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빈곤론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노인, 장애인, 아동 빈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봅니다. 보통 청소년은 빈곤보다는 '청소년 비행' 이슈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달달포럼 종합토론에서 나온 김경휘 교수님의 말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청소년은 사회에서 '지불유예기', '사춘기', '학생'이라는 프레임 안에 갖혀 어린이도, 성인도 아닌 중간적 단계의 존재로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청소년 빈곤 문제는 부모와 가구의 빈곤 안에서 뭍여 드러나지 않았던 게 아닌가 라는 추측을 해봅니다.
이와 같은 사회 문화적 환경과 상황 속에서 오늘 진행된 달달포럼은 성인과 부모 중심으로 빈곤을 바라보는 게 아닌, 철저하게 청소년의 관점에서 빈곤 문제와 대안을 논의하고 조망했다는 데 매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자치연구소 청소년실천연구위원회에서는 2021년 3월부터 매달 코로나19 이후에 청소년과 관련한 사회, 문화, 정치,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시민청소년 포럼 '달달포럼'을 개최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3월에는 ‘학교폭력’, 4월에는 ‘청소년기본소득’, 5월에는 ‘청소년활동의 방향과 현장 사례’에 대한 주제로 포럼을 진행했고, 6월에는 양의학, 한의학, 정신건강적 측면에서 코로나 19 이후 청소년의 건강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7월은 ‘교육과 학교 현장의 변화 및 대안’이라는 주제로 교육 전문가들을 모시고 코로나 19 전후의 교육과 학교에 대한 문제와 대안들에 대해 소통했습니다.
9월 포럼의 주제는 빈곤이었습니다. 빈곤 중에서도 청소년 빈곤에 집중하여 관련 문제와 대안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수년간 빈곤 연구를 진행해온 전문가 김경휘 교수님과 실천 현장에서 빈곤과 관련이 있는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실천가인 김혜경 부장님, 양경이 사무국장님을 발표자로 모셨습니다.
첫 순서는 김경휘 교수님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빈곤 가구 청소년 문제와 현황"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습니다. 2020년 통계청 자료를 통해 불평등을 가늠하는 지니계수 추이, 고용률과 실업률, 청소년 가구의 경제 상황을 살펴보며 가구의 경제적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청소년 당사자의 직접적인 빈곤 관련 자료는 없었기에 가구와 가족 안에서 청소년의 경제적 상황을 추론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서 다시 한번 청소년 중심의 빈곤 관련 자료 조사와 축적 및 이를 통한 당사자에 맞는 정책과 서비스 마련의 필요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교수님이 제시한 자료는 일관되게 많은 가구들이 코로나19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으며, 특히 소득수준이 낮은 집단은 상대적으로 소비를 더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음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업은 소득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었고, 소득 감소는 자녀 관련 학습자료나 음식, 건강관리 등과 같은 비용에 대한 지출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교수님의 발표 후, 두 분의 현장 실천가들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두 분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빈곤 가구 청소년의 실제적인 어려움과 그에 따른 정책, 서비스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군산나운종합사회복지관의 김혜경 부장님은 복지관의 사업과 활동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이후 빈곤가구 청소년이 경험하는 문제 네 가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외부 지원사업 및 긴급 지원을 설명했고, 결론으로 현 상황에 대한 한계와 향후 방향에 대한 제언을 말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현장에서 실제 만난 빈곤 가구의 청소년들은 비대면 수업 시스템에 대한 준비 부족과 학습격차의 문제를 그대로 노정했으며, 급식 공백에 따른 영향 불균형의 문제와 안전하지 않은 주거 환경의 어려움도 나타났습니다. 이 뿐 아니라 또래 관계 단절과 가구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우울감과 스트레스도 존재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개인과 지역사회 차원의 재단이나 외부 기관들의 지원이 있었지만, 지원의 내용이 일시적이거나 소액에 그친 것은 한계로 남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부장님은 펜데믹과 같은 시대적 상황에서는 조금 더 기관 간의 적극적 연계를 통한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빈곤가구의 근로소득 발생시 뒤따르는 수급 탈락 및 삭감을 유예해주면 좋겠다는 제안으로 발표를 마칩니다.
이어진 양경이 국장님의 발표에서는 저소득 한부모가족(모자가족) 청소년을 중심으로 이들이 코로나19이후 겪었던 돌봄, 경제적 어려움, 관계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신광모자원의 프로그램이 소개되었습니다.
코로나19이후 저소득 한부모가족 청소년들에게 보이는 문제는 이전의 문제가 더 확대된 경향이 있었다는 게 양국장님의 말입니다. 한부모들은 어려워진 경제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늦게까지 일해야 했고, 그로 인해 아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돌봄, 관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나마 시설 내 아동들은 아이돌봄서비스나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보호를 받았지만, 지역사회 내 저소득 한부모가족 아이들은 주변에 친인척이나 지인이 없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천라면형제' 참변처럼 아이들의 안전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게 현실이라고 국장님은 말합니다.
신광모자원에서는 다양한 자원 연계를 통해 한부모와 아이들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역에는 한부모가족들에게 힘이 되는 치킨, 베이커리, 이탈리안레스토랑 사장님과 같은 이웃들이 많이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장님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7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 한부모가족 전문기관의 군산 내 설치 및 운영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장애 한부모가족, 근로능력이 없는 한부모 가족의 시설보호와 지역사회 보호가 매우 시급하다는 말로 발표를 맺습니다.
세 분의 발표가 끝난 후에는 방송 중에 댓글로 달린 질문과 소감을 함께 나누는 종합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강휴 님은 청소년 빈곤 문제의 해결과 함께 이런 청소년들과 만나는 사회복지사, 활동가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지지와 함께 빈곤 해결을 위해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조금 더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제언을 덧붙여주셨습니다.
윤철경 님은 코로나 19이후 여러 가지 항목들의 지출을 어떻게 줄였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하면서, 영양제나 간병인 지출은 희소항목이고, 학원은 지출 빈도가 높은 항목이기 때문에 더 많이 나왔을 수도 있지 않겠냐는 의견과 함께 어떻게 질문했는지를 물어봤습니다. 이에 대해 김교수님은 수입이 줄었을 때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웠던 항목이 뭐냐 정도로 질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으며, 항목 간 어느 정도의 금액을 어떻게 줄였으냐에 대한 내용은 없다고 말합니다. 이차 자료의 한계 상 그럴 수 있다는 게 김교수님의 견해였습니다.
이어서 교수님은 "코로나 19로 인해 의료지원을 받지 못하는 분들의 죽음을 접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줄일 수 있을까요?"라는 송지찬 님의 질문에 대한민국 의료비 체계 중 하나인 '신청주의'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국가가 통지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당사자들이 정보를 알아서 신청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서비스나 급여를 받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었습니다. 의료비가 부담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부담금 상한제'가 있긴한데 이 역시 당사자들이 신청하지 않으면 서비스와 급여를 받기 힘들고, 정보를 갖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진행자는 질문과 답변에 대해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가봅니다. 사각지대에 대한 부분들이 조금 더 해소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현장 활동가들에게 의견을 여쭈었습니다. 인력 충원, 당사자들이 정보에 더욱 잘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노력, 촘촘한 네트워크를 통한 발굴 등이 대안으로 이야기 되어집니다.
마지막 소감에 대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두 분의 활동가 선생님들은 발표를 준비하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정리와 함께 앞으로 무엇에 조금 더 집중해야 할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고,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습니다. 김경휘 교수님은 기존 국가나 지자체의 자료들을 조금 더 세심하게 관리하고 깊이있게 해석하자는 의견과 함께 지역 청소년 빈곤에 관한 원자료들을 꾸준히 생성하여 이를 정책에 활용함으로써 지역에 적합한 대안들을 찾아가면 좋겠다고 말하며 종합토론을 마쳤습니다.
코로나19이후 상당히 많은 가구, 부모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게 사실일 것입니다. 중요한 건 구성원 중 하나인 청소년들도 여러 측면에서 힘듦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에 대한 대안 마련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포럼으로 청소년 빈곤 및 관련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적어도 앞으로는 청소년 빈곤 관련 문제와 대안에 지역사회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 정도는 형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차후에는 코로나19이후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중심의 토론회, 포럼, 네트워크 모임과 활동들이 더욱 활발해지길 바래봅니다.
이번 달달포럼을 보시지 못한 분은 아래 주소로 들어가시면 모든 내용 살펴보실 수 있고, 자료집 필요하신 분들은 하단의 제21회 달달포럼 책자 PDF 파일 참조해주세요. 감사합니다.
21회 달달포럼 바로 가기 -> https://www.youtube.com/watch?v=CKcVRzZOdRI&t=3376s
21회 달달포럼 책자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