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서 있으라고
신현정
낙엽이 나무의 발등을 덮어버렸다
나무야 어딜 그렇게 다니느냐고
이제부터라도 가만히 서 있으라고
나무의 발등을 낙엽이 덮어버렸다
그만큼 떠돌았으면 됐지 가만히 있으라고
먹구름 속에서 우는 천둥은 왜 쫓아 다녔으며
그 세찬 비바람은 왜 붙들려고 하였으며
이제 그 자리에 서 있으라고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해맑은 새소리나 들으면서
그냥 서 있으라고
나무는 제 발등에 낙엽을 수북이 내려놓았다
제 발등을 덮어버렸다
―신현정 유고시집 『화창한 날』(세계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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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만나는 시
그냥 서 있으라고 - 신현정
숲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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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2
10.10.24 20:0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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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제 단풍이 들고 이내 나뭇잎들은 미련 두지 않고 사뿐히 흙으로 돌아가겠지요. 그런 가을입니다.
대구도 며칠 전 부터 단풍이 쫙 들었습니다. 붙들고 싶은 가을 입니다.
그냥 서 있으라고~~~ 그럴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마침이 시작인 그 순환의 어느 귀퉁이에 우리도 있겠지요. 그래서 다시 힘을 얻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