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골이 너무 땡긴다
근간에 비가 많이 와 수량도 넘칠터이다
몇군데 사발통 날려봐도 동지가 없다
어차피 이제부터 혼자 노는 연습도 좀 해야되니 혼자 가보자 하다가 행여 싶어 놈한테 던지니 바로 낚인다
건데 결과를 보니 내가 낚인 셈이더라
호기롭게 와서는 하는 소리가,
'내가 어젯밤 잠을 못잤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곳은 무리다'
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아도 무리는 맞다
일단 중산리로 향한다
가는 도중에 이런 저런 통밥을 굴려 보다가 그냥 백운으로 스며 들기로 한다
놈에게 딱 맞는 곳이다
그니깐 산에서 잠은 자보고 싶은데, 미리 딴소리하면 오지말라고 할게 뻔하니 와서 선수를 치는 셈이다
그래도 중봉골로 스며 드는게 맞긴 맞다 싶으면서도 중간에 퍼지면 집지을 곳이 생각 안난다
건데 백운계곡도 좋다
내 여태껏 다녀본 중에 물이 제일 넘친다
오르다 놈이 아니보이기로 둘러보니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내려다 보며 길로 걷고 있다
그래도 정작 큰일인 놈들은 저 놈보다야 아예 나서지도 못하고 집에 있는 놈들이 아니겠나
사람이 다리부터 죽는단다
내 생각에 다리 죽기전에 마음부터 죽어 집을 나서지 못하다가,
아이고 다리야 카면서 눕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아마도 죽어갈 게다
그렇게 그냥 물 흘러 내리는 백운계곡 따라 올랐다
등산하면서 사색한다는 이야기는 나에게 있어 책에서나 나오는 소리이다 싶다
그냥 멍하니 올랐다
내가 철인운동을 시작한건 40살때 신문의 어느 기사를 읽고서다
시방은 돌아가신 그 행님이 그때 나이가 여든 하나? 여든 둘인가였다
그 나이에 철인을, 그것도 킹코스를 하고 계신 거였다
초등학교때 이순신 장군의 전기를 읽을때 처럼의 전율이 오더라
그해 내도록 내 새마을 수영 수준을 데드라인을 넘기고, 최소 1km 주파하는데 힘을 쏟았다
그 과정을 독학(?)으로 통과하고서 철인클럽에 가입했다
직원들은 지금도 잘 모른다
내가 출근하기 전에 이미 운동을 3시간 이상 하고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면서도 산은 매주 다녔다
2004년 8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연속 12주간 주말마다 비가 왔다는 사실을 지금도 기억한다
그 비에도 아랑곳없이 지리산으로 야영을 다녔었다
든든한 동반자 조은산님과 같이 말이다
이제 가슴속에 묻기로 한 그 님과 걸은 산길들이 어드메쯤이련지~*
이제 작년으로 철인은 접었다
일단 재미가 없어졌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 놓고서 말이다
철인이 흥미가 없어지기 시작할 즈음, 미국의 어떤 할매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었다
나이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엄청 할매나이 였다
이름도 생소한 pct라는 4,300km의 산길을 혼자 걸어 냈다는 이야기였다
전율까지는 아니지만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장 7년짜리로(정년이 그렇게 남았었다) 적금부터 들었다
사실 그러다가 약간 시들해 지더라
몇년간은 무의미한 pct가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답지님이 <生이 다할때까지 걷기-제목은 확실하지 않다>라는 책을 언급한다
도서관에서 바로 구해다가 읽었다
그리고서는 국내에 pct 관련 이미 출판된 책들은 다 읽었다
현재 도서관에, 출판된 책 중 아직 진열되어 있지 않은 3권을 구입 신청도 해 놓았다(5월 중에 준비해 둔다한다)
다시 피가 끊는다^^
pct 협회에 가입해서 기부금도 100달러 냈다
도서관에 전화해서는 pct 1km 걸을때마다 1,000원씩 기부하기로 <도서구입> 지정기부 의사도 비쳐 놓았다(아직은 비공개 조건으로^^)
이제 빼도박도 못하게 소문 다 내 놓았다
무조건 가서 끝까지 걸을 일만 남았다
한편.....,^^
나는 점심먹고 바위에 누워 코까지 골며 오침을 즐겼다
반면 어제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는 놈은 홀로 위로 거슬러 올라간 모양이다
어찌나 큰소리로 불러 제치는지 단잠을 깨어야 했다
가 보니 핸드폰을 물에 빠드렸다 한다
나는 딱 가니 물 속에 떨어져 있는 폰이 바로 보이더만, 미친 놈은 저 한참 위에서 찾고 있다
떡본김에 굿이나 하자
훌러덩 벗고 들어가 꺼내주니 많이 감동한다
미친놈...사실 아까부터 알탕이 하고 싶었던 참이었거덩
텐트로 돌아 왔는데 뭔가 좀 부족하다
다시 들어갔다
근간에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던 것은 아마도 지리산에서 알탕을 하지 못해서 였지 않을까 하는 핑계도 있었다
그렇게 하룻밤 잘 보냈다
사실 나도 핸폰 중독증이 약간 의심될 정도로 좀 많이 만지고 산다
이 자리에서는 인터넷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참 좋았다
얼레지 참 오랫만이구나
아니 얼레지 사진 찍는 일이 오랫만이라는게 더 맞겠네
참 이쁘다는 생각이 마음에서 난다
사람의 인생은 다 개인들의 역사다
사람이 제잘난 맛에 사는게 없으면 존재 의미도 무색하겠지만,
너무 자기의 역사에만 올인해 사는 것도 보기 추하다
사람은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
더구나 나이가 들어 갈수록 그건 더 처절해야 된다고 본다
반면교사로 삼을 일은 우리 일상에 다반사로 있으니 존중하며 살 일이다
첫댓글 PCT를 동경하는 1인입니다.
객꾼님의 산행기 즐겨보고 있습니다.
PCT 종주기 꼭 올려주십시요.
ㅎㅎ..
의외의 곳에서 PCT 이야기 듣습니다
안그래도 내년에 가시는 분 한명이라도 만나고 싶습니다
아직 정보가 불확실하니 막막합니다만,
어제 출발하신 제주도 트레커의 정보,
첫 일정은 4일간 걸으면 보급지가 있다는 것만 들어도 뻥 뚤리는 기분이었습니다^^
酒님은 완전히 결별했남?
예~
현재까지는 그렇습니다
다시 마시고 싶어도 딸들 저렇게 좋아하는거 보고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