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보장하는 행정부 예산권 무력화는 잘못
'국회는 심의만 집행하면 안돼'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을 위한 특별법을 공식화한 가운데 정부.여당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위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고리가 카지고 있다.
예산 소요가 불가피한 정책을 특별법 형태로 추진할 경우 헌법이 보장한 행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무력화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6월에 특별법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헌법학계 원로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12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재론의 여지 없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가볼 필요도 없는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허 교수는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정부가 예산을 편성헤서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심의.의결을 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예산도 편성해 입법까지 하고 정부는 예산편성 권한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산과 관련한 정부와 국회 역할을 규정한 헌법 제54조에 명확히 위배된다는 견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직 법안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정적으로 위헌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보조금 지급은 국가 재정 조치가 반드시 수반되는데
그 부분에서 국가재정권을 침해한다면 위헌일 것'이라고 성명했다.
정부.여당도 한목소리로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최상묵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기자들과 만나 '전 국민에게 민생지원금을 지급
내용의 법률을 입법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의견이 전문가 다수 의견'이라고 반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도 11일 페이스북에 '정부가 편성해 제출한 예산안에 대해
국회가 감액은 할 수 있어도 정부 동의 없는 증액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원칙'이라며
'민주당의 '25만원 특별조치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구정근.김정환 기자
야 '전국민 25만원 반드시 관철'...여 '악성 포퓰리즘일 뿐'
민주, 민생지원금 입법 시도
특별법이 예산편성권 침해땐
'위헌 가능성 지배적' 평가
법 통과돼도 거부권 불가피
헌재 권한 쟁의 청구도 검토
경기 부양 효과도 회의적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25만원 전 국민 민생화복지원금' 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자,
정부.여당이 위헌 가능성을 언급하며 부랴부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여당 내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와 함께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 등이
대응 조치로 거론된다.
특히 야당이 추진하는 특별조치법이 '처분적 법률'의 성격이라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처분적 법률은 행정부의 집행이 없더라도 그 차제로 처분적 성격을 갖는 법률인데 매우 제한적 조건에서만 허용된다.
여당은 추가경정 예산 편성에 정부가 반대하자, 우회로를 찾고 있는 셈이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 54조는 정부에 예산편성권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국회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에 대해 심의하고 감액할 권한을 가지지만 추가적인 예산이나 비목을 요구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2일 '삼권 분립의 취지를 봤을 때 정부의 동위 없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비목 편성을 요구하는 것이 헌법 취지에 맞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회의 과도한 재정 집행 요구는 정부 권한 침해로 볼 수 있는 소지가 있고,
위헌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비롯해 막대한 재정이 수반되는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서민 금리 부담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국민 지원금 등 재정 투입 확대-국채 발행-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은행 조달 비용 증가-대출 금리 상승
-서민 원리금 부담 가중' 등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떄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영업자 314만명의 대출 잔액은 1043조원인데,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이들의 이자 부담은 7조2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1인당 평균 이자 부담이 230만원씩 뛰어오르는 것이다.
김태수 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는 '고금리가 장기화할 경우 서민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의 재정 정책은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물가를 교란시킬 수 있는 대규모 내수 진작 정책은 자제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온 유승민 전 의원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이런 식의 입법이 허용된다면
헌법이 보장한 정부의 예산편성권, 국회의 증액에 대한 정부의 동의권은 무력화되고 만다'며
'국회의 다수당이 언제든지 이런 입법으로 자기들 마음대로 선심을 쓰고 국가 재정을 거덜내는 다수의 횡포를 부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의원은 '민주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특유의 악성 포퓰리즘으로 나온다'며
'민주당의 노림수는 '우리는 전 국민에게 25만원 씩 민생회복지원금을 드리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방해로 못했다'고 정부.여당을 비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108석을 갖게 된 국민의힘으로서는 거대 야당의 독주를 저지할 수단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22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에서 법재사법위원장 자리까지 내주면 입법 시도를 저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현재로선 민생회복지원금 발의안이 기획재정위원회로 갈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민주당 상임위원장이 있는 곳으로
우회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소상공인 지원 목적이라고 규정해
산업통상지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보낼 수도 있고, 복지 차원에서 보건복지위원회로 보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연이은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느낀 정부가 행정부 차원에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총 9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 양곡관리법 등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정훈.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