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4개의 종합편성채널(종편)이 방송을 시작한 지 2년이 되면서 내년 2월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승인 취소 사유가 충분하다'는 종편 부실 방송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부 종편 탈락설'이 대두되는 상황까지 왔다.
지난 15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한 국정감사도 '종편 국감'이라고 할 정도로 종편이 뜨거운 쟁점이었다. 종편들의 방송 편성을 보면 종편 대부분이 승인 조건과 동떨어지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해야 마땅하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종편에 대한 질의가 집중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종편은 제작비 문제로 보도물 이외에 드라마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은 시늉만 내고 재방송으로 때우는 실정이다.
▲ 종편 4사가 내년 초 재승인 심사에서 모두 다 살아남기 어렵다는 관측이 대두되면서 '태생부터 위법'이라는 종편들이 '서로 죽이기'에 나서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보도전문채널 같은 종편 편성
이날 국감에서 여러 의원들이 종편의 파행·저질 방송을 문제삼았다. 종합편성을 한다는 방송이면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이 편성돼 방송을 해야 하는데 종합편성은커녕, 방영되는 프로그램에서 저질· 막말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편성이 보도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치중됐다는 점이다. 현재 조선일보가 하는 TV조선이나 동아일보가 하는 채널A는 보도프로그램이 거의 절반, 유사 보도프로그램까지 합하면 거의 90% 정도여서 '보도전문 채널'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방송하면 방송 승인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재승인에 탈락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여기에 막말 파문· 편파 방송· 저질 방송 등의 비판은 기본으로 따라붙고 있다. 종편을 4개나 허용하면서 기대했던 일자리 창출 등 '종편 효과'도 거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작에 투자할 돈이 부족한 상태에서 종합편성 방송을 흉내내려니 무리수가 따를 수밖에 없다. 보도프로그램 말고 돈 많이 드는 드라마는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하다못해 방송 승인 받을 때 어린이 프로그램 정도는 이것저것 하겠다고 계획서를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진 게 없는 실정이다.
없던 어린이프로그램, 갑자기 새벽 편성
최근 일부 종편들은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어린이 프로그램도 방송하지 않는다면서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이행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공문을 받고 나서 급히 어린이 프로그램을 편성하기는 했다. 하지만 새벽 3, 4시에 방영되고 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국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TV조선은 새벽 3시30분에 <어린이특선다큐>를, 새벽 4시에 <꼬마버스 타요 시즌2>, 새벽 4시50분에 <무무와 푸푸>를 방송하고 있다. TV조선은 2년 전 지상파에서 내보냈던 어린이 프로그램을 구매해 방송하는 꼼수마저 부리고 있다. 당초 사업계획서에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연간 전체 방송시간 대비 8.9% 편성했었다는데 이 모양이다.
채널A도 비슷하다. 새벽 시간대에 <어린이과학교실>(3시30분), <동화 속 과학탐험>(5시), <햄콩이 음악대>(5시30분)가 방영된다.
종편이 이렇게 부실운영되는 것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근본적으로 무더기 승인된 것이 종편의 부실화를 초래한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사실 종합편성 채널은 승인 심사 때부터 독자 생존이 가능하려면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한 개도 힘들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4개가 한꺼번에 승인됐다. 현실적으로 광고로 유지되어야 하는 상황인데, 공중파 방송도 광고로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편까지 가세한 상황이라 프로그램에 투자할 자금이 태부족일 수밖에 없다.
방통위도 "종편, 너무 많기는 많아"
현재의 종편들이 문제가 많다는 비판에 대해 극구 종편을 감싸고 돌던 방송통신위원회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국감 답변에서 "당초 2개 정도 될 것으로 기대했던 종편이 4개가 선정돼 경쟁이 치열해졌고, 광고 상황도 나빠 투자가 위축됐다"면서 "장르의 다양성이나 재방, 막말 등은 문제점"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부실 방송을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할 요인으로 보고 있는 것같지는 않다. 종편이 출범한 지 얼마 안되고, 재정이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자립기반을 갖출 때까지 밀어주어야 할 때이고, 더 지켜봐야 할 때라는 것이 이 위원장의 평소 지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감에서도 이 위원장은 "종편이 지금은 값싼 토론 형식의 보도채널로 기울고 있어 다양한 장르에 투자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다만 이 위원장도 종편이 난립해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방송계에서는 "내년 종편 심사 때 최소한 한 개 이상은 탈락할 수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탈락하는 종편이 나온다면, 그 기준은 애초 승인 심사를 하기 위해 주주를 구성할 때의 위법 사항이 될 가능성이 큰 것을 보인다. 종편들이 자금을 끌어들일 때부터 이미 위법한 구성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갈수록 이런 의혹이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 구성에서 일부 종편은 신문사 소유지분 한도를 넘어 투자하기 위해 우회 투자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또다른 종편은 주주현황을 공개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이를 거부하는 소송을 내 더 큰 의혹을 사고 있다.
재승인 심사에서 한두 곳은 탈락 종편이 나올 가능성이 대두되자, 종편끼리 '서로 죽이기'에 나서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편파 방송 문제에서 가장 비판을 많이 받는 종편이 주주구성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된 종편 관련 기사를 비중있게 다루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태생부터 위법'이라는 종편들에 대한 재승인 심사가 언론시민단체들이 우려하듯 또다시 '봐주기'나 '요식행위'로 끝날지, 일부 종편이 정리되는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