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을 공부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베이트슨의 "이중구속이론"입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이중구속"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구속하는) 의사소통 형태를 말합니다. 아래 백과사전에는 이런 예가 실려 있습니다.
학교에서 늦게 온 아이에게 부모가 꾸중을 하며 나가라고 고함을 치면 아이는 다시 나가려 한다. 이에 어머니가 화가 나서 더 야단을 치면 아이는 들어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이중구속상황이다.
즉, 나가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겉으로 드러나는 메시지를 따르면 어머니는 더 화가 나서 야단을 치고, 나가면 안 된다는 비언어적 메시지는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상담학 사전, "이중구속이론"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674552&cid=62841&categoryId=62841
이런 언어는 여증에서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아마 다들 한번씩 들어보셨을 겁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생각하기 귀찮아서 ChatGPT에게 "여호와의 증인이 쓰는 이중구속 메시지의 예를 들어줘"라고 했더니 줄줄 나오더군요. 아래 예의 대부분은 AI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부는 제가 생각한 것도 있고, 레딧에서 퍼온 것도 있습니다.)
• "그런 건 양심 문제예요. 형제(또는 자매) 양심에 따라 결정하세요." (취미, 오락, 옷차림, 화장 등) => 그러나 양심에 따라 결정하라는 명령에 순종했다가는 사안에 따라서는 다른 장로로부터 충고를 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앙장로회의 양심과 어긋나는 일이라면 특히 그렇죠. 이런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됩니다.
• "이 결정에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손 들어주세요. (침묵) 없으시면 모두 동의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 손을 들라는 명령에 순종했다가는 장로들의 결정에 순종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것입니다.
• "여호와를 사랑하십시오." => 사랑은 자발적인 것인데, 사랑하라는 명령에 순종해서 사랑한다면 그건 이미 자발적인 것이 아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발적인 사랑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명령에 순종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 "하느님은 즐거이 주는 자를 사랑하십니다." vs "파이오니아들은 봉사 시간과 관련해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 월말이나 연말에 시간이 미달되었을 경우(특히 한여름), 시간의 압박으로 즐거이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러나 즐거이 하라고 명령하므로 이중구속적 상황이 됩니다. 즐거이 할 수 있으려면 봉사 안 나가야 되는 건데 말이죠.
• "이웃을 사랑하십시오." vs "공의가 시행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십시오." => 공의가 시행된다는 것은 아마겟돈 때 여증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멸망을 의미합니다. 사랑한다면 그들에게 조금 더 시간을 주라고 기도해야 하는데 말이죠.
•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의 인도에 충성스럽게 따르고 순종하십시오." vs "인간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우상화해서는 안 됩니다." => 어쩌란 말인지...
• "겸손하고 겸허하게 행동하십시오." vs "여호와의 증인만이 참종교이며, 나머지는 거짓 종교입니다." =>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는 겸허한 태도가 아니죠.
• "모든 사람에게 왕국의 좋은 소식을 전하십시오." vs "세상 사람들과의 교제를 피하십시오." => 좋은 소식을 지혜롭게 은근슬쩍 전하려면 사람들과 적당히 친분을 유지해야 하는데 말이죠.
• "항상 정직하게 처신하십시오." vs "진실을 알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거짓말을 해도 정죄받지 않습니다." (예: 야곱, 라합, 다윗 등)
• "동료 그리스도인들을 사랑하십시오." vs "심각한 죄를 범하거나 조직에 대해 의심을 표현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신고하거나 피하십시오." => 사랑한다면 동료의 진실된 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건데 피하라고 하네요. 이런 이중구속 메시지는 제명된 사람을 대할 때 구속 상황이 더욱 심각해집니다. 제명된 자녀를 둔 부모들이 흔히 겪는 안타까운 상황이죠.
• "어떤 사람이 제명된다면 그가 가족과 누렸던 종교적 유대 관계에는 변화가 있겠지만, 혈연관계는 지속될 것입니다. 결혼 관계를 비롯해서 정상적인 가족 간의 애정이나 교류는 계속될 것입니다." (https://www.jw.org/finder?wtlocale=KO&docid=502012472&srctype=wol&srcid=share&par=4) vs "제명된 가족 성원과는 전화, 문자 메시지, 편지, 이메일, 소셜 미디어로도 일상적인 접촉을 해서는 안 됩니다." (https://www.jw.org/finder?wtlocale=KO&docid=2017603&srctype=wol&srcid=share&par=30) => 교류는 해도 되는데 전화, 문자 메시지, SNS는 안 된다? 어느 분 말씀대로 텔레파시를 쓰라는 건가요?
이러한 이중구속 메시지는 증인들로 하여금 정서적 고통과 혼란과 인지부조화를 겪게 하기 쉬울 것입니다. 어떻게 하든 다른 한 명령을 위반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조직의 표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느낄 수 있고, 따라서 불안, 두려움, 죄책감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결과도 있습니다. 위 백과사전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죠.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이 같은 이중구속의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될 때 조현증(정신분열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
네이버 지식백과 상담학 사전, "이중구속이론"
이 정도면 국가 차원에서 여호와의 증인을 금지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자부하지만, 회중마다 우울증이나 조현병을 겪는 분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중구속 메시지가 조현병의 절대적 원인은 아니지만 분명 발병 확률을 높일 것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여러분은 증인 생활 하시면서 그 외 다른 이중구속 메시지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첫댓글 좋은 예들이네요
이런 건 AI가 더 잘 아네요 ㅋㅋ
챗gpt가 정말 많은 진화가 되었군요. 놀랍습니다.
네네 저도 깜짝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