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모 마르코 신부 / 일본 상지대학교 교수
후원회원 여러분께 서울에서 문안 인사드립니다. 저는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안식년의 후반을 서울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8월까지는 서울에서 문안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기원 후 약 90년경에 동방의 시리아에서 집필된 “디다케”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90년경이라고 하면 신약성경의 마태오복음이나 루카복음이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이며, 요한복음이 집필되고 있던 시기이므로 성경 이외의 교회 자료로써는 상당히 초기의 문서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전부 4부로 구성되어 있는 “디다케”에는 세례준비에 관한 지침이나 막 정립되기 시작하던 당시의 전례에 대해서 전해주고 있습니다. 우선 세례준비에 관한 기술을 기록하고 있는 제 1부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생명의 길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의 길인데, 두 길의 차이가 큽니다.” “디다케”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 구원의 길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생명의 길과 죽음의 길이라는 이분법적인 구조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구약성경도 이러한 이분법적 방법이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예컨대 신명기에는 선택된 이스라엘 백성이 모세로부터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 가운데 하나를 택하도록”(30,15) 초대받습니다.
우선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에 대해서 “디다케”는 다음과 같이 기술합니다. “첫째로, 당신을 만드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둘째로 당신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시오. 또 무슨 일이든지 당신에게 닥치기를 원하지 않는 일이거든 당신도 남에게 하지 마시오.” 복음서에는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해야한다”(루카 10,25-28)는 구절이 나오고 또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하신 후에 “남이 너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루카 6,31)라고 말씀하셨는데, “디다케”는 이 두 가지 즉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남에 대한 배려야말로 세례를 받고 새 삶(생명의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 메시지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죽음의 길도 명확하게 제시됩니다. “살인, 간음, 정욕, 음행, 도둑질, 우상숭배, 마술, 요술, 강탈, 위증, 위선, 표리부동, 교활, 오만, 악행, 거만, 욕심, 음담패설, 질투, 불손, 교만, 자만,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음이다.” 예비자들은 자주 기도와 선행을 실천하고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교회 공동체원들의 모범에 따라 단식도 실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서히 죽음의 길에 가까웠던 옛날의 삶의 방식에서 벋어나 새로운 길, 즉 생명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입니다. 준비가 된 예비자들은 세례를 받게 되는데, 예비자는 세례를 집전하는 감독(주교)과 함께, 그리고 가능하면 공동체 전원이 세례식의 하루나 이틀 전부터 함께 단식을 하며 준비합니다. 세례식은 ‘성부와 성지와 성령의 이름으로 살아있는 물’로 행해집니다.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세례를 거행하는 것은 이미 초기 공동체의 관습이었습니다.(마태 28, 19) 삼위일체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원천이요 중심이었기에 예비자는 세 번 물에 몸을 담그면서 천지창조의 근원이신 성부와, 성부의 사랑과 자비를 드러내신 성자와, 성자의 부활 후에 교회와 함께 머무르시는 성령에 대한 신앙을 고백했던 것입니다. 살아있는 물이란 흐르는 물, 샘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을 의미합니다. 예비자는 살아 있는 물에 자신의 몸을 담금으로서 비로소 자신이 믿는 신앙을 몸속에 새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 체험은 계속해서 자신을 생명의 삶에로 인도하는 원초적인 기억이 됩니다.
세례를 받은 후 세례자는 매 주일마다 주님의 식탁에 모여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받아 모시게 됩니다. 주님의 성체와 성혈은 세례 때 받은 신앙의 은총을 살아가기 위해 하늘에서 주어진 천상의 양식입니다. 혹시 죄를 범했다면 주님의 식탁에 참여하기 전에 고백 (성사)을 해야 합니다. 세례성사를 통해서 아직 신앙의 신비에 도달하지 못한 이는 성찬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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