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망 하나 - 유 안진
생각날 때 전화할 수 있고,
짜증날 때 투정 부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퇴근길이 외롭다고 느껴질 때
잠시 만나서 커피라도 한 잔 할 수 있고,
가슴 한 아름 아득한 미소도 받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거울 한 번 덜 봐도, 머리 한 번 덜 빗어도
화장하지 않은 맹숭맹숭한 얼굴로 만나도,
오히려 그게 더 친숙해져서
예쁘게 함박 웃음을 웃을 수 있고...
서로 겉모습 보다는 둥그런 마음이 매력이 있다면서,
언제 어디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은행 가다가 총총히 바쁜 걸음에
가볍게 어깨를 부딪쳐서
아! 하고 기분 좋게
반갑게 설레일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내 열 마디 종알거림에 묵묵히 끄덕여주고,
주제 넘은 내 간섭을
시간이 흐른 후에 깨우쳐 주는,
넉넉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가끔씩은 저녁 값이 모자라
빈 주머니를 내 보이면서 웃을 줄도 알고,
속상했던 일을 곤드레 술에 취해
세상에서 큰소리 칠 줄도 알고,
술값도 지불케 하는 가끔은 의외한 면이 있는
낭만스러운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님의 수고스러움을 늘 감사하고,
형제들의 사랑을 늘 가슴 깊이 새기며,
자신을 조금은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거기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다.......
2021/05/29/아침누리
첫댓글 유안진 서울대 교수의 시와 수필은 언제나
읽어봐도 항상 감동적이네요
감사합니다!감동입니다 파이팅 사랑합니다 푸하하하!
방문해 주시고 댓글을 써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참으로 멋진 시입니다
거기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 "나" 였으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