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5. 달날. 날씨: 구름이 해를 가릴 때도 있지만 해가 나기도 해서 더운 듯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이다.
다 함께 아침열기-대야미 논 다녀오기(1,4,6학년)-시 쓰기-점심-청소-관악산 용마골 솔잎 따기-마침회-교사회의
[벼 한살이와 솔잎 따기]
8시 못되어 학교에 들어서니 성범어머니가 학교 청소를 하고 나오네요. 부모님들 덕분에 학교가 깨끗합니다. 일찍 온 민혁이가 선생을 보자
아침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선생님 오늘 아침에 진짜 일찍 일어났거든요."
"아 지안이 누나 여행 가느라 일찍 일어난 거야."
"아니요. 일찍 일어났는데 다시 잤어요. 그런데 또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진짜 일찍 온거예요."
"아 선생님은 지안이 누나 자람여행 때문에 일찍 일어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에요. 아버지가 깨웠거든요. 그래서 일찍 왔어요."
일찍 학교에 왔다는 이야기인데 1학년답게 참 끈기있고 즐겁게 설명을 하는 민혁입니다.
노래와 시, 이야기가 있고, 한 주 공부와 하루 흐름을 살피며 손뼉을 치고 집중할 때를 찾는 다 함께 아침열기 시간입니다. 감기가 심해
못 나온 허아람 선생, 오늘부터 닷새 동안 제주도로 걷기 자람여행을 떠난 5학년 아이들과 송순옥 선생, 최명희 선생이 없으니 티가 확 나네요.
1층 강당이 아주 넓어보입니다. 조한별 선생 부탁으로 오랜만에 아침열기를 이끄는데 주말 들살이 뒤 달날이라 그런지 피곤해 보이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아픈 사람들 손들어보라니 감기 걸린 어린이들이 삼 분의 일을 넘어가네요. 인채인준이랑 나윤병찬이는 감기 때문에 낮에 일찍 가기로
했어요. 내일 헤엄 수업에 빠지는 어린이가 많겠다 싶습니다. 선생들도 반 넘게 감기 걸렸으니 조만간에 다른 사람들도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기가 와도 크게 아프지 않도록 잘 씻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누면 몸을 지키는 면역력을 길러진다 말하는데 그래도 한 동안 감기가
돌긴 하겠어요. 글모음을 꺼내 읽어주고 예전 9월에는 어찌 살았나 가늠해봅니다. 자람여행을 떠난 5학년들이 1학년때 쓴 독후감상문 글이 나오고,
지난해 5학년 자람여행을 다녀온 6학년 글을 읽었어요. 우리 글모음은 때를 알려주고 때마다 철마다 공부한 것들이 가득해 자꾸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나온 글모임이 어느새 28권입니다. 놀기 좋은 가을이지만 좋은 책을 자주 읽자는 말과 함께 임길택
선생님 가을걷이 시를 읽고 아침열기를 마칩니다.
오늘과 내일 이틀 나눠서 대야미 논에 가기로 해서 1, 4, 6학년이 대야미 논에 닿으니 김재규 선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심은 토종 벼가 세 가지로 자라는 게 다 다르네요. 더 키 큰 녀석들은 찰벼라고 하고 보통으로 자란 벼는 멧벼라고 합니다. 벼꽃이 아침 10시부터
12시에만 핀다는 것, 벼에 나는 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것, 벼가 물 속에서 산소를 먹었는데 지금은 물을 빼서 공기중 산소를 먹는
중이라는 것, 논에 있는 거미와 사마귀가 벌레를 잡아준다는 것, 우렁이가 풀을 잡아줘서 좋기는 한데 외국에서 들여온 거라 생태계를 어지럽혀
내년부터는 우렁이 대신 왕겨와 사람 손으로 논 풀을 잡아야겠다는 말을 김재규 선생이 아이들에게 들려줍니다. 아이들은 우렁이와 벌레에 관심이
많습니다. 김재규 선생이 잡아 준 우렁이와 빨간 우렁이알이 아이들을 즐겁게 하네요. 10월 벼베기를 앞두고 우리가 심은 모가 어떻게 벼로
익어가는지 벼 한살이를 제대로 겪어보고 있습니다. 7년째 짓는 논농사이지만 언제나 새로운데 대야미 토종벼 농사는 더욱 새로운 경험입니다. 이 주
뒤면 10월 벼베는 날을 잡을 수 있겠습니다. 학교로 돌아와 1학년은 자유롭게 놀고, 4, 6학년은 논에 다녀온 느낌을 짧게 쓰는 걸로 오전 공부를
마칩니다.
낮 몸놀이 시간에는 다음 주 솔떡빚기에 쓸 솔잎을 따러 관악산에 갔어요. 여기 저기 둘러않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솔잎을 따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모두 솔잎 따는 일을 정말 잘하네요. 골짜기 물이 졸졸 흐르니 물놀이 하고 싶은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동규는 용마골에 들어서자마자
물놀이 하는 거 아니냐며 묻습니다. 시원하게 발 담그며 놀다 솔잎 따다 다시 놀다 보니 학교로 돌아갈 때입니다. 솔잎을 따느라 손에 끈적이는
송진이 묻었네요. 달날에는 차분하게 책을 읽고 다 함께 몸을 푸는 놀이를 하곤 했는데 오전 오후 줄곧 바깥 활동을 하다보니 아침열기와 마침회
시간이 차분합니다. 청귤청 단지를 열어보니 설탕이 모두 녹고 냄새가 참 좋습니다.
학교 마치고 권진숙 선생과 막걸리를 빚었습니다. 두 번째 실습인 셈인데 점심 때 쌀을 불려놓고 누룩 채비도 해놔서 고두밥을 지어 먼저
발효시킨 누룩과 잘 섞으면 됩니다. 항아리 소독을 하는 것까지 잠깐 일이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일은 분명합니다. 집에 있던 찹쌀이 막걸리로 변하니
그것도 좋습니다. 우리 누룩이 완성되기 전에 누룩 스승에게 받은 귀한 누룩이 얼마되지 않아 두 번 정도 연습할 수 있습니다. 9월 말에 우리
누룩이 완성되면 10월에 식구들과 마을에서 막걸리를 담을 수 있지 싶어요. 날마다 아이들과 함께 누룩을 관찰하고 냄새를 맡아보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누룩마다 냄새가 다르고 만졌을 때 온도, 품온이 다릅니다. 열이 펄펄 나는 녀석 둘과 이제 달궈지는 녀석 둘, 과정을 모두 거치고 다시
차가워진 녀석 둘이 아침 저녁으로 인사를 받습니다.
첫댓글 학교 글모음집이 지난 11년간 벌써 28권이군요...
새로운 친환경농법의 논에서 10월 벼베기도 기다려지는군요.
솔잎따는 풍경에 한가위가 성큼 다가와 있네요.
10월 마을에서 막걸리 담기 너무 기다려 집니다. 그리고 문득 떠 오르는 박목월님 시 한 편.
나그네
-술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지훈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南道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