미르 알렉세예프 중장의 행보에도 의문점이 남는다. 그가 “이것은 쿠데타”라며 반란 중단을 공개적으로 촉구한 후 몇시간 뒤 바그너그룹은 그와 유누스벡 예프크로프 국방부 차관이 프리고진과 함께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당시는 러시아 정부가 반란 혐의로 프리고진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다만 이들이 프리고진에게 병력 철수를 설득하기 위해 로스토프나도누를 찾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반란 사태를 중재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프리고진과의 협상 과정을 소개하며 당시 프리고진과 함께 있던 예프크로프 차관이 전화를 바꿔줘 프리고진과 통화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NYT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공모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이상한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면서 “바그너 그룹이 너무 쉽게 로스토프나도누를 점령한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