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시간이 난 날,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의 숨은 산들을 찾아 나섰다.
고성군 동해면의 장군산과 노인산, 그리고 ‘옛성’이라고만 나오는 성지(城址)탐방이다.
이 산들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오른 국도 77호선을 지난다.
창원시 진전면 창포리~고성군 동해면 양촌리로 이어지는 길로 동진교를 지나면서 작은 어촌과 포구들이 정겨운 바닷길이다.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이 드라이브도 하고 포구에 앉아 낚시도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장군산(將軍山)은 장군이 갑옷을 입고 진해만을 바라보는 형상이라 하여 부르는 이름이고, 노인산(老人山)은 노인이 허리를 구부정하게 작지를 짚고 있는 형상이라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 두 산은 외산리 좌부천에서 내산리로 넘어가는 고갯길의 ‘동해청소년학교’를 경계로 좌우로 갈라진다.
300m도 채 되지않는 이 두 산은 '오대산 노인봉' 보다 큰 이름(산>봉)이고, 전국의 '장군봉' 보다 큰 이름(산>봉)이다.
"어디 아무데나 '봉'보다 격이 높은 '산'이란 이름을 붙인 건 아니겠지."자위하였다.
좌부천(佐夫川)마을은 당항포해전시(임진왜란) 방어 및 보급기지의 전략적 요충지로 주민들이 의병(夫)들에게 많은 도움(佐)을 주었다 하여 좌부(佐夫)라 하였고, 또 마을 앞바다가 내(川)처럼 생겨 좌부천이라 하였다.
나는 원점회귀를 위하여 도로가 휘어지는 ‘동해참숯찜질방’에서 임도를 통해 장군산부터 올랐고, 노인산에선 좌부천마을로 내려왔다.
좌부천마을에는 동제(洞祭)를 지내는 당산나무가 있고, 그 밑에는 80kg이 넘는 공깃돌 같은 커다란 ‘들돌’이 있다.
임란때 이순신 장군의 병사들이 이 돌을 어깨 위로 들어 넘기며 힘자랑을 하였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 산행을 마치면 지형도에 ‘옛성(109.6m)’이라고만 나오는 검포마을 뒷산을 가야한다.
차량이동(6~7km)하여 검포마을회관(검포공원) 주차장에 차를 댄 뒤 동해초교 옆 반시계 방향으로 올랐다.
검포(檢浦)마을은 임진왜란때 마을앞 수양산(垂陽山)과 마을뒤 우산(牛山)사이의 지형이 왜적이 통행할 수 있는 요새지여서 출입자를 통제하는 아군의 검문소가 있었다 하여 부른 이름이다.
나지막한 ‘옛성터(古城址)’ 너른 공터에는 영문 모르는 개발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아무리 둘러 보아도 성곽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이리저리 자료를 뒤적여 봤다.
지형도엔 그저 ‘옛성’으로만 나오고, 어떤 자료에는 ‘우산(牛山)’과 ‘공동산’으로 나타나지만 긴가민가하다.
이 옛성은 그저 ‘양촌리 성터(城址)’.'동해면 양촌리 산 176번지’의 9부능선에 약 700m의 퇴뫼식 토석혼축(土石混築)으로 축성되었으나 그 연대는 알 수 없다.
출토된 토기편으로 보아 내산리·양촌리의 소가야시대 고분군과 같은 시대에 축성된 성이 아닐까 추정할 뿐이다.
성터가 있는 위치는 고성의 동쪽 끝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반도의 입구부분으로 북쪽은 당항만, 동쪽은 진해만, 남쪽은 거제만에 접하는 남해안의 요충지대다.
성의 형태는 반월형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약간 길게 축조되어 있고, 입구는 남쪽 계곡에 있으며 성 안팎에 송림과 잡목이 우거져 있다.
차량이동 중에 보이는 고분군(古墳群)은 ‘내산리 고분군(유적 제120호)’.
내산리 적포만(赤浦灣) 해안일대와 수양산 구릉지대에 군재(群在)하는 36기의 큰 봉토분(封土墳)으로서 원래는 백여기가 있었다 한다.
발굴된 토기편의 특징으로 보아 가야지역의 것과 같으며, 고분지역의 대부분이 전·답 사이와 야산에 분봉이 큰 것만 남아있다.
1) 장군산과 노인산 산행 후 차량 이동하여 2) 옛성 답사.
좌부천(동해참숯찜질방) 원점회귀로 7km가 조금 안되는 거리에 3시간 30분쯤 걸렸다.
장군산과 노인산은 동해청소년학교를 경계로 갈라져 있다.
차량 이동한 뒤 검포마을회관(검포공원)을 원점회귀로 반시계 방향의 옛성 답사.
약 2.5km에 1시간쯤 걸렸다.
<산길샘 앱>
미리 준비한 표지기. 이름에서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네비에는 '동해참숯찜질방'을 입력하여 곡각지점 길가...
노인산이 올려다 보이는 빈터에 주차를 하였다. 오목하게 또아리를 튼 마을은 좌부천.
황토색 건물이 '동해참숯찜질방'이지만 임도는 동해참숯 뒤에 숨어있다.
화살표 방향 잠긴 문을 산으로 비켜올라...
들어간 뒤 돌아본 모습. 자기들 사유지가 있는지 아예 잠궈놨으니, 그 심뽀하곤..ㅉㅉ
산허리를 관통하는 비포장 임도는...
편백나무가 식재된 힐링의 숲.
길가 코팅지는 '소담수목원'으로...
좌측 '소담수목원'에서 올라오는 길을 표시한 듯.
얼마뒤 주의를 기울여 네이버 지도에 등로가 그어진 산길을 확인.
흔적을 따라 올라보았으나 가파르기도 하였지만 험로라 되내려오고 말았다. 좀더 임도를 따르다 능선으로 붙기로 하였다.
10여분 뒤 임도고개를 300여m 앞두고 우측으로 낮게 능선이 내려와 있는 게 보인다.흑색 화살표로 오르면 표고 10여m를 2~30여m만 오르면 능선에 붙을 수 있을 것.
그렇게 능선에 올라섰다.
무슨 표지긴지 사진에 담아와서 확인해보니 당포만 건너 창원시 호암산 아래 시락리에 막개골이 보인다.직선거리는 얼마되지 않지만 행정구역도 틀리는 그 곳(창원)과 바다건너 여기(고성)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능선은 선명한 길.
묘지가 있는 곳이 장군산. 나는 묵묘인 줄 알았으나 주위의 나무를 전부 벌목을 한 걸로 보아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
서명을 한 '將軍山' 표지기를 걸었다.
베어진 나무에 매달린 '여영모임'의 표식기도 떼어 함께 걸었다.
꺾어진 나무에서 생강나무꽃(?).
더 진행하다 눈길가는 선홍색 진달래.
살짝 조망이 트이며 바다건너 당끄래마을.
앉을 바위가 쉼자리를 제공하는 곳
그런 뒤 'ㅏ'자 갈림길. 그대로 직진 내려가면 범바위골 적포 방향이어서 우측으로 꺾어야 한다.
그 좌측 옆에 묘가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펑퍼짐한 능선은 이내...
고개마루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왁자하는 고함소리가 올라오는 게...
저 밑 '동해청소년학교' 아이들이 운동하는 소리였다.
고갯마루에는 '하늘꿈 교회'와 '횃불인성대안학교' 안내판이 있다.
사진을 살짝 당겨본 모습.
포장임도를 크로스하여 이름모를 나무가 식재된 능선을 따른다.
노란 꽃은 산수윤지 생강나문지? 동네에 있으면 산수유, 산에 있으면 생강나무라는 막연한 지식만 갖고 무슨 구별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확인하니 산수유가 확실하다. 작년에 열렸던 산수유 열매가 그대로 말라붙어 있지 아니한가?
묵묘가 있는 봉우리는 151.5m봉.
진행방향으로 구부정한 노인봉?
우측 잡목사이 좁은 해수로에 똬리를 튼 좌부천 마을. 임진왜란시 당항포해전의 현장이다.
능선은 더욱 선명.
아무도 찾지 않는 산중에 핏빛 동백이 홀로 피었다.
동백.
너댓그루의 동백나무는 이장하여 주인없는 묘지를 끝내 지키고 있었다.
돌무더기가 흘러내린...
산정은...
삼각점이 있는 노인산.
안내판엔 높이(표고)가 272.3m.
서명을 한 표지기를 건 뒤...
카메라를 키작은 삼각대에 거취한 뒤 기념사진.
그리곤 바위 위에 걸터 앉아 매실주에 빵조각으로 정상식·주.
노인산에서 하강한 뒤 살짝 올라선 봉우리(약 210m)에는...
부러진 나무가 등로를 가로막으며 '좌부천은 이 길이 아니에요.'를 알리고, 좌측 나무둥치엔 돌멩이 몇개가 얹혀있어 표식이 되고 있다.좌부천 원점회귀를 위하여 우로 90도 꺾어...
잡목사이를 헤집고 내려선다.
잡목과 낙엽 쌓인 지능선.
인위적인 돌담이 보여...
가까이 다가 갔더니 '달성 배씨' 비석이지만 두 기의 무덤은 이미 묵은 지 오래되어 자연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
바로 아래에 민가가 보이지만 잡목이 앞을 막는다.
잡목을 헤치며 내려서서...
뒤돌아본 내가 내려온 산자락.
다시 돌아보는 동선.
좌측 민가처럼 생긴 곳은 약사암인 듯. 지형도엔 천지암으로 나와 있다.
바다 멀리 붉은 색 다리는 동진교. 동진교를 건너저마자 능선으로 올라 노인산까지 할 수 있을 것.능선 중간의 잘록한 곳은 임도가 지나가는 곳.
마을길 우측에 노거수가 보여 다가갔더니...
당산나무 아래에 커다란 공깃돌 같은 '들돌'과 그 밑에 안내판이 있다.
들돌의 무게가 85kg이라고 하니 쌀 한 가마쯤 되는 듯.
느티나무의 나이는 400살이 넘었고, 키가 25m.
차도에 내려서기전 마주 보이는 장군산.
동진교와 전붓대 뒤로 임도 잘록이. 그리고 임도를 따르다 능선으로 올라선 지점(▽).
내가 내려온 길의 약사암 표지판.
차량회수를 위하여 좌부천마을을 지나고...
좌부천마을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는다.
장군산(좌)과 노인산(우) 중간의 잘록한 곳에...
'동해청소년학교'와 '횃불인성대안학교'가 있다.
'동해참숯찜질방' 우측 잠긴 문 뒤로 아까 내가 올라간 임도가 숨어있다.
'옛성' 탐방을 위하여 검포마을로 차량이동하면서 길 옆 해안가에 차를 댔다.'장군(산)'이 큰 칼 차고 내려다 보는 해안가에는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뭔가를 잡고 있는 듯 평화롭다.
차량이동 중 커다란 분봉의 고분군을 접한다. 가야시대의 고분군이란다.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는 나는 뜻밖이었다. 고분군 뒤로 솟은 봉우리는 수양산.
곧 커다란 주차장이 있는 '옛성탐방'의 기·종점인 '검포마을회관'에 닿았고...
그곳엔 검포공원(검포 전통마을숲)이 있다.
마을은 400여년이 되었다 하고...
숲은 300년쯤 되었다 한다.
서둘러 동해초교를 지나...
동해초교가 끝나는 곳에서 좌측 화살표 방향...
동해암 가는 길로 꺾어...
도랑을 건너니 정면으로 옛성이 있는 나즈막한 봉우리가 보인다.
마지막 민가를 지나 산자락으로 붙는 길은...
산판길 수준.
산허리를 휘어 돌며...
성터까지 산판길은 올라왔다.
우측으로 건너다 보이는 금방 다녀온 노인산과 장군산.
옛성터는 아주 널따란 공터로...
성이 있었던 자린가 보다.
다시 건너다 보는 노인산과 장군산.
제일 높은 곳의 소나무 한 그루.
그 소나무에 준비해 온 '옛성 109.6' 표지기를 걸었다.
그런 뒤 성곽의 흔적을 찾아 둘레를 살펴보았으나 대강의 윤곽만 짐작될 뿐 흔적이 없다.토석혼축(土石混築)이라더니 성돌은 모두 사라지고, 토성의 흔적만 남았는가?
빽빽한 소나무 능선을 따라...
연이은 묵묘와 계단식 묵밭을 내려서면...
해저문 능선 끝자락의 '검포선착장'.
검은 물결 일렁이는 선착장은 낭떠러지 절개지여서 내려설 수 없어.
우측으로 2~30m 이동한 뒤 좁은 골(谷)을 따라 바다로 내려선다.
널따란 암반을 이룬 해안은 길이 끊어진 곳.
해저문 해안엔 검은 적막만 감돈다.
내가 내려선 골(협곡)을 돌아보다...
등산화에 부스러지는 소리가 들려 밑을 내려다 보니 해변 암반에 부어 놓은 듯 고동이 깔려 있다. 내 어릴 때 우리 고향 앞바다에서 많이 주었던 기억이 있다.
내려온 지점을 돌아보다...
다시 해질녘을 쳐다본다.
내가 내려서려다 둘러 돌아간 낭떠러지 절개지.
차량회수를 위하여...
검포마을 숲길을 따라...
잘 조성된 공원을 걷는다.
운동기구가 마련된 공원.
널따란 주차장은 텅 비었다.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Conquest of Happiness)'이란 책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꾸만 방황하는 나의 영혼을 위하여 다시 집어든 책으로 그 속엔 이런 구절이 있다.
<- - - 절망의 늪에 빠져 어떤 만족도 추구하지 않으면서, 기분전환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쾌락'의 광신자가 된다.
그는 자신의 생명력을 줄여서라도 고통스러운 삶을 견디려고 한다.
예를 들어 술에 취하는 것은 일시적인 자살이나 다름없다.
술에 취해서 누리는 행복은 불행을 잠시 중단시키는 데서 오는 순간적이고 소극적인 행복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