躱悲(타비)
이양연(李亮淵:1771~1853)
본관은 전주. 자는 진숙(晉叔), 호는 임연(臨淵).
1830년(순조 30) 음보로 선공감청에 오른 뒤 도사· 호조참판을 거쳐 1852년 (철종 3) 동지 의금부사에 이르렀다.
시에 뛰어났으며, 시풍이 호매격렬 했으며, 문장은 전아하고 간고하였다.
특히 민요시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저서로는 『석담작해(石談酌海』 · 『가례비요(家禮備要)』 ·『상제집홀(喪祭集笏)』이 있다.
문을 들어서려다 도로 다시 나와
入門還出門 입문환출문
고개를 들고 바삐 여기저기 둘러보네
擧頭忙轉矚 거두망전촉
남쪽 기슭 산에는 살구꽃이 피었고
南岸山杏花 남안산행화
서쪽 물가 모래톱에는 해오라기 대여섯 마리
西洲鷺五六 서주로오육
*
아내를 잃고 같은 해에 둘째 아들마저 먼저 떠나보내고
슬픔과 상실감에 이 시를 썼다.
대놓고 울지도 못하고
그 아픔을 풀 길이 없다
금방이라도 저 문으로 들어올 것 같은
문을 열어 놓고
사방을 자세히 살펴봐도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 허탈감에
산기슭 살구꽃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물가 모래톱에 해오라기를 헤아려보기도 한다
잊으려고 발버둥 쳐도
금세 이름 부르며 달려올 것 같은 그리운 얼굴들
시 속에 숨어있는 슬픔에 마음이 젖어온다
누구나 닥칠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
살아있을 동안에 더 열심히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