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을 먹고 일단 나서봅니다.
동백섬과 해운대를 거쳐 기장 오랑대를 가 볼 참이였는데 차에 오르자 긴급한 전화가 걸려 옵니다.
며칠전 지하철 화재 사고가 났었던 대티역 역무실..
작업을 마치고 나서 보니 오후 5시가 훌쩍!!
갈길도 너무 멀고 하여 가까운 남항과 송도로 발길을 잡습니다.
공동 어시장 근처 방파제..선박 유도 등대가 큰 파도에 요동을 칩니다.
강풍탓에 남항 대교를 지나는 차량이 거의 보이질 않습니다.
테트라보트를 들썩이게 할 만큼 파도의 위용이 실로 대단합니다.
모자를 돌려 쓰셨네요.
아마도 왼쪽에 서 계신 분이 바람계에선 한참 선배이신가 봅니다.
바닷가 인접한 냉동 창고의 벽체 마감재가 강풍에 찢겨진 모습입니다.
이곳은 암남 공원 수변 산책로 입니다.
평소 같으면 태공들과 나들이 객들로 붐비었을 방파제는 개미 한마리 보이질 않고,
주차장 해산물을 취급하는 포장 마차는 이미 철거하여서인지 휑합니다.
간만에 보여지는 질풍 노도에 저 어르신의 걸음 걸이가..
평소 때 와는 다르게 지난 젊은 시절 질풍 노도 시기의 걸음 걸이 같습니다.
얼마만일까? 정말 오랫만에 바닷물 실컷 마셔보는 돌고래.
찍고 돌아서 업드리고..를 계속 반복하는 모습.
이런 내 모습이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에는 더 큰 구경 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이는 뒷편 남항 방파제 아래 즐비하게 늘어선 해녀촌 포장 마차는 물 폭격을 맞고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업주들은 한데 모여 한탄술로 마음을 달래고 있었습니다만.. 차마 그 광경을 담을 순 없었습니다.
내친김에 영도 갈맷길을 찾습니다.
영도 목장원 아래서 바라본 송도입니다.
세찬 바람과 성난 파도는 저기 저 섬들마져 떠밀듯합니다.
앞에 보이는 섬이 겨울날 오메가 일출이 일품인 모자섬입니다. 다대포 땅끝 화손대가 포인트입죠.
물회가 유명한 영도 동삼 중리 마을 앞 도로를 덮치는 파도.
뒤로 보이는 섬이 태종대 앞 주전자 섬입니다.
오래된 주전자인데 오늘 제대로 오그라 지는 날입니다.
가끔 일몰경을 담으러 들리는 곳..전망이 아주 좋은 해안 산책로이지요.
저 갯바위 중 하나 꼭 붙잡고 십분간만 견딜 수 있다면..
여름 내내 몸에 찌던 땀내나는 물 때는 말끔이 씻겨질텐데.
낚시꾼들이 어지럽혀 놓은 갯바위.. 참다 못한 바다가 더러워서 스스로 청소를 하는듯 합니다.
수변에 놓인 벤취까지 파도가 넘어옵니다.
좀 더 입체적인 장면을 담기 위해 내려서 볼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평소 지은 죄업이 많아 그냥 뒷걸음질 하였습니다.
이윽고 서산 너머로 해는 지고 하나 둘 도시의 불빛이 깨어 납니다.
바람에 섞여 날아 온 바닷물로 렌즈는 흐릿 흐릿.. 닦아도 닦아도 뿌였습니다.
그 덕분에 가로등 불빛을 묘하게 표현해줍니다.
인증샷으로다가 한장 꾸욱!!
바람소리 파도 소리에 듣지 못한 전화 벨 소리..받지 못한 전화가 여러통!!
그중에 이러고 있을 줄 뻔히 알고 있는 집 식구로 부터 생사 여부라도 기별 넣어 달라는..
저 불빛처럼 노오란 경고문자 메세지도 함께 있습니다.
태풍이 남기는 이런 광경을 눈요기감 인양 즐기려는 관람의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사실을 기록해 보려는 저의 순수한 작가(?)적 정신을 남들은 이해 해 줄 수 있을런지???
이 밤이 지나면 저 바다는 평정을 되찾고, 모든 해양 관련자들이 다시 일상으로 복귀 할 수 있기를 간곡히 바라며..
초월은 태풍 덴빈과의 하루를 이제 마무리 할까 합니다.
튼실한 삼각대와 새까만 필터 하나 장만해서 다시 찾아 오리라 맘 먹으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봅니다.
태종대 산머리 위로 달이 떠 오릅니다.
허기도 지고 거기다 테크닉이 부족한 탓에 생각처럼 느낌 좋은 감성 사진이 건져지질 않습니다.
안전을 위해 통제선이..
이팔 청춘도 아니고 혈기 왕성한 청년도 아닌것이..
허구한날 이렇게 하지 말라는 것, 가지 말라는 곳만 골라질 하는 이넘의 객기는
앞으로 얼마나 큰 태풍을 맞아 봐야 정신을 차릴런지??
바다와 지척간에 있는 저 소나무들이 가진 푸른 빛이 오늘따라 더 푸르게 보입니다.
아무리 가물다 할지라도 한모금 들이킬 수 없는 바닷물이어도 저들은 저렇게 이웃하여 살아가고 있음에 말입니다.
영도 봉래산 자락 위로 흐르는 구름이 도심의 불빛을 받아 새 하얗습니다.
구름 사이로 비좁게 보이는 아직은 푸른빛을 발하고 있는 하늘빛이 제 눈에는 희망으로 보입니다.
저 구름속 비좁게 보이는 희망빛 처럼 갈수록 점차 성공의 가능성은 낮아지고 좁아지고 있는 현실속에서,
우리가 만나고 얘기 나눌 수 있는 이곳 범일클럽이야 말로 우리 삶속에서 가지는 긴장과 경계를 잠간 잠간 내려놓고,
쉬며 숨 고르고..
사는 이유와 살아 가야 할 이유를 묻고 또 답하기도 하며 좀 더 아름다운 인생을 이루어 갈 수 있는
절대적 휴식 공간이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인간이 가장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과연 어떻게 사는것인지 아직은 잘 모릅니다.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오래 살 수 있는지 역시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가끔 해 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거워 하고, 좋은 친구들이 있어 그들과 오랫동안 함께 한다면
이것이 곧 행복하게 사는것이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것이 아닐까?
저 바다의 파도처럼 넘치는 에너지와 저 푸른 소나무가 가진 변함없는 열정을 가져야
더 행복하고 더 오래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것이 이넘의 생각입니다.
감사 합니다.
2012년 8월 30일
여러분과 오랫동안 친구이고픈 정현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