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자가 텐션을 하는 이유는
첫째, 습관성
둘째, 크럭스 통과 시 자신감, 파인딩 미비
셋째 지구력, 근력의 부족.
넷째, 확보 자에 대한 불신 등이 이유이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습관성일 것이다.
등반 실력은 가능한데도 항상 그곳만 가면 텐션이란 말이
버릇처럼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등반의 가장 큰 장애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스스로 위축시키는 행위이다. 프리 코스는 추락 거리가 크지 않다. 그래서 추락이란 단어보다 미끌어 진다라는
개념인 슬립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프리 코스는 확보 물이 많이 박혀 있어
2-3m정도만을 떨어지게 된다.
특히 추락의 확률이 가장 높은 크럭스에서는 확보 물을 걸고 오르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1m 내외만을 슬립 하게 된다.
어째든 프리 코스에서 추락 거리는 길어야 4-5m이다.
땅바닥까지 떨어지지 않고, 추락하면서 어디 부딪힐 염려가 없다면 추락은
즐길 것은 못되지만 회피할 것도 못된다.
클라이머에게는 추락이란 실과 바늘과도 같기 때문이다.
클라이머는 힘이 빠진 상태에서 치고 나가다가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텐션이란 말은 결코 하지 안는다는 '오만'도 부려야 한다.
추락이 무서우면 등반이 위축된다.
위축된 상태에서 좋은 등반이 이루어 질 수 없다.
나의 경험에 비춰보면 트레이닝 부족이라든가, 아니면 자신감이 위축된 상태,
또는 코스에 대한 불확실, 거대한 자연에 위축되었을 때 텐션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그렇지만 확실성과 자신감이 있을 땐 텐션이란 말도 못하고 그냥 뚝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텐션을 하느니 차라리 치고 올라가다가 떨어지는 것을 더욱 용감하게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자세는 비록 지금은 실패했지만 다른 코스를 등반할 때라든가,
한번 추락한 코스를 다시 도전할 때 큰 위안이 된다.
그렇지만 한번 텐션을 하게되면 다음에 또 텐션할 가능성은 그만큼 더 높아진다.
산에서 등반을 할 때 후배가 텐션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떨어 졌다고
후배를 기합 주는 경우를 종종 본다.
물론 초보이기 때문에 등반규칙을 일러주려는 의도였을 것이지만
난 이것이 인공등반의 유산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등반을 하다보면 내가 떨어지는 것을 아는 경우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치고 나가다 떨어지는 경우,
또 추락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떨어지는 경우 등 다양하다.
추락은 등반자의 몫이지만 제동은 확보자의 몫이다.
등반자가 텐션이란 말을 미쳐 하지 못하고 떨어졌다 하더라도 확보 자는
추락을 잡아야 한다. 등반에서 파트너가 있으면 좋다고 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추락에 대한 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팀이라면 등반중인 파트너의 작은 몸 동작 하나, 자일에 전달되는
미세한 전율만으로도 추락할 것인지 아닌지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텐션이란 말을 하고 떨어지는 사람 보다 차라지 그냥 떨어지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나도 텐션이란 안락함을 즐길 때도 많지만...
클라이머는 많은 육체적 심리적 트레이닝으로 추락을 잊고 등반을 해야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자신이 텐션이란 단어가 입에 붙어 있다고 생각이 들면 반창고를 입에 붙이고
등반을 해서라도 나쁜 습관을 고쳐야 한다.
한참전의 얘기이다. 후배가 너무 자주 텐션이란 말을 남용해 한번은 의도적으로 5m 쯤 추락을 시켰다.
다행히 그 후배는 그 뒤로부터 추락에 개의치 않고 등반을 하는 놀라운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그와 더불어 그의 실력도 한층 더 다듬어졌다.
한 두번 추락을 해보면 떨어진다는 것에 상당히 초연해질 수 있다.
이때, 수직 벽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추락은 등반 자를 위축시킨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등반=텐션이라는 공식에 휩싸여 자신 스스로가 한계라는
올가미에 묶이는 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