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레이키를 무시했었다. 늘 에너지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다 졸업했다는 오만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에너지힐링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배운 것이 레이키였는데 그때도 내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간단한 심볼 전수과정도 그렇고 심볼을 그리면서 힐링을 하는 것도 그렇고, 모든것이 조잡하고 유치해 보였다. 힐링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렇게나 간단하고 쉬운가 하는 마음에 더 시시하게 느껴졌다.
내 태도를 더욱 부채질한것은 수업전 준비세션에서 경험한 DNA힐링이었다. 담당힐러는 에너지감각이 좋은 나의 상태를 감안해 교재 후반부에 나오는 (교재안에서는 나름) 고급 DNA테크닉을 가르쳐 주었는데, 그 바람에 레이키는 동조받은 후에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레이키 심볼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레이키를 가르치고 난 후 부터였다. 심볼동조를 받은 분들이 주변에 레이키를 보내 주었는데 예상치못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더라는 피드백을 했고, 그 중에는 에너지감각이 전혀 없었던 분도 계셨기에 나의 왕성한 호기심과 탐구심이 자극되었던 거다.
이후 힐링때마다 레이키심볼을 사용했는데, 그때마다 심볼이 밝은 빛을 발하면서 치유력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그제서야 레이키를 신뢰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알게 된 것은, 레이키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우열을 두고 판단하는 익숙한 패턴이 내 안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익숙해서 마치 그것이 나 자신인것처럼 착각하고 끌려 다니는데도 명료하게 알아차리지 못했다. 알아차림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알아차리는 그 자체를 놓아버렸던 것 같다.
아마도 치유에 열을 쏟다가 해도 소용없다는 큰 절망적인 사건을 경험하고 난 후 포기해 버린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의 여정은 솔직히 치유의 여정이라기 보다 에고발악의 여정이었는데, 그때는 에고의 개념이 불명확하고 모호해 많이 혼란스러웠었다.
3차원 지구는 에고를 쓰면서 살아가는 차원인데, 에고가 죽어야 본성이 드러난다하니 에고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 나 자신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무척 불편했다.
의식이 에고차원에 묶여 있으면 모든 것을 해석하는 관점도 에고의 관점에 기초할 수 밖에 없다.
이 단순한 진리를 이해하는데에는 나의 고통의 마지막에 남는 것도 결국 고통을 선택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무수히 많은 감정적 고통과 감정적 이해의 시간이 필요했다.
에고는 치유할 마음이 전혀 없으며 영적 성장과 존재의 회복을 원치 않았다.
내 삶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있고 그 길을 다 알고 있음에도, 에고는 다시 고통을, 영적 도태를, 희생자적 포지션을, 나는 못하겠다는 포기를 선택하는 것을 반복했다. 내 목숨과 삶을 갉아 먹고, 설령 죽음으로 내 몰지라도 치유하지 않으려 발버둥쳤다.
일련의 이런 과정을 통해 "에고에게 치유란 가장 근본적인 고통"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치유의 여정은 치유할 것인가, 에고로 살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매 순간의 연속이고, 그때마다 치유를 선택하는 것이 삶을 치유하고 내 존재의 본질을 회복하는 영성으로 한 발씩 나아가는 것에 다름아니라는 것도 뼈저리게 느꼈다.
뼈저리게 느꼈으나 거기까지였다. 아무리 뼈저리게 느꼈어도 관점의 변화를 삶속의 실천으로 행하지 않으면 다시 예전의 패턴으로 돌아가곤 했다.
실상 지금의 나에게 에고는 신성보다 힘이 더 쎄다. 부정적인 감정, 그에 기초한 부정적인 해석, 도움되지 않는 결정, 움츠러드는 연령퇴행 등의 에고적 성향들이, 틈만 나면 나를 잠식하고 주인행세를 한다. 다행인것은 에고에 휘둘리고 있는 그 순간들이 에고의 속성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에고 그 자체가 되어 미친 불춤을 추고 나면 에고가 어떻게 강화되어 가는지, 무엇을 먹이로 삼는지, 에고 그 자체가 왜 고통일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뒤따르고, 목격자, 관찰자 관점으로의 전환이 좀 더 쉬워졌다.
에고는 죽이려 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것이 오히려 에고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이런 경험을 통해 점 점 더 선명히 알아가는 것 같다.
감정적 경험을 통한 감정적 자각이, 머리로 이해했던 에고개념과 만날때에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에고 개념이 명확해졌다. 앞으로도 엎치락 뒤치락 하는 과정이 이어지겠지만 그런 나에게 사랑과 축복을 보내고 싶다.
레이키는 내가 느끼기에 세상 쉽고 간소한 치유법이다. 워낙 많은 에너지치유법이 있으니 확신할 순 없지만, 내가 아는 한 이렇게 소박하면서도 파워풀한 에너지치유법은 레이키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 이런 간소함과 파워풀함이 미국과 서구세계의 대중들에게 쉽게 전파될 수 있는 메리트였을지도 모른다.
레이키는 마스터로부터 일정한 의례를 통해 치유에 사용하는 레이키 심볼을 동조 Attunement 받으면 바로 에너지 채널(빛의 통로)로서 봉사할 수 있다. 어떤 수련도 필요치 않으며 빛의 통로로 봉사하겠다는 의도만으로 즉각 치유에너지가 전달된다.
"힐링을 받아도 아무 느낌이 없다", "에너지를 보내주긴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서 제대로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아무것도 못 느끼는 것과 실질적인 치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많이 확인하였다. 치유에너지는 에너지를 느끼든 못 느끼든 상관없이,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부분으로 흘러 에너지파동을 높이고 치유과정을 돕는다.
레이키는 배우는 과정이나 전수과정, 힐링테크닉이 쉽고 간단하기 때문에 생활속의 치유요법으로 보급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운동을 하듯, 산책을 하듯, 등산을 하듯, 혹은 친구들과 맛집에서 맛있는 밥 한끼 먹듯, 일상의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교류의 방식, 친교의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을 가져 본다. 그런 그림들을 그려보면 나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가...^^
그런 희망, 꿈을 가지고 레이키 게시판을 열어본다. 이미 많은 레이키힐러들이 활동하고 있으니 혼자만의 호들갑이긴 하지만, 뭐든 시작하는 사람에겐 모든 것이 새롭고 희망차지 않은가. 나도 그런 희망의 불꽃 하나 쏘아 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