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
박노산
거울틈에 간신히 끼어있는
사진 한 장.
두 어깨도 보이지 않고
가슴도 보이지 않고
그저 감자같은 얼굴 하나
간신히 보입니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내 몸 하나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땐가부터
낯 모르는 여자가
왼쪽 어깨를 지워버렸습니다.
또 어느 땐가부터
낯 모르는 아이가
가슴을 지워버렸습니다.
그나마 있던 오른쪽 어깨마저
또 낯 모르는 아이가
아프지 않게 지워버렸습니다.
그렇게 비좁은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다가
묵묵히 지켜보고 살다가
희미해진 오래된 훗날에
슬며시 가슴이 살아나고
또 슬며시 오른쪽 어깨가 돋아나다가
온 몸이 온전하게 돌아오는 날엔
큼직한 액자에 넣어져
벽면의 그림자처럼 걸려 있을 것입니다.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은 사진, 틀 속의 그 작은 사진처럼 우리의 인생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잘 살고 있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무엇엔가 얽매는 삶을 불평하거나 괴로워 하지 마세요. 내가 지금 살아있기에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족 사진을 잠시 바라보거나, 혹은 가족의 의미를 잠시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이 밤에 사진 한장 의 의미에
공감합니다~
혼자에서 일가를 이루며
가리워져 가다ㅡ
시간이 지나 혼자가 되어
박제처럼 액자속에 갇히는
우리들 모두의 자화상 이네요~
저도 거울속에 끼어 놓은 사진 한장과 찬장유리창에 끼워놓은 한장이 있어 공감이다 싶습니다
곽영실 회원님 말씀하신 그 공감.
어쩌면 딱 맞는 제가 하고 싶었던 표현이라 시인이 따로 없으시다 싶네요
가슴 속에 품고 사는 사진 한 장처럼
이제 꺼내놓고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애잔함으로 다가오는 듯
그래서 문을 열어놓고 오래된 기다림으로
문을 열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