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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개최하는 부산교대 2기 제55회 총회를 기다리며
이학원: 부산교육대학교 제2회 졸업
1. 부산교대 2기 제54회 우정의 밤(2018년 5월 10일• 11일)
- 해운대 마리나센터 4층 블루키친 대 연회장• 경주 감포만에서-
침실에서 내다 본 해운대 앞바다
제54회 동기회 최흥순 회장단(이상순,황규호, 박연남, 장희경 동기)과
제55회 동기회 최성규 회장단(최상윤,김중용, 김태영, 조혜자, 윤미순, 문승자 동기)
동기 어깨에 손을 얹고 원무를 추는 동안 동기들은 어느새 한 마음이 되고, 희열로 가득찬다.
찌릿 찌릿하다. 동기들이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감격해서 눈물을 보이는 동기도 있었다.
곱고 예쁜 동기들아! 오래 오래 건강하길 빈다.
신종수, 권명석, 김희대자, 류재일, 임정남 동기들이 즐거운 얼굴로 동기들의 건강을 비는 모습이다.
신기석 동기는 정해근 동기와 더불어 우정의 밤 분위기 메이커 맨 일등공신이다. 100년 된 태백산 산삼을 달여먹은 신 기석 동기는 언제나 기운이 펄펄나는 청춘이다. 신기석 동기의 멋진 손가락 춤에 허말자 동기도 손가락 춤으로 호응하며 분위기를 익히고 있다.
저 멀리 김정태, 윤연희, 정갑정, 정해근, 김중용, 박영보,이상순 동기들이 원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조혜자, 이희영, 배민수, 정경자, 정해근, 황근희, 김중용, 정갑정 동기들이 정답게 웃고 있다. 그래, 우리 같이 춤 추자! 응?
그래! 그래! 춤이 별 것가! 예쁜 스카프 목도리를 하고, 환하게 웃는 배민수 동기를 보니 춤 출 맛이 절로 난다!
우리 2기의 조수미! 박정숙, 최숙지 동기가 마이크 쟁탈전에 성공했다. 두 동기, 눈을 더 지그시 감으시오.조혜자, 윤미순 ,정경자, 김경자, 빈행자, 배민수 김희대자 동기가 화음 백 미우직 사운드! 황근희 동기가 안 보인다.
5반 대표가수는 장두기, 윤가일 동기다. 이학원, 안청수, 최윤도, 신종수, 박태우, 임정남 동기들이 백 미우직
화음 가수가 되어 멋을 부린다.
서울동기 황근희, 윤연희, 김중용 동기가 대표 가수다. 박정숙 , 이학원, 박연남, 박선자, 김정태, 이민자,정영자, 이길자,배민수,
빈행자, 신기석 동기들이 열창하다.
김태영, 정현경 동기는 2기 동기가 낳은 Domingo 와 Pavarotti 같은 명가수들이다. 고음불가의 이학원의 죽기전 소원이 이 두 가수 동기와 해운대 에레지를 부르는 것이었는데 춘천에서 몇 번이나 두 친구에게 청을 넣여 그 소원을 이루었다. 두 친구야! 고맙다!
2반 대표 가수로 노래부르는 권용호, 신기석 동기의 두 다리 폼을 보면, 돈을 많이 갖다버린 끼가 많은 아주 세련된 폼 이다. 김태영, 정해근 동기가 마이크를 못잡아 아쉬워 하고 있는 모습이고, 최상윤, 하종성 동기는 잘 보이는데, 두 동기는 누군지 가려져 잘 안보인다.
1반 대표 가수 박연남, 고우상 동기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동기의 Pavarotti 정현경 , 김중용, 박명보, 이동순 동기가 열창하고 있다. 박영보 친구야! 이 번 제주도 오시면서 발목삔데 응급치료용 침을 휴대하고 오시면 우리 동기들 모두가 안심하고 걸을 수 있겠는데.
멋진 하모니를 들려준 6반 동기들! 2기 모임이면 언제나 가장 많이 참여하는 6반 동기들! 그대들이 있어서
우리 동기회가 빛난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동기는 누구인가? 강선화 동기다! 저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희영 동기는 세계 최고의 가수 폼을 닮았다! 정경자, 조혜자, 윤미순, 최숙지, 박정숙, 노정애, 김경자, 빈행자,
배민수, 김희대자, 황근희, 이희영, 강선화 동기들이다.
우리 2기 동기회 우정의 밤 분위기 메이커 맨 일등공신 정해근 동기의 멋진 해학 제스추어에 배꼽 잡는 최흥순 동기, 황근희 동기의
정해근 동기가 멋지다! 재미있다! 표정은 동기들의 마음을 풀기 시작하는 마중물이었다!
이렇게 화사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게 미소짓고 웃으며 춤추는 8반 동기들이 없으면 앙꼬없는 찐 빵 같은
우정의 밤이 될 것이다. 김상임, 최흥순, 권은영 ,박옥자, 박정순, 심미순 동기들이 열연, 열창하고 있다.
우리 2기의 우정의 밤이 오면 허은정 동기의 고전무용과 부채춤이 생각난다. 지난해 보여준 이 춤은 모던한 의상에 모던한 춤사위라
깜짝 놀랐다. 아직도 어디 한 곳 주름이 보이지 않는 것은
춤을 취미로 하는 허은정 동기만의 특권이고 축복이다. 동기들을 위하는 그 아름다운 마음에 신의 가호와 축복이 있기를!!!
흥이 난 류재일, 최흥순 두 동기의 멋진 춤을 보고 둘러선 동기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최흥순 동기의 저 애교 만점의 춤사위는 어디서 다시 볼 수 있겠는가!
7반 대표 가수로 한채영, 장희경, 윤연희, 박선자, 김영자, 김행자 동기가 나왔다. 한채영 동기의 입 모양은 고태국 교수님과 김창배 교수님으로부터 기본 발성법을 제대로 배운 입모양이다. 그래서 마이크를 잡았다. 하얀 장갑은 7반 동기들의 하얀 마음과 백옥 굴러가는 듯한 멋진 목소리를 상징하는 것 같다. 하이팅! 럭키 세븐 7 반!
2018년 5월 11일, 1박 2일의 제 54회 총회 모임을 마무리하는 곳, 경북 경주시 감포항과 감포 앞 푸른 동해바다.
인생 길이나 계단 길이나 오르기 보다 내려오기가 더 어렵고 위험하다.
문무대왕암을 보고 난 후 장두기, 이동순, 신기석, 고우상, 박연남 등
많은 동기들이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문무대왕암에 취한 최상윤, 고우상, 이동순, 최윤도, 안청수, 최성규, 김정태 동기가 기념 사진을 찍다.
최흥순 회장단이 100여명의 동기들 오찬 장소를 정하기 위해 사전 답사를 하고, 시식까지 한 후 결정한 감포 해안 해암회 식당!
식당 주인이 앞 바다에서 직접 잡아 온 해어 회가 정말 싱싱하다. 스끼다시도 최고였다.
동기들은 오래간만에 싱싱하고 맛 좋은 회를 푸짐하게 먹었다. 회장단의 이런 세심한 준비와
노력이 동기애를 더욱 깊게한다. 감사하다. 고맙다!
이 맛 있고 푸짐한 회 오찬을 끝내고 우리 동기들은 2019년 다시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져야 했다.
정다운 동기들아!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내년에 다시 만나자! 그 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자! 안녕!
2. 무려 100명의 동기들이 2박 3일, 제주도 여행을 간다.
이 번 여행은 제55회 2기 최성규 회장단의 결단과 뚝심으로 성사된 여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성규 회장단이 제주도 여행을 추진한데는 나이 많은 우리 동기들을 위한 속 깊은 특별한 의미가 숨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2019년 4월 1~3일, 70대 후반인 남녀 동기 100명이 2박 3일간 제주도 일주 여행을 간다. 그 때쯤이면 제주도가 본향인 왕벚꽃이 활짝 피었을 테고, 유채꽃이 제철을 만나 함박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다. 제주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푸른 봄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5성급 최고급 오리엔탈 호텔이 동기들의 숙식처로 정해졌다. 2인 1실, 50개의 방을 예약했다. 마지막 여행일지도 모를 이 도전적인 노인 동기들의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회장단과 독지(篤志) 동기들이 협력 하고 마음을 써준 덕택에 큰 호사를 하게 됐다. 이 오리엔탈 호텔에서 55회 총회도 열고, 아침‧ 저녁 2끼 식사도 하며, 이튿날 밤에는 우정의 밤 행사를 열어, 여태까지 못 다한 우정을 쏟아 부어 나눌 참이다.
100명이나 되는 하도 많은 동기들이 참가해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일곱 총각 때 같이 괜히 가슴이 설레고, 김포 공항에서 탐라국 행 대한항공 비행기 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초등학생과 같은 노인이 되었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아름다운 스튜어디스가 서울 동기 24명이 떼를 지어 앉아있는 좌석으로 와서는 ‘기내에서 옆 사람과 말씀하실 때는 귀속 말로 조용조용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상냥하게 웃으면서 부탁을 할 것이다. 나는 여태까지 경부선 KTX 동기들 여행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를 위시하여 이 곳에 탄 24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신 분들이라, 공중도덕 개념과 상식이 좀 부족한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평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셨으니 좀 흥분하신 것 같다. 곧 진정하실 것 같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 내가 가장 큰소리로 많이 떠든 사람이다. 미안하다. 앞으로 조심하겠다.’ 이렇게 겁나게 아름다운 스튜어디스에게 말을 걸고 싱글벙글 실랑이를 하는 동안, 채 한 시간도 안 되어 비행기는 곧장 제주공항에 도착할 것이다. 국토가 너무 좁기 때문이다.
풍수지리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채 한 시간이 안 되는 비행 거리에 비행이 끝나버리는 좁은 땅덩어리에서는 속 넓은 사내나 여성이 태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요즘 스마트 폰에 떠돌아다니는 글을 읽어보면, 정치판을 걱정하는 동기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당분간 통일이 될 때 까지는 속 넓고, 질 높은 남녀 정치가가 나타나기 힘들게 되는 것이 아닌지, 저기나 걱정이 된다. 좁은 땅덩어리는 어째볼 수 없는 부동(不動)의 자연(自然)이다. 최선의 방법은 정치적 자질이 탁월한 사람을 잘 골라 뽑아야 하는데, 골라 뽑는다고 뽑아 놓고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아미타불이 되니 정말 안타깝다. 풍수지리학자들이 말하는 자연(自然)과 인간(人間)은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말이 맞는가보다. 우리 동기들 모두가 다음에 여행 갈 나라는 무한대의 공간을 가진 곳이니, 정치• 경제• 질병으로 속 썩힐 일이 없는 곳에 가게 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동안 마음 편히 잘 지내시길 기원한다.
3. 가슴 설레는 여행 준비
김길웅 친구가 운영하는 2기 동기회 구룹 채팅 스마트 폰에는 2박 3일 동안 여행할 제주도 여행 코스 안내도와 찾아볼 장소 안내가 자세하게 나와 있고, 한 방에서 잠 잘 짝지도 이미 정해졌다. 그리고 둘째 날 밤, 우정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을 다양한 종류의 프로그램도 결정되었다. 그 동안 회장단을 비롯하여 실무를 맡은 동기들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였을까 싶다. 고맙고 감사하다.
지금으로부터 55년 전, 1964년 2월에 320명의 대학 동기가 같은 날 졸업을 했는데, 80대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죽지 않고 건강을 유지한 할배 49명, 할매 51명, 모두 100명이 떼를 지어 제주도에 여행을 간다고 주변 친구들에게 자랑삼아 이야기를 했더니, 주변 친구들 모두가 놀라고 부러워한다. 나보다 두서너 살 더 먹은 친구들이라 많은 여행을 한 경험담으로 내 걱정을 해 주었다.
“외국 여행할 때 주한 외국대사관에서 발행한 각국 여권과 한국 정부가 발행한 주민등록증을 늘 소지하고 다녀야 하듯, 국내 여행에서도 주민등록증과 건강보험증서를 늘 갖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5반 강무삼 친구처럼 파월 장병들은 국내 어느 병원에서도 무료로 치료를 받는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여행보험을 들어야 하며, 어디서고 간에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손잡이를 잡아야 하고, 손잡이가 없을 때는 남녀를 불문하고 건강한 친구가 손을 잡아 주어야 하며, 여행을 하는 동안 한 시간 마다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 배려를 해야 하고, 걸을 경우에는 평탄한 길을 택하고, 한 코스 당 30분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목욕탕의 뜨거운 물이나 찜질방에 들어갈 때는 혼자서는 위험하니 반드시 동행하는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 여행 보험도 다 들었고, 손 잡아줄 건강한 할배‧ 할매가 천지삐까리라고 하였다. 혼자 홀랑 벗고 목욕탕이나 찜질방에 들어가는 일은 더더구나 없을 것이라고 하였다. 다 아는 상식이지만, 동기 노인들 다수가 함께 여행을 간다니까 여행 중에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당부를 하는 것이다. 여행 경험이 많은 꼬장꼬장한 친구들과 글 쓰는 서예가 들이라, 노파심에서 친구인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였다. 한 서예가의 일흔 아홉 살 먹은 친구가 미국 여행 중에 계단에서 굴러 발목과 허리를 크게 다쳤는데, 귀국 후 2개월간 고생하다가 그 길로 갔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란 노래 가사가 있듯, 우리 모두가 젊어서 놀러 다녔어야 했는데, 어디 그 것이 마음대로 되냐고들 하면서 넋두리를 하며 이야기를 끝냈다.
또 고 이춘길 선생의 모교 추모 기념탑 건립 이야기를 비롯하여, 지나간 세월동안 우리 동기들 모임 이야기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연속 구연을 했더니, 이야기 내내 부러워하면서, 무슨 사교(邪敎)집단이나 특수한 이단(異端) 종교 집단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들 입을 모았다. 더구나 7년 전 2012년에는 43명의 동기들만이 제주도 여행을 갔다 왔다는데, 7년 후인 2019년에는 팔순나이를 바라보는 노인들이 100명이나 무리 지어 여행을 한다는 것이 기적 같은 일이라고들 하였다. 졸업 동기생 전체의 약 3분의 1인 100여명이 거의 팔순이 다된 나이들인데, 아직까지 살아서 해마다 동기들 모임에 참석하고, 자주 같이 여행을 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세대에서 전무후무한 대학 동기들일 것이라고 치켜 세우 는 바람에 기분이 아주 째졌다.
4. 부산교육대학교 2회 동기회 친구들
어떤 힘과 어떤 동기로 동기들이 이렇게 많은 100명이나 참석하는 여행을 같이 가게 되었을까? 재경 부산교대 1회 선배이신 학주(鶴州) 정재종 선배님은 평소 우리 2기들의 활발한 동기들 모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신 소감을 재경 부산교육대학교 총 동문회 카페에 올린 “류재일 교장님(2019년 3월 7일, 9시 54분에 올린 글)” 이란 글의 4번째 댓글에서 선배님의 생각을 적으셨다. ‘후배들의 그 힘은 스마트 폰이나 각종 모임을 통하여 동기들 간에 마음의 소통과 교감이 잘 이루어지는데다, 전문가가 많고, 분야별 리더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동기들의 끈끈한 협동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적어 놓으셨다.
그렇다! 지난 55년 동안 매회 마다 선출된 2기 동기회 회장단은 1년에 한두 번 모이는 동기들을 위하여, 동기들 간의 동기애가 사그라지거나 쪼그라들지 않도록 온갖 정성을 다하여 용의주도하게 행사계획을 세우고, 이를 헌신적으로 실행하며 동기들 간에 서로 친분을 쌓을 수 있도록 세심한 데 까지 정성을 들이고 노력하며 섬겨왔다. 이런 결과가 기적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노련한 전문가인 김길웅 친구가 우리 2기 동기들의 친목을 위해서 동기회에서 한 평생 펼쳐온 헌신적인 봉사를 생각해 보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그 동안 덕을 많이 쌓아 온 우리 2기 동기들에게 하늘이 보내준 고마운 친구라고 생각하며 지낸다. 조그마한 감사패 하나라도 만들어 동기회 이름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으면 좋겠는데….
총회와 우정의 밤 행사를 마친 후, 동기들과 작별할 시간이 다가오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만남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생각과 참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기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만날 때가 기다려지는 것이다.
1964년 2월 졸업할 당시만 해도, 320명 동기들은 같은 반이 아닌 다른 반 동기생들과는 말 한마디 나누어 보지 못한 채, 밥그릇 하나를 꿰찼다는 기쁨만을 안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채 부산, 경남, 서울, 경기 등 각지로 뿔뿔이 헤어졌다. 솔직히 말하면, 같은 동기들이지만 서로가 누가 누군지 잘 모르는 채 헤어지고 말았다. 나는 고 이춘길 동기의 이름도 얼굴도 전연 몰랐다가 졸업 앨범 사진을 보고서야 겨우 재학 당시의 얼굴을 희미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학생회 대표나 용모가 뛰어나거나 재주가 출중했던 동기들이 아니면, 같은 동기라도 서로가 잘 알지 못한 채, 거세게 파도치는 세상 속으로 하나 둘 뿔뿔이 흩어져 뛰쳐나가고 말았다.
졸업 후 55회나 계속된 봄‧가을 두 번씩 있었던(50회 이후에는 년 1회) 이 동기회 모임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동기들 모임과 친목을 다지는 그렇게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애를 썼던 회장단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준비가 없었더라면, 오늘 날과 같은 동기간의 친분을 쌓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55년이란 긴 세월 동안 짧게 만났던 동기간의 모임을 통하여, 많은 만남과 접촉을 하는 동안 반(班)의 경계도 허물고, 마음의 벽도 허물고, 남녀 성차별도 허물어져 갔다. 젊었을 한 때 은근히 내 세웠던 미남미녀였다는 자부심도 이제 다 허물어졌다. 잘 나고 못난 벽이 다 허물어지고 난 지금에 와서야, 겨우 그 지겨운 온갖 옷들을 훌훌 벗어던지고, 벌거벗은 진정한 친구들이 된 것이다.
참 친구가 되는데 55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많은 동기들이 이미 죽고, 건강상 가정형편상 어려운 형편에 처하여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친구들이 해마다 늘어난다. 지금 당장 눈앞에 나타나 만나 볼 수 있는 동기들을 볼 때마다 귀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고, 이제 서로가 이렇게 다시 만나볼 세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괜히 안쓰럽다는 생각만 든다.
친구(親舊: 친애할 친, 오랠 구)란 무엇인가? 가깝게 사랑하며, 오랜 세월동안 사권 벗을 친구라 하지 않는가. 친구를 영어로 Friend라 한다. Friend의 머리글자 F는 free를 의미한다. 언제나 자유롭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고, r은 Remember, 언제나 기억과 추억으로 남아 있고, i는 Idea, 항상 생각이 나며, e는 Enjoy, 같이 있으면 즐겁고, n은 Need,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고, d는 Depend,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친구라는 것이다. 영어의 Friend란 단어의 의미가 친구가 될 수 있는 조건을 훨씬 더 구체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아 놀랍다.
우리 2기 동기들도 졸업 후, 처음 모임에서는 동기간인데도 서먹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55년이란 세월이 지나는 동안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고, 같이 걷고, 같이 노래 부르고, 손잡고, 부둥켜안아 인사를 나누고, 어깨와 어깨를 잡고 원무를 추는 동안, 우리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100 여명의 동기들은 ‘Friend’가 의미하는 진정한 친구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한 명의 좋은 친구는 좋은 약 하나와 같고, 하나의 좋은 친구 모임은 하나의 좋은 약방과 같다(One good friend is equal to one good medicine, Likewise one good group is equal to one full medical store.)” 는 말이 있다. 우리 2기 동기들은 좋은 친구, 좋은 동기 모임을 가졌으니, 우리는 동기들 서로에게 눈비 오는 날 큰 우산이 되어주고, 상처 받은 영육(靈肉)을 치료할 수 있는 좋은 약방을 가진 부자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팔순 나이를 바라보는 우리 2기 동기들 중에는 아직 서로 말은 안 해봤지만, 이 번 제주도 여행이 동기들과의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한 동기들이 많을 것이다. 우선 내 자신이 그런 생각으로 동참하였다. 팔순 나이를 바라보는 동기들 대부분이 몸이 아파 이미 수술을 받았거나, 혈압과 당뇨와 관절염에 시달리며, 매일 매일 한 움큼씩 알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어디 한두 군데 아프지 않은 동기가 어디 있겠는가? 몸이 종합병원과 같은 동기들이 얼마나 많이 있겠는가? 해는 이미 서쪽 하늘로 기울고, 붉은 저녁노을을 이미 만들어 놓았다. 칠 흙 같은 어두운 밤이 찾아오기를 재촉하고 있다. 영원히 빛날 밝은 내일이 오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오늘을 축복하며 잘 지내도록 노력하자.
우리 모두 얼마 안 있으면 해탈의 그 날을 맞게 된다. 그 날이 오기 전에, 그동안 정들었던 동기들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고, 마지막 눈감을 때까지 추억할 수 있는 동기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건강상 형편상 무리를 좀 해서라도 귀한 이 번 만남에 참석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번 여행을 위해 최선을 다한 최성규 회장단도 우리 동기들이 이런 형편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서 제주도 여행을 추진하며 많은 찬조금들을 내 놓았을 것이다.
이 번 우리 동기들 여행에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다. 우리와 같이 부산교대 2회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한 후, 오랫동안 미국에 살면서 한국과 고향과 우리 동기들을 그리워하며 지내던 4반 김종웅 친구가 미국에서 제주도까지 날아와 동기들과 같이 지낼 수 있게 되었다니, 이 보다 더 반갑고 기쁜 소식이 또 어디 있겠는가!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한새벌 위에 떴지, 달은 점 점 더 높이 떠오릅니다. 그 둥근 달 주인공이 함기미 동기다. 미국에서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50회 동기회 때 전해 들었는데, 7반 함기미 동기는 왜 여태까지 한 번도 우리 동기회 모임에서 만나볼 수 없는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 잘 살고 있을까? 향수병에 시달리며 심한 가슴앓이를 한 적은 없었을까? 고향도, 동기들도 다 잊어버리지는 않았을까? 동기들을 보고 싶지도 않을까? 이 번 기회에 김종웅 동기와 같이 제주도 여행에 함께 오는 행운이 함기미 동기에게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글을 쓰는 동안, 창 밖에는 춘설(春雪)이 그칠 줄 모르고 내리고 있다. 올 겨울 내내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다가 봄이 오니 춘설이 내린다. 조선 영조시대 황해도 곡산의 기생 매화(梅花)가 지었다는 ‘매화’라는 시가 생각났다. 그 때도 오늘 같이 봄눈이 많이 내렸던가 보다. 봄과 매화는 봄 도다리를 넣은 쑥국 맛 같이 늘 찰떡 궁합이다.
모처럼 춘설이 이렇게 많이 내리는 봄날인데, 세월을 이기지 못한 내 청춘이 마냥 애처롭게만 느껴진다. 봄은 왔어도 매화꽃을 피우지 못하는 말라버린 옛 매화가지 같은 내 자신을 되돌아본다. 웬일인지 내 삶이 짠하게 느껴진다. 2019년 3월 11일, 산하는 온통 붉고, 푸르고, 흰 매화꽃이 만발했다는 꽃소식이 전해 오는데, 강원도 대관령에는 봄 눈 치고는 지나친 폭설이 내렸다. 우리 2기 동기님들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매화(梅花)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 즉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작자: 매화
이학원: 강원대학교 명예교수
前 강원대학교 교사교육원 원장
前 강원대학교 중등교원연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