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에딘버러대학에서 신학으로 유학하는 문제를 놓고 제게 질문을 주신 분들은 모두 석사, 박사 과정의 대학원 과정 입학에 대해
문의하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BD 과정 입학을 문의하신 분이 계셔서, 혹시나 이 과정에 관심을 가진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을 드리기 위해 수신자의 '허락 하에' 답변 내용을 공개합니다. 원 편지에 등장하는 실명을 모두 삭제하였으며,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위해 일부 내용을 수정하였습니다.
참고로, 영국에는 신학에 MDIV 같은 목회자 양성을 위한 특수 석사 과정은 없습니다. 이 학위는 미국 (청교도들의 후손인)
회중교회가 1807년에 하버드대학의 유니테리언주의에 반대해서 미국 메사추세츠 Andover에 세운 Andover
Theological Seminary가 처음 탄생시킨 대학원 과정의 목회자 양성 과정으로, 이후 미국 대부분 신학교 교육의 토대가
됩니다. 주로 미국 출신 선교사들의 영향 아래 탄생한 한국 대부분 교단도 현재 이 과정이 기본 목회자 양성 과정입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학부에 소속된 BD 과정에서 신학을 공부해야 목회자 후보자 자격이 주어집니다. 같은 신학 학부에 있는 BA (또는
BSc) 과정은 목회자 양성과 관계없이 신학을 공부할 수 있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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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편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 제가 드리는 조언이 '학교 규정' 자체는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 고려하셔서 제 내용은 조언으로만 이해하시고 더 분명한 것은 학교에서 담당자에게 물어서 내용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2. 일단 BD과정을 지원하신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미국 학제나 미국을 따르는 한국 학제와는 달리, 영국은 목회자 양성을
위한 특수 대학원 과정인 MDIV가 없고, 대신 BD가 있습니다. 학위 내용상으로는 학부 과정이지만, 공부하는 건 MDIV처럼
기간도 길고, 목회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기에 졸업 후에 소속교단인 스코틀랜드국교회(Church of Scotland)에서
목회자 안수 과정을 밟고 난 후 현장 목회자가 될 수 있습니다. 목사가 되는 데 공부까지 합쳐서 최소 7-8년 걸리는 것으로
압니다. BA과정 등 그냥 대학 학부과정을 신학으로 할 수도 있는데, 이것은 목사가 되는 과정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3. 이 과정을 지원하신 것이 스코틀랜드에서 목회를 하실 생각이었다면, 이 과정에서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혹시
한국에서 목회를 한다거나, 학자가 되실 생각이면 이 과정에 몇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한국으로 돌아오신다면, BD
학위를 가지고는 한국에서 목사로 안수를 받을 수도 없고, 교회에서 전도사 이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한국 교계가
영국 학제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신학대학 학부를 나온 것 정도로 이해를 하게 됩니다. 한국교회에서 일하려면 다시
한국 신학교 MDIV를 들어가서 3년을 더 하라고 요구할 겁니다. 이 요구가 너무 분명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목회하는
길을 선택하려면 영국에서 BD 공부를 하시는 것은 권할 수가 없습니다.
4. 학자가 되는자 하는 경우라면, 석사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MTH와 PHD가 대학원(post-graduate)
과정입니다. 석사는 Research(연구)와 Taught(수업)로 나뉘는데, 신학을 석사 정도까지 하지 않은 경우 Taught를
하게 됩니다. 석사는 1년이고, 세부 전공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MDIV나 BD처럼 신학 전과목을 포괄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조직/역사/세계기독교/성서/윤리/종교 등에서 한 영역을 선택해서 그 분야의 과목만 찾아 들으면 됩니다. 한국에서 주로
대학원 MA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과정을 1년 하시면 바로 PHD를 지원할 수 있고, 역시 MTH에서 하신 같은
전공으로, 에딘버러 대학이나 영국의 다른 대학에서 PHD를 하시면 됩니다. 이 경우 MDIV나 BD를 하신 분들에 비해 신학의
종합적인 지식이나 방대한 정보는 분명히 떨어지지만, 그게 유럽식/영국식이라, 이런 과정이 한국인이 아닌 대부분의 학생에게는
정상적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이나 미국처럼 넓고 다양하게 접근한다기 보다는, 한 우물을 깊이 파서 한 주제에 최고 전문가가
되는 방식입니다. 일단 스스로 연구하고 자기 길을 가는 방법(고기 잡는 방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넓이도 더 방대해지면서, 동시에 깊이도 유지하는 것을 봅니다.
5. 한국인의 경우, 스코틀랜드에서 목회를 할 것이 아니면, 굳이 BD를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목회하는 것을
생각하시면, 한국에서 MDIV를 하시고 나서 그 뒤에 목회를 하거나, 유학을 가는 것이 좋습니다. 학자를 생각하시면, MTH를
하시고, 이후 박사를 하시면 됩니다. MTH부터는 가족이 다 같이 올 수 있으니까, 가족과 함께 하시는 공부는 물론 이 과정이
되어야겠지요.
6. 그러나 두 번째 옵션의 한가지 문제는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한 배경 없이 MTH-PHD 과정으로만 학위를 마무리하시면,
한국에서 가르치는 길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교파 전통이 강한 한국에서는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선생이 MDIV
학위 없이, 그러니까 목사가 아닌 이가 가르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연세대, 숭실대, 한남대 등 일반대학은
가능하기는 한데, 이 곳들도 사실은 다 그 학교 출신이라거나, 관련 교단 소속이거나, 다른 한국 배경이 필수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이 경우는, 졸업 후 한국 외의 다른 지역(영미권, 영연방, 세3세계)에서 자리를 구하는 길로 가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몰론 (평)신도 교수 선교사로 가는 경우, 이 길이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7. 이 외의 학교와 교수 등에 대한 기본 정보는 모두 제 페이스북의 Note 항목에 있습니다. 링크를 걸어드릴테니
연결해서 읽어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 글의 댓글에 있는 링크들과도 연결되니 모두 다 읽으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https://www.facebook.com/notes/jaekeun-lee/%EC%98%81%EA%B5%AD-%EC%A2%85%ED%95%A9%EB%8C%80%ED%95%99%EC%97%90%EC%84%9C-%EC%8B%A0%ED%95%99-%EB%98%90%EB%8A%94-%EC%97%B0%EA%B4%80-%ED%95%99%EB%AC%B8%EC%9C%BC%EB%A1%9C-%EA%B3%B5%EB%B6%80%ED%8A%B9%ED%9E%88-%EB%B0%95%EC%82%AC%EA%B3%BC%EC%A0%95%ED%95%98%EA%B8%B0-%EC%9B%90%ED%95%98%EB%8A%94-%EB%B6%84%EB%93%A4%EC%9D%84-%EC%9C%84%ED%95%9C-%EB%AA%87%EA%B0%80%EC%A7%80-%EC%A1%B0%EC%96%B8/10151233414551183
8. 읽어보시고 더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연락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