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 서덜랜드 경제 칼럼니스트)
우한 코로나 사태(코로나19)가 확산되는 동안 세계에서는 크고 작은 소매상들이 무료·신속 배송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내가 사는 뉴욕에선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도 48시간 이내에 치약에서 배터리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신속 배달의 대명사인 아마존 프라임 유료 계정을 통해 그런 상품을 기다리는 시간은 거의 일주일이다. 그리고 이는 사실 꽤 괜찮은 속도다. 아마존은 생활 식품이 가장 시급한 사람들을 우선순위로 하기 때문에 프라임 회원들은 일부 품목을 한 달씩 걸려 받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각종 소매업체가 너도나도 배송에 나서면서 배송에 걸리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갈수록 집에서 빈둥거리며 배달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재고품이 고갈되면서 온도계나 화장지 등의 주문이 취소되는 요즘, 나는 배송품이 과연 도착할지 하는 걱정을 덜 한다. 워낙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무사 도착을 기대한다는 것이 사치일 수 있다. 그냥 물품이 도착하기만 해도 행복하다. 오히려 이러한 납품을 가능하게 하는 회사 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훨씬 더 크다.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근무 중인 100여 아마존 직원은 월요일 정오에 파업할 계획이다. 그들은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고 있으므로 시설을 2주 동안 폐쇄하고 위생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근로자들은 계속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코로나 사태 관련 동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지만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의 행동 패턴은 이미 변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 사태로 발생한 이러한 변화가 계속 이어진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사람들은 다른 전염병 대유행을 우려할 경우 이틀이 아니라 두 시간 내에 새 화장지를 배달해 준다고 해도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집에 생활필수품을 비축하는 데 더 신경 쓸지 모른다. 아마존과 월마트, 그리고 다른 소매업체들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상품 흐름이 정상화되면 전염병 대유행 이전 속도로 사람들의 집 현관에 물품을 배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무료 배달이나 신속 배달이 예전처럼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속 배달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변한 것으로 보인다. 나는 신속 배달에 대해 이제 기꺼이 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전미소매업연합회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소비자의 75%는 주문량이 50달러 미만이어도 무료 배송을 받기를 원한다. 만약 소매업체들이 이런 기대를 충족한다면 이윤은 줄어들 것이다. 소매업체들이 배달 수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데 드는 실제 비용보다 훨씬 낮다. 더구나 이 수수료에는 당신이 그것을 반품하는 데 드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소매업 분석 업체 옵토로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휴가철에 미국 소비자들은 물건 1000억달러어치를 반품했다. 소매업체들은 배송과 반품에 따른 양방향 물류 비용과 이에 연관된 무더기 재고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전자상거래는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하는 과정을 쉽게 만들었다. 소매업체들은 이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를 붙들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소매업체들에 전자상거래 기술을 더 활용하도록 했다. 식품과 다른 필수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덜 활력 있는 소매업체들은 상점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으로 인한 이윤 축소는 소매업체들에 새로운 문제가 될 수 있다. 배송료를 약간만 받는 대신 고객이 매장 내 픽업을 하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할 수도 있다.
만약 배송에 관한 미국 소비자의 기대치를 조정할 수 있는 순간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 적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