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지난 정부 통계조작”…철저한 수사로 정치 시비 차단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3.09.18 00:09 업데이트 2023.09.18 01:05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김상조 전 실장(왼쪽부터)과 김수현 전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의 모습. 이들은 모두 최근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 감사원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감사원 발표에 문재인 정부 인사들 반발
사실이라면 국가 근본 흔드는 중대 범죄
감사원이 발표한 지난 정부의 통계조작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어제 문재인 정부 시기 집값 등 국가 주요 통계에서 광범위한 조작이 있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들어 전임 정부를 ‘조작 정권’ ‘사기 집단’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국가 기본 정책인 통계마저 조작해 국민을 기망한 정부”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중간 감사 내용은 충격적이다. 감사원은 집값 등 주요 국가 통계조작이 수년간 이뤄졌다며 전 정부 고위직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수사 요청 대상에는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등 전임 정부 정책실장 4명이 모두 들어갔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윤성원 전 국토부 1차관, 김학규·손태락 전 한국부동산원장 등도 포함됐다. 소득주도성장 등 핵심 정책의 실패를 덮기 위해 관련 국가 통계를 왜곡·조작했다는 혐의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이 밝힌 통계 조작은 집값뿐이 아니다. 감사원은 “2017년 1∼4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은 계속 악화했는데도 개선된 것처럼 공표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등이 이런 통계를 들어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소득 분배가 개선으로 전환됐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로 홍보했다는 것이다.
국가 통계 조작은 심각한 범죄행위다. 감사원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결코 좌시해선 안 되는 중범죄다. 현실을 왜곡하는 통계조작은 올바른 정책 수립을 방해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과거 공산국가나 독재정권에서도 통계 왜곡으로 현실을 가린 사례가 있다.
지난 정부 인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문 정부 청와대 참모 및 장관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사의재’는 “이번 감사 결과의 실체는 전 정부의 통계조작이 아니라 현 정부의 감사 조작”이라며 “감사원의 통계 감사는 철저하게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1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9월 14일 발행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 정책 평가’를 공유한다”며 자신의 집권 기간 고용률이 사상 최고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제 공이 검찰로 넘어간 만큼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사실에 기반한 객관적인 수사와 재판만이 ‘정치적 의도를 지닌 감사’라는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