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영국의 저명한 작가 찰스 디킨스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
두 명의 작가(카르멘 이그라 디디 & 랜들 라이트)가 그것을 기념하여 쓴 책이 바로 '올드 체셔 치즈 고양이'입니다.
150여년 전, 찰스 디킨스가 즐겨 찾던 올드 체셔 식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별난 고양이 스킬리와 더 별난 쥐 핍, 영국 왕실의 수호신 큰까마귀 몰드윈의 이야기는 정말 손에서 책을 떼어놓을 수 없게끔 만드네요. 휴....

올드 체셔 식당에는 쥐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입맛을 다시지도 않고, 오히려 메스꺼워하는 이상한 고양이 스킬리가 있어요.
더 이상한 건 치즈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린다는 거지요.
다른 고양이에게는 절대 밝힐 수 없는 치명적인 약점이어서 비밀로 하고 있지요.
스킬리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글자까지 읽을 줄 아는 별난 생쥐와 비밀스런 계약까지 맺어요.
또 다른 주인공 큰까마귀 몰드윈도 대단한 녀석이에요.
런던 탑에 갇혀 살다가 맘껏 날아보려다가 죽을 뻔한 큰까마귀도 고양이와 생쥐의 도움을 받아 탑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영국에서는 큰까마귀가 런던 탑을 떠나면 영국 왕실이 끝장난다는 전설 때문에 옛날부터 큰까마귀 날개의 깃털을 잘라 날지 못하게 만들고 탑에서 기른다고 해요.
우여곡절 끝에 큰까마귀는 런던 탑으로 돌아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수만 마리 쥐들의 활약이 빛을 발해요.
큰까마귀 때문에 은밀히 식당에 왔던 빅토리아 여왕은 이 식당의 치즈 맛을 보고 그 맛의 비결에 대해 궁금해 하는데...
그 비결이 참 재밌어요.
요리사로부터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집안의 비법이라는 말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맛의 비결이 바로 쥐 때문이라는 것,
쥐들이 숙성 과정에서 가장 맛있는 치즈를 먹는다는 것.
그럼 맛없는 치즈는 어떻게 하느냐는 여왕의 말에 요리사 크룸스는 "프랑스로 보냅니다"라고 대답해 여왕을 만족시켜 줍니다.(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엄청 사이가 안 좋았던 듯)
정말 재미있는 책입니다.
상상이 넘쳐 흐르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나는 정말로 상상력이 모자라는 작가구나.
어떻게 하면 상상력이 넘칠 수 있을까, 좌절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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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뿐만 아니라 찰스 디킨스도 좋아했던 올드 체셔 치즈!
『올드 체셔 치즈 고양이』의 두 작가는 찰스 디킨스가 생전에 즐겨 찾았던 올드 체셔 치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재로 올드 체셔 치즈는 1538년에 문을 열어 런던 대화재로 소실된 뒤 1667년에 다시 문을 열어 여전히 플릿 거리에 존재한다. ‘디킨스와 함께하는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작품 곳곳에 디킨스를 향한 오마주를 찾아 볼 수 있다. 잔인한 식칼에 가족을 잃은 쥐 핍은 『위대한 유산』에서 부모님을 여의고 누나 밑에서 자라는 ‘필립’의 변형이며, 넬도 『골동품 가게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름이다. ‘최고이자 최악의 시대였다’는 『두 도시 이야기』의 첫 구절이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 디킨스의 친구로 나오는 영국의 대문호 윌키 콜린스, 윌리엄 새커리 등 당시 시대상을 짐작케 하는 인물들의 등장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런 장치들은 독자들이 마치 실제 디킨스와 함께 올드 체셔 치즈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배리 모저의 섬세한 그림은 런던 플릿 거리에 있는 올드 체셔 치즈 식당과 쥐, 고양이 등 등장인물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