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계속 울면서 질문) 평생을 가족을 돌보지 않는 남편하고 그럭저럭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젠 제가 너무 지쳐서 일도 하기 싫고, 남편도 싫고..
그렇다고 그 남편 버릴 수도 없고..
아이들한테 아버지가 필요한 거 같고..
제가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살아나갈 수 있을지
스님의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 답
지금 몇 살이에요? (오십 여덟이요..)
남편은? (이제 환갑이죠)
남편은 뭐 해요? (요샌 술도 많이 먹어 손도 떨리고, 일도 안 하고..)
밥은 자기 손으로 먹어요? (예)
화장실도 자기 발로 다녀요?
(예, 그 정도는 아니고요.. 놀러는 잘 다니는데 술만 먹으면 행패부리고..)
어떻게 행패부려요? (계속 자기 고집만 하고, 잔소리 세 시간씩 반복하고..)
애들은 몇이에요? (넷이요)
스무살 넘었죠? (예)
그럼 신경 안 써도 돼요. (그래도 거름이 되고 싶고, 놓지도 못하겠고..)
그럼 남편도 놓지 못하고, 애들도 놓지 못하고..
놔도 돼요. 놔도 되는데 본인이 안 놓고 사는 거지.
얼마나 좋으면 그래 울면서도 움켜쥐고 살아요?
(다 털어버리고 싶다가도, 그렇게 하면 나중에 후회될 거 같고 해서..)
그럼 나 따라서 절에 갈래요? 산으로..
아침 4시에 일어나야 하고.. 일어나자마자 108배 절해야 하고..
(절에 갈까 생각도 많이 해봤는데, 그래도
그거보다는 이렇게 사는 게 날 거 같아서..) (대중들 폭소)
그럼 자기가 날 위로해야지, 왜 나한테 위로를 받으려고 그래요? ㅎㅎ
버릴 수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안 버리고
집착을 놓을 수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안 놓고
절에 갈 수 없는 게 아니라, 내가 안 가는 거예요.
이건 남편 문제도 아니고, 애들 문제도 아니고, 본인 문제예요.
별 거 아녜요.. 울길래 뭐 심각한 문제인지 알았더니..
나보다 좋은 처지에 살면서 뭘 그래요 ㅎㅎ
그래도 절에 사는 거보단 낫다면서?
그런데 왜 울어요? 나도 안 우는데..
매일 아침 108배 하세요.
(제가 관절이 별로 안 좋은데 괜찮을까요?)
심해요? (아뇨. 심하진 않은데 걱정이 돼서..)
천천히 하면 돼요. 보통 10분 15분 걸리는데 한 30분 잡고 천천히 하세요.
그러면 오히려 관절이 좋아져요.
그렇게 천천히 절 하면서 남편에게 이렇게 기도하세요.
'당신에게 제가 전생에 진 빚 이생에 잘 갚겠습니다'
이번 생에 잘 갚으면 다음 생엔 이런 사람 안 만나요.
그런데 덜 갚으면 또 만나서 또 이래야 돼.
(저 죽을 때까지 절 해야 합니까?) (대중들 웃음)
죽을 때까지 안 해도 돼요. 우선 100일만 해보세요.
(저도 모르는 빚을 갚아야 한다면, 제가 절이 공손하게 안 나올 거 같은데요)
그러니까 내가 가르쳐드리잖아요. 이거보다 더 갚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빚이 다 갚이나 하면..
남편이 중풍으로 쓰러져서 똥오줌도 받아내고 밥도 손으로 떠먹여야 해요.
그렇게 한 5년쯤 해야 이 빚이 갚아져요.
그래도 그런 것보단 지금이 좋아요? 안 좋아요? (좋지요)
그러니까 고마워해야 해요.
'아이고, 누워 있지 않은 것만도 고맙다, 무슨 짓을 하고 다니던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빚 갚아야 해요.
그렇게 안 하고 자꾸 미워하면 곧 그런 일이 벌어져요.
(그러지 않아도 요새도 자꾸 쓰러질 거 같다고 그래서 겁나요)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그렇게 안 될 수가 있어요.
지금이 좋은 일이에요? 나쁜 일이에요? (그나마 좋은 일이죠)
그럼.. 그러니까 고마워해야 해요.
이걸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면 진짜 나쁜 일이 곧 일어납니다.
그러면 이제 '아이고, 그때 술먹거나 말거나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이렇게 돼요.
그리고 또 하나는 지금 남편이 심리가 억압이 돼 있어요.
말문이 막혔어. 그래서 술만 먹으면 그렇게 주사를 부리는 거예요.
그래서 그렇게 술먹고 잔소리할 때 '또 한다' 그러지 말고 자꾸 동조를 해줘야 해.
열 번 얘기해도 처음 듣듯이 듣고,
얼토당토 않은 말을 해도 '당신 말이 맞다'고 맞장구쳐주고 그래야 돼요.
그러면 덜 쓰러지지.. 안 그러면 쓰러져.
힘들어도 이렇게 하는 게 나요? 똥치는 게 나요? (이게 낫죠)
힘들어도 열심히 해보세요.
그러니까 '아, 지금이 그래도 좋은 일이다'
'내가 제대로 받아야 할 거에 비해선 그래도 가벼운 거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 남편 죽고 3억 생긴다면, 남편 죽고 3억 받을래요? <법륜스님> http://cafe.daum.net/santam/IQ3h/436
[선우회 법문] 좋은 일, 나쁜 일, 환장할 일 http://cafe.daum.net/santam/Lq9Q/8
첫댓글 고맙습니다 . . . _()_
내가 제대로 받아야 할 거에 비해선 그래도 가벼운 거다_()_
명쾌하시네요~ _()_
감복할 말씀에 전율을 느낀적이 많읍니다 ! 하지만 답이없는(?) 문제엔 , 더 낮추면서 버리는것이 해답이니 ,
이런 동종의 문제에는 ...이제 해법이 다 같아 안듯 합니다 .... 좀 허무한(?) 결론에도 긍적적 마음공부가 필요하네요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 알기가 어렵고요.. 이론적으론 알아도 막상 어떤 상황에 딱 맞닥뜨리면 물거품처럼 힘을 못쓰기 쉽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꾸 자꾸 되뇌어 듣고 들어 세뇌가 될 정도로 들어야 하며, 수행을 하고 또 하여 뼛속 깊이까지 사무치게 해야 겨우 저 잠재의식 무의식이 조금씩이라도 변하기 시작하고.. 그래야 진짜로 내 현실로 부딪쳤을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걸 '내공'이라 부릅니다. 그래서 수행의 길은 멀고도 험한 길, 외로운 길.. 그러나 행복한 길입니다. 옴 산띠, 늘 평안하소서 _()_
감사합니다, 담아갑니다~
부처님의 법은 결국 세상의 이치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일테지요~!
감사합니다^&^
여실지견.. 있는대로 보기.. 바로 그것이지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