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해동공자 최충문학상 전국공모전 [최우수상]
나비질 / 김나비
팥을 손에 쥐면 차르르 차르르 파도 소리 들린다
바다색 방수포 위에 쪼그려 앉은 당신
흰 수건 머리에 두르고
빛바랜 스웨터에 헤진 몸빼 입은 채 바람을 등지고 있다
누렇게 마른 팥대를 막대기로 두들기면
구부러진 등을 따라 촘촘히 박히는 햇살
굽어 비틀린 손가락으로
잔가지와 꼬투리를 걷어내고
검불에 뒤범벅된 알갱이들을 쓸어 키에 담는다
하늘 향해 키를 올렸다 내리면
차르르 차르르 착차르르
파도 소리를 내며 날갯짓하는 팥알들
당신의 붉은 바다가 키 안에서 출렁인다
키내림 하면서
불어올 겨울을 홀로 준비했으리라
헐렁한 옷 속을 파고드는 맵찬 갈바람 견디며
팥알처럼 단단히 여물어 갈 아이들의 날개를 키웠으리라
차르르 차르르 착차르르
티껍지가 날아가고
팥이 키 안쪽으로 튼실하게 쌓이면
눈물 같은 알갱이를 그러모아
함지에 차곡차곡 담던 당신
손을 펴면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는 팥알들
웅크리고 앉은 키질 소리가
아득한 물결 되어 명치에 쌓인다
마당 한켠 바람이 불면
허공을 향해 펼치는 날갯짓 속에
어머니의 굵은 주름이 차르르 풀어지고 있다
* 키로 부치어 바람을 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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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카페 게시글
각종 당선작
김나비 시인 최충문학상 당선
전선용全善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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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89
22.08.12 11:4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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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