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종합대학에서 신학, 또는 연관 학문으로 공부(특히 박사과정)하기 원하는 분들을 위한 몇가지 조언
by Jaekeun Lee on Friday, 21 September 2012 at 14:40 ·
지난 몇 년간, 가장 최근까지도 영국대학, 특히 신학연구의 박사과정 입학 관련 질문을 개인적으로 해오시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각각 관심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적인 질문의 차이가 있고, 그 부분은 일일이 개인적으로 답을 해 드렸지만, 공통으로 답이
가능한 전체적인 틀에 대해서는 일종의 매뉴얼을 만들어 답을 드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속한 에딘버러 대학 뿐 아니라 영국
전역에 있는 학교에 비슷한 적용과 대답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영국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cf. 에딘버러대학 신학부에서 특정 분야를 연구하고자 하고 관련 교수님을 찾는 분들은 note 항목에 차례로 올려놓은 각 전공별(세계기독교, 교회사, 신/구약, 윤리학) 소개를 각각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미국에서 한국인이 신학 과정의 박사를 밟는 것에 평균 7-8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코스웍에 2년-3년이 걸리고, 그
다음 주제 잡고 방향 정하고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게 되지요.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미국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풍성한
자료와 넘치는 정보, 그리고 영국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학비와 생활비 등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기간이겠지요.
상대적으로 영국은 박사과정을 끝내는데 3년반-5년 정도 걸립니다. 공식적으로 돈을 내고 등록하는 과정은 3년이지만,
대개 한국인은 4년-4년반 정도 하고 그보다 오래 걸리는 분도많이 봤습니다. 그래도 코스웍이 따로 없고 미국보다는 2년 이상 덜
걸리니까 영국이 빠르지요.
문제는 재정입니다. 영국 학교의 학비는 엄청나게 비쌉니다. 에딘버러의 경우, (영국의 경우 유명 학교일수록 등록금이
조금씩 더 비싸집니다) 1년에 만파운드 조금 넘는 학비를 냅니다. 한국 돈으로 2천만원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은
환율이 좋으니 1천8백). 3년을 내야 합니다. 문제는 장학금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스코틀랜드 학교에는 세 가지 정도의 큰
장학금이 있는데, (잉글랜드는 두 개입니다. 근래에 하나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신학부, 신학부가 속한 인문학부, 스코틀랜드
정부에서 각각 주는 장학금입니다. 이 세개를 한번에 다 받으면 등록금 정도를 커버합니다. 그러나 이 장학금을 그 중 하나라도 받는
학생은 전체 학생 중 10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국 내에서 다른 장학금이나 지원 기금을 받는 경우가 있지만, 지난하고
치열한 과정이 필요하고 그렇게 얻는다 해도 액수가 크지 않습니다. 결국 펀드를 다른 곳, 즉 한국이나 다른 곳에서 가져와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기혼자의 경우, 사모님이 특히 고려하시는 부분이 생활비 문제일 텐데요. 미국생활을 해 본 분의 상황으로 말씀드리면,
일단 물가가 미국에 비해 1.5배에서 두 배 가량 비싸다는 것을 고려하셔야 합니다. 미국 달러가 영국 파운드로 바로 바뀌고 그
보다 숫자가 커진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처럼 보스턴 같은 동부 대도시에 있었던 분은 충격이 덜 할수
있는데, 그랜드레피즈의 칼빈처럼 싼 가격에 넓고 좋은 숙소에 살았던 분들, 특히 사모님들은 영국 집세와 물가에 초기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바로 오시는 분들은 의외로 충격이 덜한 것을 봅니다. 으례 영국 물가가 비쌀 거라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오셔서 그럴 수도 있고, 근래 한국 물가가 임금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올랐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임금
대비해서 고려하면, 물품에 따라 영국 물가가 한국 물가보다 싸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특히 고기와 유제품, 빵 가격은
비교불가입니다.
특히 날씨가 별로 좋지 않다는 것 (물론 이곳 날씨에 매료된 분도 있습니다만, 4년 채운 저는 이제 여기가 더
좋다고 느낍니다), 자료가 미국만큼 풍성하지는 않다는 점, 한국 공동체가 아주 작고 사역할 곳, 돈 벌 곳이 거의 없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근래 영국 정부가 보수화되면서 비자 받기가 힘들어진 것도 큰 문제입니다.
부정적인 부분을 말씀드렸는데, 물론 지금 말씀드린 단점의 두 세배 되는 장점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미리 아셔야 혹시 후회하는 부분이 없겠다 싶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신학적으로 보수적인, 특히 보수 개혁파 배경의 학교를 나오신 분들은 이런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몇
보수적인 신학교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종합대학 신학부든 내 영국 내 어느 신학부든, 그런 학교에서 배운 형태의 개혁신학을 하면서
학위를 받는 과정을 거의 찾기가 어렵습니다. 영국의 대학은 어떤 교파에 소속이 되어 있어도, 기본적으로 종합대학이고 국립대학이기
때문에, 소위 '더 객관적인 "학문"'을 하고, 그에 근거한 박사학위 논문을 써야하고, 따라서 기본적으로 교파적 관점에서 떠난
"(냉정한)dispassionate" 한 객관성을 요구합니다.
만약 이런 부분이 크게 부담스러우면, 합신이나 고신, 총신 출신이 많은 분들이 그러듯, 미국에서 칼빈, 웨스트민스터
등의 보수적인 개혁파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아니면 좀 더 폭넓은 보수적 복음주의 계열의 트리니티, 풀러, 남침례 계열 학교
등에서 방향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남아공으로 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아니면 그런 정통의 문제를 가능한 건드리지 않고 자신의
신앙과 학문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영역의 주제를 찾아가든지요.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고, 예민한
부분이라 글로 다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모든 지원의 우선 과정은 교수와의 접촉입니다. 관심있는 분야와 서치한 학교의 특정 교수가 있다면 그 분에게 미리
편지를 쓰고 그 주제로 대화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이미 석사 과정을 해외에서 하고 있다면, 담당 지도교수에게 찾아가
"영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에 가고 싶은데 이 주제를 공부하려면 누구에게 지원하면 좋겠습니까?"하고 물어 보세요. 그러면
누군가(여러명)를 추천해 줄 것이고, 그 때 "그러면 내게 추천서를 써 줄 수 있습니까?"라고 물어 보시는 것이 중요한 과정일
듯합니다. 현 지도교수의 추천서가 박사 진학의 필수 서류가 될테니까요.
영국대학, 혹은 영연방 학교에 지원하려면 영어 성적이 필요합니다. 물론 IELTS가 일순위 옵션이고요. 에딘버러
신학부는 7.0(학교 모든 과 통털어 가장 높은 점수)를 요구합니다. 아마 옥스퍼드/캠브리지도 이 점수일 겁니다. Toefl로
대체 가능한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습니다. 영어권 학교에서 이전 학위를 받은 경우 면제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may라 면제된다는 뜻은 아니니, 학교별로 확인을 해야 합니다. 지원하고자 하는 선생님이 '나는 이 학생을 반드시
받겠다" 하면 공식 영어시험 점수가 없거나 유효기한이 지났어도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