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하라고 해서 했더니 대뜸 "엄마 큰일났어~" 울먹이는 딸.
순간 심장이 철렁했지만 심각성 여부를 떠나 힘든 마음 알아달라고 오버하곤 하는 딸이기에, 이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슨일이냐고 물었다.
4~5개월 뒤에 출고된다던 차가 3주 뒤에 나온다며 "무서워 죽게써..."징징 댄다.
이 누무 가시네...또 낚일뻔 했다.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이사하면서 새 가구 들인다고 돈도 많이 썼고, 곧 이사해야 하고 짐 정리도 해야 해서 바쁘고 정신없는데 운전 배울 시간이 어딨노. 차를 내가 끌고 와야 한다더라, 보험료에 기름값에 돈은 어짜노. 운전하는 거 무서운데 너무 빨리 나오는거 아니냐, 내 계획이 다 무산됐다. 어짜노 엄마 나 무서워~~~
하긴 원래대로 되는게 이사짐 정리며, 돈 모을 여유면에서 안정적이긴 하니 시기적으로 좀 부담스럽긴 하다. 그렇다고 큰일날만한 일도, 무서워 죽을 일도 아니구만 무섭다며 징징댄다.
상황파악 빠르고 민첩한 아이라 일찍부터 지 앞가림 알아서 해 왔다. 사소한 일상을 함께 하는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그런 관계속에 삶의 힘을 얻는 아이였다. 공감력 꽝이라 그런 딸아이의 근본적인 욕구를 전혀 채워주지 못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그 마음을 알아가게 된다. 치유 안 했으면 어쩔뻔...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고 가슴에 대못 박을 각이 딱 눈에 보인다.
차 받으러 갈때 같이 가자, 엄마가 연수 해 주께, 첨부터 운전할라고 하지 말고 배워서 하면 되지.
이런 저런 말로 걱정 덜어주면 아니라고 알아서 다 할거라고 했다가, 엄마가 연수 해 줘야 해! 했다가, 내가 차 끌고 엄마한테 갈꺼다 했다가, 뭐 중심이 없다. 걍 감정가는 데로 내뱉고 본다. ㅋㅋㅋ
그러다가 또 무섭다며 징징~~ 중고차면 그래도 좀 낫겠는데 첨부터 새차니까 더 무서워~~
그래서 나도 니처럼 겁없이 첨부터 새차 뽑아서 도로 나갔다가 차선 변경도 못하고 벌벌 떨었다, 엄청 겁나고 무서웠다. 초보운전 붙이고 나갔더니 아무도 안비켜줘서 꼴 받아서 떼 버리고 무식하게 운전하니까 비켜 주더라, 우리는 뭐 모녀가 겁도 없이 새차부터 뽑고 보냐~? 너스레를 떨며 딸래미의 겁나는 마음을 달랜다.
십여분 그렇게 징징대더니 마음이 좀 풀렸는지, 할 얘기 다 했는지 알았다며 전화를 끊는다. 목소리에 힝~~하는 여운이 남아있다. 무서운건 무서운거란 얘기다. 그게 나한테 말한다고 없어질 성질의 것은 아니니까. 그래 무서운건 무서운거다!
전화를 끊고 통화하는 동안 같이 있었던 친구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진다.
"그러니까...무섭다고 말 할 수 있어야 하는 건데..."
성장기 부모에게 무섭다고 저렇게 마음놓고 얘기 해 본적 없던 친구라 우리 모녀의 대화가 인상적인가 보다.
그러니까! 무섭다고 징징 대줘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