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직장(구직) 24-3, 클레오미용실에서
1.
인쇄 대기 중인 출력물을 기다렸던가, 누군가를 기다렸던가, 어떤 이유로 사무실에 머물렀다.
기다리는 동안 무심코 눈길을 둔 곳에 책이 있었다.
미용실에서 잡지를 꺼내 읽듯,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 들어 펼쳤다.
‘전성훈’ 씨를 찾아 읽다가 한 곳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마음 깊이 와닿는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사진으로 찍었다.
‘이발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뭘 먹을지 물으니 김밥이라고 한다. 김밥천국에 갔다. 메뉴판을 훑어보고 볼펜으로 먹고 싶은 음식에 체크를 한다. 일러 주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잘하는 성훈이가 대견스럽다. 왕돈가스와 김밥을 주문한다. 잠시 후, 물 두 잔을 가지고 와서 하나는 나에게 내민다. 지금까지의 성훈이는 한 잔만 가져오거나 내가 가져다주기만을 기다렸다. 오늘은 성훈이가 나를 챙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물 한 잔에 감동을 받았다.’ 「2013년 9월 30일 월요일, 전은경 기록」
「2013 월평빌라 운영평가서」 발췌
이발을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뭘 먹을지 물으니 김밥이라고 한다.
미용실 사장님이 가게 앞 골목에 맛있는 돈가스집이 있다며 추천한다.
추천에 따라 점심 메뉴를 정했다. 메뉴판을 훑어보고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한다.
알리지 않아도 알아서 결정하는 전성훈 씨는 여느 날과 다르지 않다.
왕돈가스를 주문한다.
기다려도 물 뜨려는 기색이 없어 이야기한다.
“예전 글 보니까 성훈 씨가 물을 떠다 주셨더라고요.
전은경 선생님이랑 김밥천국 간 날에 말이에요. 오늘은 뭐 없어요?”
전성훈 씨가 씩 웃더니 물 두 잔을 가지고 와서 하나는 나에게 내민다.
지금까지 전성훈 씨는 상황에 따라 한 잔만 가져오거나 두 잔을 가져와 먼저 건네고는 했다.
엎드려 절 받기지만 오늘도 전성훈 씨가 나를 챙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물 한 잔에 지난날을 떠올려 본다.
2.
설 연휴를 앞두고 전성훈 씨를 따라 외출했다.
명절 인사드리며 전할 선물 가운데 클레오미용실 원장님 것을 가장 먼저 준비했다.
어제 지나는 길에 들러 예약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리브영에서 산 핸드크림을 들고 클레오미용실까지 종종걸음으로 서둘렀다.
키가 비슷해서 이인삼각 달리기처럼 된다.
즐거운 리듬을 의식하며 걷는다.
“어머! 성훈아, 나 주는 거야? 아유, 뭘 이런 걸 또 사 오고 그래…. 고맙다, 잘 쓸게.
근데 이거 뭐야? 어머, 딱 필요한 거네. 미용실에서 일하는 사람한테 제일 필요한 걸 골랐네.”
건네면 좋을 것 같아 여러 번 부탁한 인사는 간단히 생략했지만,
선물을 받아 든 사장님이 반색하며 대답한다.
이렇게 받아 주시니 주는 쪽에서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든다.
‘성훈 씨는 쉬면 안 되는데. 계속 일해야지 일이 느는데.’라며
응원했던 원장님 말씀(전성훈 씨 「2021년 개인별 지원 계획서」, 박현준 기록)을 생각한다.
다만, 여기가 클레오미용실이어서, 이윤정 원장님이 이윤정 원장님이어서 더욱 부담 갖지 않기 바랐다.
이곳에 구직을 부탁하는 모양새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2013년 12월 30일에 취업해 2015년 5~6월경까지 일한 첫 직장으로 전성훈 씨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으니,
오히려 이를 경계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이야기한다.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화제를 꺼냈다.
“올해 성훈 씨 다시 구직하려고요. 지난번 둘째 조카 돌잔치 때 가족들 모인 자리에서도 이야기 나눴거든요.
다들 응원해 주시더라고요. 특히 할머니가 ‘매일 나갈 수 있는 직장’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올해 안에 구할 수도 있고, 못 구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성훈 씨 도와서 열심히 해 보려고 합니다.”
미용실에서 나서는 길에 원장님이 전성훈 씨에게 가게 앞 골목에 있다는 돈가스집을 추천한다.
그리고 제안한다.
언제든 좋다며 얼른 대답했다.
“선생님, 다음에 우리 성훈이랑 밥 한번 같이 먹어요. 정말로요.
전화번호 알려 주실래요? 연락드릴게요.”
2024년 2월 7일 수요일, 정진호
지금의 성훈 씨…, 그때 성훈 씨. 신아름
도입부는 ‘오마주’인가요? 문학적입니다. 반갑고요! 클레오미용실 사장님 소식 반갑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던 전성훈 씨 모습이 선합니다. 클레오미용실 같은 복된 곳, 복된 사람들과 일하기 바라고 응원합니다. 예비하실 겁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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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훈, 직장(구직) 24-2, 구직과 직장생활의 역사
첫댓글 이 글을 읽으며 전성훈 씨가 남을 배려하는 이해심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성훈 씨에 대한 감사, 칭찬할 일을 널리 공유하는 것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