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 기념일
제1독서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
11,1-10
그날 1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리라.
2 그 위에 주님의 영이 머무르리니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지식의 영과 주님을 경외함이다.
3 그는 주님을 경외함으로 흐뭇해하리라.
그는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판결하지 않고
자기 귀에 들리는 대로 심판하지 않으리라.
4 힘없는 이들을 정의로 재판하고
이 땅의 가련한 이들을 정당하게 심판하리라.
그는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막대로 무뢰배를 내리치고
자기 입술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악인을 죽이리라.
5 정의가 그의 허리를 두르는 띠가 되고
신의가 그의 몸을 두르는 띠가 되리라.
6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7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8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
9 나의 거룩한 산 어디에서도
사람들은 악하게도 패덕하게도 행동하지 않으리니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10 그날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리라.
이사이의 뿌리가 민족들의 깃발로 세워져
겨레들이 그에게 찾아들고 그의 거처는 영광스럽게 되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21-24
21 그때에 예수님께서 성령 안에서 즐거워하며 말씀하셨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선하신 뜻이 이렇게 이루어졌습니다.”
22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버지께서 누구이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23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돌아서서 제자들에게 따로 이르셨다.
“너희가 보는 것을 보는 눈은 행복하다.
24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주일 학교 첫영성체 교리를 하다 보면 예비 신자 어른 교리 반과 사뭇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성호경과 기도 손 하는 법, 기도문을 가르쳐 주면서 외워야 한다고 하면, 아이들은 다음 날부터 기도 손을 하고 기도문을 외우기 시작합니다. 서로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이걸 어떻게 다 외운대요? 부담돼서 세례 못 받겠네요.”라는 말부터 꺼냅니다. 첫영성체가 끝나면 아이들은 복사단이나 전례 봉사를 하고 싶어 하고, 대부분 제단에서 봉사를 시작합니다. 그러나 어른들은 세례 받고 난 뒤 봉사를 권유하면 바빠서 못한다고 하거나 오히려 냉담을 하기도 합니다. 똑같은 교리와 기도문과 하느님 말씀을 가르치는데, 아이들과 어른들이 받아들이는 모습은 많이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복음에서 “철부지”(루카 10,21)로 옮긴 그리스 말은 ‘매우 어린 아이’나 ‘유아’를 뜻합니다. 어린아이는 아직 ‘지혜’와 ‘슬기’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부모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고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을 생명처럼 여깁니다. 부모의 말을 계산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따릅니다.
우리도 철부지처럼 단순하게 하느님을 따르면 어떨까요? 세상살이에서 얻는 지혜와 슬기가 하느님께 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할 때마다, 하느님을 신뢰하며 그분과 함께하는 시간을 먼저 선택할 용기를 내면 좋겠습니다. 하루의 일과에서 기도 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때, 감추어 있던 하느님의 신비는 우리에게도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를 드립니다”(10,21). 아멘.
(김재덕 베드로 신부)
- 출처, 매일 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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