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야 그렇다 치고 복수초, 개나리, 산수유, 히어리 등 노랑색 봄꽃 군단이 오기도 전에 목련이 먼저 피었다.
목련은 목련과 목련속의 낙엽교목으로 제주도 한라산 중산간이나 곶자왈에 자생하는 우리 식물이다.
꽃이 활짝 핀 목련은 그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라 조경수로 가꾼다.
목련은 화석 꽃이다.
기록을 보면 약 9500만년 전에 등장한다.
속씨식물(Flowering plant)로 당시 속씨식물들은 아마도 원시적일 것이라 추정되는 형태를 갖추고 있었는데, 목련 경우는 기다랗게 발달한 꽃턱에 뚜렷이 분화되지 않은 꽃조각(perianth), 수술군(androecium), 암술군(gynoecium)이 아래에서 위 방향으로 나선상 배열을 이루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시기는 꿀벌이 출현하지 않던 터라 딱정벌레류가 목련의 수분 매개 곤충으로 함께 진화하였다. 목련은 큰턱이 발달하는 딱정벌레류를 맞이하기 위해 유난히 두꺼운 질감의 꽃조각, 수술군, 암술군을 갖추었다.
과거 등장부터 오늘날까지 목련은 그 모습을 온전히 유지하며 우리 곁에서 함께 살고 있다.
우리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겪었을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지금도 그 시절의 화려한 꽃을 피우고 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지구상에서 강인한 적응력으로 그 역사를 함께한 목련이 새삼 경이롭단 생각이 드는 봄이다.
신이(辛夷), 꽃눈이 붓을 닮아 목필(木筆)이라고도 하고, 꽃봉오리가 피려고 할 때 끝이 북녘을 향한다고 해서 북향화라고 한다.
학명은 Magnolia kobus A.P. DC. 이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서도 월동이 가능하다. 물기가 있는 땅을 좋아하고 음지에서는 개화·결실이 불가하며 충분한 햇볕을 받아야 꽃이 잘 핀다.
꽃이 아름다워 ≪양화소록 養花小錄≫의 화목구등품제(花木九等品第)에서는 7등에 속하였다. 정원수로 가장 많이 심는 나무이다. 목재의 재질이 치밀하고 연하여 상을 만들거나 칠기를 만드는 데도 적합하다.
목련의 꽃말은 자연에의 사랑 . 숭고한 정신. 우애 백목련의 꽃말은 - 이루지멋할 사랑. 자목련은 - 신을 의미 한다.
목련의 전설
아주 먼 옛날, 옥황 상제에게 귀여운 공주가 있었습니다. 뽀얀 얼굴에 마음씨가 착한 공주여서 많은 청년들이 청혼 신청을 해 왔습니다.
“공주야, 너도 이제 결혼할 나이가 왰는데 어디 마음에 두고 있는 청년이라도 있느냐?” 옥황 상제의 말에 공주는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사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데 선뜻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공주가 머뭇거리는 것을 눈치챈 옥항 상제는 공주를 다독거렸습니다.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 보렴. 부끄러워하지 말고.” 잠시 주저하던 공주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습니다.
“사실 북쪽 바다 신을⋯⋯.”
공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옥황 상제는 깜짝 놀라 펄쩍펄쩍 뛰며 말했습니다. “뭐라고? 성질 사나운 깡패 말이냐? 하고 많은 남자들 중에 어떻게 그런 사람만 골라서 좋아한단 말이냐. 쯧쯧⋯⋯.”
그러던 어느 날, 공주는 아무도 몰래 궁전에서 빠져 나왔습니다. 북쪽 바다 신에게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몇 날을 고생하며 찾아간 북쪽 바다였는데, 이게 웬일인가요? 바다 신에게는 이미 아름다운 아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아바마마의 뜻을 거역하고 머나먼 이 곳까지 찾아왔 는데, 바다 신에게는 사랑하는 부인이 있었다니. 바다 신은 내 사랑을 받아 줄 수 없겠구 나.” 실망한 공주는 바다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북쪽 바다 신은 공주를 가엾게 여겨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자기 아내에게도 독약을 먹여 죽인 후 공주 옆에 나란히 묻어주었습니다.
멀리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옥항 상제는 슬픔에 빠져 두 사람의 넋을 위로하고자 무덤에 꽃을 피웠습니다. 그 꽃이 바로 목련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주의 무덤에서는 하얀 목련이, 바다 신의 아내의 무덤에서는 자줏빛 목련이 피어났습니다. 소원을 이루지 못한 공주의 미련 때문인지, 목련 꽃봉오리는 항상 바다 신이 살고 있는 북쪽 하늘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향화’ 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봄에 목련이 피기 직전의 꽃봉오리 끝을 보면, 정말로 신기하게도 모든 꽃봉오리가 북쪽으로 고래를 돌리고 있습니다.
눈부신 귀향 - 임보 시선집 <지상의 하루>에서
봄이 되면 꽃들은 용케도 제 집들을 찾아 피어난다
보라,
노란 개나리꽃은 어둠의 흙 속에서 헤매고 다니다 봄이 되면
가는 개나리 뿌리에 스며들어 언 개나리 줄기를 녹이며 타고 올라
작은 꽃눈의 창문을 찾아 열고 활짝 밖을 내다보지 않던가?
분홍의 진달래꽃은 진달래 제 번지를
노란 민들레꽃은 민들레 제 번지를
해마다 찾는 제 집들을 놓친 적이 없다
백목련은 백목련 가지에
자목련은 자목련 가지에
더러 바뀔 만도 한데 엇갈린 적이 없다
술 취한 사람들은 한밤중에 가끔 제 집 찾기가 헷갈려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다 낭패를 당하기도 하는데
꽃들은 그런 일이 전혀 없다
연어가 먼 대양을 떠돌며 살아가다
씨를 뿌릴 때가 되면 수만 리를 거슬러 그의 모천을 찾아가
거센 물살을 헤쳐 오르며 맑은 자갈밭을 열고 알을 낳듯이
수만 가지 나무의 영혼들도
지하의 어둠 속을 떠돌며 헤매고 다니다가도 때가 되면
제 고향 나무들을 찾아 그처럼 눈부신 회향을 한다
사람들아, 저 가지마다에 얼굴 내밀고 있는 화사한 귀향들을
벌 나비들이 얼마나 찬양하는지 보지 않았는가
머지않아 주렁주렁 그들의 고운 씨가 매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