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6-11(금)■
(사도행전 28장)
1 우리가 구조된 후에 안즉 그 섬은 멜리데라 하더라
2 비가 오고 날이 차매 원주민들이 우리에게 특별한 동정을 하여 불을 피워 우리를 다 영접하더라
3 바울이 나무 한 묶음을 거두어 불에 넣으니 뜨거움으로 말미암아 독사가 나와 그 손을 물고 있는지라
4 원주민들이 이 짐승이 그 손에 매달려 있음을 보고 서로 말하되 진실로 이 사람은 살인한 자로다 바다에서는 구조를 받았으나 공의가 그를 살지 못하게 함이로다 하더니
5 바울이 그 짐승을 불에 떨어 버리매 조금도 상함이 없더라
6 그들은 그가 붓든지 혹은 갑자기 쓰러져 죽을 줄로 기다렸다가 오래 기다려도 그에게 아무 이상이 없음을 보고 돌이켜 생각하여 말하되 그를 신이라 하더라
7 이 섬에서 가장 높은 사람 보블리오라 하는 이가 그 근처에 토지가 있는지라 그가 우리를 영접하여 사흘이나 친절히 머물게 하더니
8 보블리오의 부친이 열병과 이질에 걸려 누워 있거늘 바울이 들어가서 기도하고 그에게 안수하여 낫게 하매
9 이러므로 섬 가운데 다른 병든 사람들이 와서 고침을 받고
10 후한 예로 우리를 대접하고 떠날 때에 우리 쓸 것을 배에 실었더라
11 석 달 후에 우리가 그 섬에서 겨울을 난 알렉산드리아 배를 타고 떠나니 그 배의 머리 장식은 디오스구로라
12 수라구사에 대고 사흘을 있다가
13 거기서 둘러가서 레기온에 이르러 하루를 지낸 후 남풍이 일어나므로 이튿날 보디올에 이르러
14 거기서 형제들을 만나 그들의 청함을 받아 이레를 함께 머무니라 그래서 우리는 이와 같이 로마로 가니라
15 그 곳 형제들이 우리 소식을 듣고 압비오 광장과 트레이스 타베르네까지 맞으러 오니 바울이 그들을 보고 하나님께 감사하고 담대한 마음을 얻으니라
(묵상/행 28:1-15)
◆ 멜리데에서 3개월
멜리데(몰타)는 이탈리아 남단 시칠리아에서 대략 95km 떨어진 섬이다. 크기는 강화도보다 약간 큰 섬인데, 오늘날에는 몰타공화국으로 독립국이다. 당시에 이 섬은 배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제법 활용되었다고 한다. 사도행전에서 이들을 '원주민'으로 번역했는데, 원어로는 '발바로스'다. 발바로스는 헬라어가 안 통하는 외국인(고전 14:11), 또는 문명과 동떨어진 야만인(1:14)을 지칭한다. 이들은 오늘날까지도 몰타어라는 고유언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쓸 정도이니까, 아마도 이들과 대화하려면 통역이 필요했을 것이다.
감사하게도 이 원주민들이 난파선에서 구조된 자들을 따뜻하게 영접했다.
◆ 바울의 섬김
"바울이 나무 한 묶음을 거두어 불에 넣으니"(3)
모두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피곤하고 지쳐있는 상태다. 그리고 바울은 이미 그 일행 중에서 백부장도 존중할 정도로 돋보이는 자였다. 그 정도 되면 사람들에게 대접받을 자격이 된다. 섬김을 받아도 된다. 그런데 그런 바울이 사람들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 나무를 한 묶음 거두어서 불에 넣었다. 나는 여기에서 남을 섬기는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사람을 본다. 바울의 이런 겸손함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것은 모두 주님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섬기는 자로 너희 중에 있노라"(눅 22:27)
성도들이 복 받게 하기 위해 할 수 없이 대접받는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사람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주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으셨다. 주님을 본받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형제들에게 복받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배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로 부르심을 받았다(막 10:43). 바울은 그런 면에서 훌륭한 예수님의 제자다.
바울은 평생 자신이 주관하는 자(lord)가 아니라 돕는 자(helper)임을 잊지 않았다(고후 1:24).
◆ 하나님의 사람
"바울이 그 짐승을 불에 떨어 버리매 조금도 상함이 없더라"(5)
독사가 바울을 물었다. 원주민들은 그 독사가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잘 알고 있었다. 원주민들이 말했다.
"진실로 이 사람은 살인한 자로다 바다에서는 구조를 받았으나 공의가 그를 살지 못하게 함이로다"
바울은 벌 받은 자로 취급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울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반전이 일어났다. 바울이 죄인에서 신으로 바뀐 것이다.
주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믿는 자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그들이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 뱀을 집어 올리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막 16:17,18)
바울의 기도로 섬의 많은 병자가 나음을 얻었다. 약속하시고 성취케 하시는 놀라우신 예수님이시다!
바울이 결코 자기 이름으로 병을 낫게 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나는 이 섬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믿게 되었으리라고 확신한다. 언어가 안 통하는 원주민이지만, 통역을 통해서 하나님과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바울이 머문 3개월이 멜리데 섬에는 큰 축복의 기간이었을 것이다.
◆ 로마에 도착함
"석 달 후에 우리가 그 섬에서 겨울을 난 알렉산드리아 배를 타고 떠나니 그 배의 머리 장식은 디오스구로라"(11)
마침내 바울 일행이 떠나게 되었다. 알렉산드리아는 오늘날 이집트 북부에 위치한 도시다.
배의 머리 장식이 디오스구로라고 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오는 제우스와 레다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신이다. 당시에 선원들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숭배되었다. 사도행전 기록자인 누가(Luke)가 왜 디오스구로를 언급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누가는 배의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달아놓은 저런 장식이 얼마나 헛된 것인가를 일깨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광풍에 시달렸단 로마 군병들도 저런 장식이 광풍에 전혀 도움이 안 됨을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다. 폭풍우에서 우리를 안전케 하시는 것은 디오스구로같은 부적이 아니라 살아계신 하나님이시다!
수라구사는 시칠리 섬에 있는 도시이다. 여기를 들러서 레기온으로 갔다. 래기온은 이탈리아 반도 서남단에 있는 성읍이다. 보디올은 이탈리아 중부, 나폴리 부근에 있는 항구다. 거기에서 바울은 7일을 머물면서 형제들과 교제한다. 이것을 허락한 것을 보면 백부장도 거의 절반은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백부장이 아직도 그리스도인이 안 되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는가?
바울이 온다는 소식에 로마의 형제들이 마중 나왔다. 아마도 이들은 이전에 로마서를 받아본 신자들일 것이다.
로마서의 저자가 온다.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압비오 광장까지 마중 나왔다. 압비오 광장(Forum of Appius)은, 로마에서 약 70㎞떨어진 곳인데, 압비아에서 로마로 가는 압비아 가도는 유명하다. 소설 쿼바디스에서도 소개된다. 로마에서 압비아로 가고 있는 베드로가 자기와는 반대로 로마로 가시는 주님을 보고는 "어디로 가십니까, 주님?(쿼바디스 도미네)"이라고 물었다는 그 길이다.
초대교회 형제들을 보면 감동이 밀려온다.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나의 마음을 뜨겁게 한다.
부흥은 하나님께서 일으키시는 전적인 성령의 역사지만, 하나님은 간절한 열망과 거기에 드려지는 사람을 사용하신다. 우리가 여기에 사용될 수 있다면 인생에서 최고의 보람이며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주님, 아름다운 주님의 사람들을 봅니다. 비록 종종 헐벗고 굶주리고 많은 핍박 속에 있기도 했지만, 이들의 인생은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이 가졌던 가치관, 그리고 흔들림이 없던 그 믿음을 저도 가지게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