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정을 비롯한 많은 전통활터에서는 예의를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활터는 지금까지도 유교적 양반문화의 전통을 어느 정도는 유지하고 있다. 모든 사원들이 활터에 올라오면 자기가 왔음을 알리는 표시로 ‘왔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고, 웃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정간에 인사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활을 처음 낼 때도 ‘활 배웁니다’하면 모두들 ‘많이 맞추십시오’라는 식으로 응대를 한
다. 또 습사할 때는 말을 하지 말라는 ‘습사무언(習射無言)’과 본질적으로 무기(武器)인 남의 활을 함부로 만지고 당기지 말라는 ‘막만타궁(莫彎他弓)’과 같은 말을 금지옥엽으로 여기는 문화가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 이러한 인사법과 활을 만지지 못하게 하는 풍습은 일반인들이 보기엔 무척 생소하기도 하다.
석호정은 남산 순환도로 바로 옆에 있어 일반인들이 너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활을 쏘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무작정 석호정으로 들어오는 사람, 관중을 했니 아니니 하거나 화살이 보이니 안보이니 하면서 큰소리로 평가하고 떠드는 사람, 사진을 찍기 위해 사선 앞에까지 가서 카메라를 누르는 사람, 자기도 활을 쏠 수 있냐고 함부로 활을 당겨보는 사람, 물이나 커피가 있느냐고 묻거나 화장실이 어디냐고 질문하는 사람 등, 수많은 사람들이 석호정을 구경하고, 활을 쏘고 싶어 하고, 질문하거나 머물다가 스쳐지나간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응대하고 친절하게 대답해주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석호정 출입구의 두 곳에 활터에 대한 소개를 하는 입간판을 세워서 일반인들에게 활터의 풍습을 이해시키고 있지만, 이러한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떠들거나 활을 만지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석호정 사원 중에는 오랫동안 구경하거나 머뭇거리는 사람을 보면 다가가서 활배우기를 권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을 무시하고 그저 자신의 수양을 위해 오로지 활쏘기에만 집중하는 사람도 있고, 질문을 받아도 대꾸도 안하는 사람도 있으며, 눈을 아래위로 흘기거나 함부로 활을 만지면 큰 일이 날 것처럼 버럭 화를 내고 상대를 면박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석호정에는 전통활터의 사풍을 지키기 위해 나름
대로 노력하는 사원과 오직 자기 수양만을 쌓으려는 사원 그리고 일반인들과 접촉하기 싫어하는 사원 등 다양한 구성원이 있으며, 일반인들 중에서도 예의가 없고 안하무인인 사람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어떠한 식으로든 활쏘기에 관심을 가지거나 별 생각 없이 석호정을 들러서 석호정 사원들과 접촉을 하려고 할 때에 석호정 사원들은 어떤 형태로든 일관되게 똑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대해야만 할
필요성이 있다.
지난 2011년 2월 28일 석호정에서는 일반인을 대하는 일관된 태도와 대응방식을 공식화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 조치는 다음과 같다.
▷ 습사를 하고 있는데, 관중을 했니 못 했니, 화살이 보이니 안보이니 하면서 큰소리로 평가하
고, 이건 양궁이라고 아는 체하며 큰소리로 떠드는 사람: 제일 가까이 있는 사람이 얼굴을 쳐다보고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표정을 짓고 안내표시판을 가리킨다.
▷ 사진을 찍거나 활쏘는 것을 더 잘 보기 위해서 사선 앞에까지 나아가는 사람: 제일 가까이 있
는 사람이 천천히 다가가서 미소를 짓고 다칠 위험이 있으니 사선 뒤로 가라고 조용히 이야기한다.
▷ 자기도 활을 쏠 수 있느냐고 함부로 활을 당겨보는 사람: 화살거치대에 ‘막만타궁(莫彎他弓)’이
란 글귀를 써 붙이도록 하고, 활은 무기이기 때문에 함부로 당기면 활이 뒤집어지거나, 현이 뺨이나
팔뚝을 때려서 다칠 우려가 있다고 친절하게 이야기해주고, 2-3개월 배운 후에야 활을 쏠 수 있다
고 대답해준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앞으로 만들어질 예정인 청소년 국궁교실이 있으니 석호정 홈페
이지나 중구청 홈페이지에 가서 신청하면 된다고 대답한다.
▷ 화장실이 어디냐고 묻거나 국립극장으로 가는 길이 어느 쪽이냐고 질문하는 사람: 화장실의
위치와 국립극장 가는 길을 미소를 지으며 정확하게 가르쳐준다.
▷ 활쏘기에는 관심 없고, 거리가 얼마냐, 왜 화살이 안보이냐 하고 쓸데없는 것까지 묻는 사람:
안내표시판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더 물어보면 마음이 나쁜 사람은 잘 안 보인다고 웃으며 이야기
하거나, 하늘 위 화살 궤적을 보라고 대답해준다.
▷ 물이나 커피가 있느냐고 석호정 문안으로 들어오는 사람: 얼굴에 땀이 나서 정말로 목마르게
보이는 사람에게는 물대접을 하도록 하고, 커피는 팔지 않는다고 대답하며, 어떻게 오셨느냐고 관심
을 보여주며 안내를 해준다.
▷ 조용히 활쏘기를 구경하거나 진짜로 활쏘기에 관심을 표명하는 사람: 습사의 순번이 끝나면
찾아가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석호정 안으로모시고 들어와서 따뜻한 마음으로 커피 등을 대접
하며 석호정 안내책자를 주고 설명하거나 총무 등에게 소개시켜준다.
▷ 구체적으로 입회할 의사가 있는 사람: 먼저 석호정 안으로 모시고 들어와서 사원들과 인사 후
커피 등을 대접하고, 석호정 안내책자를 주고 입사 방법과 레슨비와 절차 등에 대해서 아는 만큼 친
절하게 설명을 해주며, 총무나 임원진에게 소개시켜주고, 이들이 없으면 총무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준다.
▷ 기타 공통사항: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가능하면 미소를 짓고 친절하게 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라
도 화를 내지 말며, 담배를 물고 대답하거나 퉁명스럽게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첫댓글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석호정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많은 사우들이 이미 잘 지키리라 생각해요.. 신사님들이 오시어 활성화 되는 모습이 정말 좋습니다. 호미도 조만간 활터를 가서 활도 내도록하겠습니다.
넵,부사두님. 몸에 배여있게해서 습관이 되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네요. 문제를 일으켜 동족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는 것만 해도 큰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교수님의 말씀~. 덧붙여 궁띠를 매거나 풀 때 질질 끄는 모습은 좋은 모습 아닙니다. 특히 석호정 등판을 달고 타정이나 입승단대회에서 그런 모습 보이면, 석호정 망신~
명심 하겠습니다
활터예절 준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