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집필 때문에 바쁘기는 하지만 지난주 토요일에는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이통사모 정모에 참석했습니다. 정모에 참석하는 김에 노래도 두 곡 신청해서 무대에 올랐습니다. 제가 매번 몇 달에 한 번씩 무대에 오르기를 신청하는 이유는 그래야 기타를 놓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사실 근래 집필 때문에 기타에 아예 손이 갈 겨를이 없습니다. 이렇게 무대에 오르기로 약속을 해놓아야 그나마 기타를 잡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제가 신청한 곡은 혼자 부르는 노래로는 정태춘의 <촛불>, 듀엣으로는 영화 <헤어질 결심>의 엔딩곡인 정훈희와 송창식의 <안개>입니다. 사실 이번 공연에서 메인은 정훈희 송창식의 노래 <안개>인데, 함춘호의 간주에 도전하고 싶어 신청한 것입니다. 제가 음악적 역량은 부족하지만 음악적 욕심은 상당하고, 게다가 도전정신도 충만하기에 미친척하고 질렀습니다. 마침 저희 이통사모 통기타 클럽에는 노래도 잘 부르고 기타도 잘 치는 후배가 한 명 있어 합주를 요청했지요.
집필에 바쁘고 게다가 마누라 보기도 미안해서 합주 연습을 자주 할 수는 없고 세 번 정도 했고, 한 번 할 때마다 두 시간 정도를 연습했습니다. 공연 3주전에 처음 만났을 때는 엉망진창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안정되어 갔습니다. 길게 연습할 시간은 없지만 매일 2-30분씩 연습을 했고, 마지막 사흘 정도는 매일 1시간씩 연습을 했습니다. 세 번 정도 만나서 합주를 하면서 노래의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대략 호흡을 맞출 수 있었는데, 역시 가장 어려운 게 간주 부분이고 그중에서도 뒷부분의 클라이막스 부분이지요.
마지막 클라이막스는 무려 51개의 음을 엄청 빠른 속도로 쳐야 하기 때문에 좀처럼 잘 되지가 않더군요. 그래도 작년에 한 번 도전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작년보다는 훨씬 낫더군요. 그렇지만 곡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그 정도 연습량으로는 조금 부족하더군요. 정모 전날에 가서야 51개 음들을 매끄럽게 치지는 못해도 놓치지는 않고 치는 단계에 올랐습니다. 그렇지만 늘 성공하지는 못하고 서너 번에 겨우 한 번 될까 말까 하는 정도였습니다. 연습할 때 충분히 잘 친다 해도 무대에 서면 틀리기가 십상인데 연습할 때 확률이 30% 남짓이면 무대에서는 삑사리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지요. 그냥 하늘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당일 날 먼저 부른 곡은 정태춘의 <촛불>이었지요. 사실 <촛불>은 옛날에 종종 불러본 적이 있기에 별 문제없을 거라 생각하고 거의 연습을 하지 않았습니다. <안개>를 연습하느라 <촛불>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기도 하구요.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 연주를 시작하니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더군요. 등 뒤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하고... 중간 중간 흐름이 끊어져 노래를 망치고 말았지요. 약간이라도 방치하면 금방 녹이 슬고 마는 저의 음악적 역량의 한계를 새삼 절감했지요.
https://youtu.be/Kd0IgaUVGg8?si=hOHO9PrDla1Q3aQj
혼자 부르는 노래야 전적으로 제 탓으로 돌리면 되니 빨리 떨쳐버리고 다음 곡인 <안개>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듀엣에서 파트너에게 민폐가 되어서는 곤란하지요. 전주와 노래의 앞부분은 그리 어렵지가 않기에 무난하게 잘 따라갔습니다. 간주에 들어간 뒤에도 전반부는 그럭저럭 잘 따라갔습니다. 문제는 클라이막스의 51개 음을 연속적으로 치는 부분...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중간 쯤 가니 손가락이 버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뒷부분에 가서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끝마무리는 잘 했기에 노래에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https://youtu.be/nD6oPRWQtkI?si=GiOTMpD5UWspwCwK
간주 후반부부터는 조금씩 집중력이 떨어지고, 가장 어려운 부분에서 결국은 삑사리를 내고 말았지만, 저의 기타 수준을 생각하면 그럭저럭 잘 넘어갔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술의 힘을 빌려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술을 좀 많이 마셨더니 얼굴이 불그스레한 데다 중간에 “아아아아~~” 부분에서는 오만상을 찌푸리는 게 미관상 좀 거시기하네요.ㅠ,ㅜ 안구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무튼 이번에도 <안개>의 간주는 아직 안개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언젠가는 시원한 바람이 안개를 온전하게 걷어내줄 것이라 믿습니다.^^
옛날 서울에 있을 때부터 삑사리박이라는 별로 아름답지 않은 별칭을 들으면서도 이곳 사오모, 바람새, 포청친 등의 모임에서 계속 무대에 올랐고, 이천에 와서도 불굴의 신념으로 무대에 계속 올랐지요.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객관적으로 볼 때 옛날에 비해서는 저의 음악적 내공이 많이 향상된 것이 확실합니다. 물론 아직은 아마추어의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집필이 끝난 뒤에 음악에 좀 더 몰입하면 충분히 큰 무대에도 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첫댓글 안개는 마담올리브님이 참 잘 부릅니다!^^
연말에 정모를 한다면..두 분이 함 해보세요.ㅎㅎ
사오모에서 정모를 하지 못한 지도 꽤 오래되었지요? 당산역 근처의 정모를 가보았던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