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극화시대, 한국의 길을 묻다
"맹목적 미국 추종 외교 끝내야"… 전작권·해륙복합화·안보한국화 집중 제기
-이해영 이사장, "기술·공급망 자산 무기로 '공간 관리 모델'로 전략 자율성 확보해야
-한설 준장, "재래식 군사우위 한계… 한반도 안보의 자주성 실현" 촉구
-문장렬 교수, "전작권 환수 시한 독자 결정해 미국에 통보하는 결단 필요"
-성원용 교수, "남북철도 연결, 러시아 북극횡단회랑과 융합하는 대전략 짜야"
다극화포럼(이사장 이해영)이 송영길·이용선·부승찬 의원실과 공동으로 주최한 국회 심포지엄 패권시대의 종식과 한국의 주권, 어떻게 지킬 것인가 – 다극화 세계와 대한민국 주권·안보 대전략>이 지난 7월 1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미국 중심의 단극 패권 체제가 무너지고 다극화 블록으로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대전환기를 맞아, 한반도가 처한 안보적 예속 상태를 극복하고 주권과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축사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보다 분명한 국가이익 중심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주한미군 기지 반환 문제 등을 언급하며, 자주국방과 자주적 국정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1섹션]
미·중 패권 균열 속 한국 외교의 새로운 생존 무기, ‘경제·기술 공간 관리’
“동맹의 맹목적 추종에서 벗어나 핵심 공급망을 외교적 방패와 창으로 삼아야”
첫번째 발제에 나선 이해영 다극화포럼 이사장(한신대 교수)은 오늘날 세계 정세가 '자본 주도 세계화'에서 '주권 기반 다극화'로 이행하는 거대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이사장은 "한미동맹을 맹목적으로 신성시하는 '동맹의 종교화'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가 제시했던 '동북아균형자론'의 자주적 핵심을 계승하되 현 다극 현실에 맞게 정교화한 '한국형 전략적 자율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오늘날 한국은 세계적인 방산 수출국이자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의 핵심 노드를 쥐고 있는 강국이라는 진단이다. 그는 "이러한 '대체 불가능한 기술적 비대칭 자산'을 적극적인 외교적 방패이자 협상카드로 삼아 강대국의 일방적 압박 속에서도 독자적 영토를 넓히는 '공간 관리(Space Management)' 전략과 중견국 간의 느슨한 다자 연대를 가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토론을 맡은 문희정 국제정치평론가는 현실적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보완책을 제시했다. 문 평론가는 "전략적 자율성이 동맹을 파기하거나 이탈하자는 극단적 구호로 흐르면 내외부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다"며 "한미동맹이라는 상수 안에서 우리의 협상력과 정책 선택권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동맹 내 자율성(Autonomy within Alliance)'으로 정교화하여 초당적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2섹션]
붕괴하는 미국의 일극 안보우산… ‘한반도 안보의 한국화’가 답이다
“조선 핵보유 기정사실화된 국면, 재래식 군사우위와 확장억제 미몽에서 깨어나야”
두 번째 발제에서 한설 예비역 육군 준장은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을 사실상 미국 일극 패권 붕괴를 가리키는 하나의 거대한 '제3차 세계대전'으로 규정했다. 한 준장은 "천문학적인 국채 이자가 국방비를 상회하는 미국의 '재정적 오버스트레치(Imperial Overstretch)' 현상과 현대전 흐름을 놓친 미국의 군사적 한계가 중동과 유럽 전장에서 명확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한반도 안보 지형과 관련해 "조선(북한)이 이미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립한 상황에서 3축 체제나 확장억제 같은 재래식 무기 경쟁으로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은 군비 경쟁과 안보 불안만 가중시킬 뿐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외부 세력의 의도에 끌려다니는 외교를 중단하고, 대한민국이 주체가 되어 남북 간 대화와 군비통제를 주도하는 '한반도 안보의 한국화'를 유일한 실질적 평화 해법으로 제시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류경완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 이사장은 현 정부의 외교 노선을 강하게 성토했다. 류 이사장은 "세계 안보·경제의 축이 서구 중심에서 글로벌 사우스와 유라시아 대륙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대서양 연대의 하위 파트너를 자처하며 우크라이나 우회 지원 등에 가담하고 조·중·러·이란 동맹을 동시 적대화하는 것은 국가 안보를 벼랑 끝으로 모는 '최악의 자해 외교'"라고 경고하며 안보 기조의 전면 수정을 촉구했다.
[제3섹션]
작전통제권, ‘조건’의 덫에서 벗어나 ‘독자적 시한 통보’로 즉각 환수해야
“한미일 삼각동맹에 군사 주권 저당 잡혀… 유엔사 완전 해체하고 다자 평화유지군 체제로”
세 번째 세션은 군사 주권의 핵심이자 모든 외교·안보 모순의 뿌리로 지목된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발제를 맡은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는 "평시 작통권 환수마저 CODA(연합권한위임)라는 독소 조항으로 인해 껍데기뿐인 상태"라며 "미국이 내세운 '조건에 기초한 전환(COTP)' 프레임은 객관적 검증이 불가능한 영구 지연책에 불과하다"고 직격했다.
문 교수는 미국 정·군부와 미 의회의 국가방수권법(NDAA) 등 조직적인 전환 방해 움직임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의 독자적인 군사력과 국방비 수준이 충분함을 근거로, 미국과의 합의가 지연될 경우 독자적으로 환수 시한을 결정해 연합사령관에게 서한으로 공식 통보하는 단호한 주권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토론을 진행한 이재윤 다극화포럼 편집위원은 더욱 심각한 지정학적 위험성을 제기했다. 이 위원은 "유엔사와 연합사 간의 지휘 관계를 다룬 '전략지시' 비공개 합의 구조로 인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국이 유엔사를 미래연합사의 상위 통제 기구로 군림시켜 한국군을 영구히 종속시킬 우려가 크다"고 폭로했다.
또한 "미 의회가 NDAA를 통해 전작권 전환의 전제 조건으로 '일본과의 협의'를 명시한 것은 한국을 미·일 안보 동맹의 하위 축으로 묶어 대만 해협 등 해외 분쟁에 강제 연루시키려는 거대한 포석"이라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 유엔사를 소멸시키고, 북·중·러·일을 망라하는 '다자 평화유지군(MPKF) 체제'로 과감히 이행할 것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제4섹션]
남북 철도 복원, ‘유라시아 해륙복합운송망’과 융합하는 대전략으로 진화해야
“두만강은 동북아 물류 대변혁의 결절점… 부산항 중심 해양국가서 ‘해륙복합국가’로 도약할 때”
마지막 세션은 공간 지리적 대전환과 한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대안이 다뤄졌다. 발제자인 성원용 인천대 교수(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는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의 경제적 생존선이 아시아와 글로벌 사우스 중심의 동·남향으로 수직 이동하면서 북극항로와 남북 국제운송회랑의 무게중심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기존에 별개의 남북 경제협력 사업으로 취급되던 '철의 실크로드'(남북 철도 연결 및 현대화) 구상을 이제 러시아의 '북극횡단운송회랑(TATC)'및 중앙아시아의 '중부회랑(Middle Corridor)'과 다각도로 유기 연계하는 복합적인 해륙(海陸) 공간 대전략으로 패러다임을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정토론을 맡은 김창현 뉴스토마토 K평화연구원장은 최근 북·중·러 국경 개통과 두만강 공동개발 선언이 갖는 거대한 지정학적 의미를 짚어냈다. 김 원장은 "두만강은 이제 분단의 끝이 아니라 유라시아 경제권과 연결되는 새로운 물류의 시작점"이라며 "대한민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부산항 중심의 일차원적인 '해양국가'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었으나, 공급망 다변화가 절실한 다극화 시대에는 대륙과 해양의 이점을 동시에 누리는 '해륙복합국가(Land-Sea Hybrid State) 전략'으로 영토를 전 방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로어 열띤 질문과 공방]
“실질적인 서민 서민경제·PF 위기에도 유일한 탈출구”
발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참관한 시민들과 주최 측 간의 실질적인 정책 효용성에 대한 날 선 질문이 오갔다.
특히 한 참석자가 "현재 고금리와 건설 원가 폭등으로 인해 미분양 아파트 시장이 고사하고 자금 PF 경색이 극에 달해 내수 서민경제가 말이 아니다. 거시적인 주권 담론이 당장 민생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자, 김창현 원장과 성원용 교수는 다음과 같이 명확한 해법을 제시했다.
"현재 국내 주택 건설 시장을 직격한 고유가와 인건비·원자재 상승, 높은 이자율은 대한민국이 미국의 일방적 대러시아·중동 제재에 맹목적으로 동조하며 자해적 고비용 구조를 그대로 수용한 경제적 대가다.
만약 우리가 전략적 자율성을 통해 러시아의 값싼 시베리아 가스·오일 직도입선을 열고, 유라시아 철도와 북방 물류 개발에 진출한다면 건설 엔지니어링 시장의 거대한 돌파구가 마련된다. 거시적 주권과 실리 외교는 결국 우리 서민들의 지갑과 기업들의 자금줄을 지키는 가장 실질적인 민생 안보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