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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이 세계의 중심...평화의 가슴엔 눈물 마를 날 없다 | ||||||
<화제의 책> 이시우 사진.글 『제주 오키나와 평화기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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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화를 떠나 비무장지대를 걸어 부산까지 내려간 다음 일본으로 건너가 오키나와까지 두 달간을 걸으며 사색하고 또 사색했다. 이 유엔사 해체를 위한 걷기명상은 나에게 한국과 일본, 제주와 오키나와를 세계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주었다." 이시우 사진가가 전작 『유엔군사령부』에 이어 국가보안법의 뿌리를 찾아 탐구하고 여행하며 찾은 결과물을 '결'과 '어둠', '눈물'의 미학으로 풀어내『제주 오키나와 평화기행』을 펴냈다. 작가는 바람결 따라 떠난 길에서 '빨갱이 사냥'의 뿌리인 '제주 4.3'을 찾았고 세상의 아픔이 있는 그 곳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화두를 걷어 올리고 거기서 본 동백꽃의 이슬에서 눈물의 미학을 추가한다.
"아픔이 있는 곳이야 말로 사회와 세계의 문제가 집중된 곳이고, 그곳의 문제가 풀릴 때 사회와 세계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아픔을 피하지 않고 끌어안고자 하는 평화의 가슴들엔 언제나 눈물 마를 날이 없다. 눈물은 아픔보다 더한 소외와 같이, 설명되지 않으나 간절한 마음으로 소통하고자 할 때 흘러내린다"는 것이다. 작가는 또 제주도에서 4.3의 사람들과 함께 폭설 속 동굴체험을 하면서 산에서 끝까지 버틴 사람들을 존경하기로 했다고 고백한다. "이해나 관용은 아픔을 이겨낸 사람만이 행할 수 있는 실천이다. 그리하여 투철한 사람이 너그러운 것이다"라는 깨달음과 함께. 이 깨달음은 숨겨진 진실이 살아있는 현장으로 향하고 "투쟁의 현장에서 처절한 고민으로 잉태된 그 생각은 무조건 존중되어야 한다. 설령 자기 생각과 일치하지 않더라도"라는 것으로 심화된다. 그래서 작가는 "나 같은 사람은 그저 그 화두를 다듬어 한 사람이라도 더 설득할 수 있는 선정홍보자료를 만들어내는 역할만 해도 영광이다. 이 책은 그래서 쓰인 것이다. 이 책의 기조는 이미 그들이 몸으로 다 썼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제주와 오키나와가 겪은 저항과 실패, 숙명을 한 섬만의 수직적 역사로 읽는 것은 환상이었다. 그래서 두 섬을 횡단하는 수평적 구조, 즉 두 섬을 관통하는 세계체계의 사슬을 찾아내기 위한 기행이 시작된 것이다. 시간적으로는 13세기 삼별초 항쟁과 몽골제국기에서 시작해 1919년을 전후해 강렬한 저항과 실패의 시기를 주로 다루고, 현재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를 실현 할 해군기지로 건설되는 강정과 미군기지 반대투쟁의 중심에 서 있는 오키나와 헤노코를 아우른다. 작가는 삼별초의 항파두성과 우라소에 성을 살피면서 13세기 고려와 오키나와는 이미 '팍스 몽골리카'라는 하나의 체계에 편입됐었다는 사실을 실증하고 제주 출신의 사회주의 논객인 김명식의 묘와 오키나와 출신으로 천황제 폐지를 주장했던 일본공산당 도쿠다 큐이치의 기념비에서는 한.일 혁명가들 사이에 강렬한 공동운명체 의식이 있었음을 확인한다. 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지하진지였던 서귀포시 섯알오름에서 벌어진 양민학살과 오키나와 치비치리 가마에서 벌어진 집단자결을 가장한 학살행위에 치를 떤다. 그리고 제주 4.3무장투쟁과 미군정의 대결이 빚어낸 장면들을 찾아나서고 캠프 가테나, 캠프 화이트비치에서 오키나와에 휘날리는 유엔기가 휘날리는 이유를 탐색한다. 그러다 닿게 되는 지금 제주 강정과 오키나와 헤노코에서 작가는 미군에게 있어 오키나와와 제주는 하나의 전쟁터라는 결론과 함께 "제주.오키나와를 비롯한 전세계 민중운동은 각각의 현장에서 처절하게 싸우고 있지만 초국가적 힘에 대항할 조직을 갖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삶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초국가조직을 건설하기 위한 기회로 작동하도록 끝없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헤노코에서 '유엔사 해체 명상'을 한 작가는 "세계 민중운동의 구조적인 문제는 현장의 투사는 있는데, 후방의 지휘부가 없다는 것이다. 현장의 싸움을 세계 차원에서 도와주고 보충하며 지속시킬 수 있는 토대, 병참의 토대가 부재하다. 헤노코는 세계적 모순을 봉합하고 있는 분화구이다"라고 풀어놓았다. 책은 본문만 600쪽, 참고문헌 목록만 100쪽에 달할만큼 방대하다. 책속의 사진은 사진작가 이시우의 명성이 괜한 것이 아니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http://www.vop.co.kr/A00000812706.html [데스크칼럼] 이시우, 제주 그리고 오키나와
할아버지의 젊은 날은 지금보다도 더 ‘세계화’된 시대였다. 경북의 산골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사내가 서른이 되기 전에 동아시아 일대를 다 겪어야 했던 때다. 할아버지는 호기심 때문에 외국에 나간 것이 아니었다. 사진작가 이시우가 쓴 <제주 오키나와 평화기행>은 오키나와와 제주, 일본과 한국을 오간 나의 할아버지들의 흔적을 따라 지나간 시간과 내일을 생각한다. 제주와 오키나와는 한국과 일본에서 보자면 각각 변방이다. 제주의 말이 육지와 사뭇 차이가 나는 만큼 오키나와의 사투리도 일본인들에게 낯설다. ‘우리’이지만 ‘우리가 아닌 듯’한 땅이 제주와 오키나와다. 이시우 작가는 20세기 초중반 일본과 미국의 제국주의 정책이 제주와 오키나와에서 같은 방식으로 펼쳐졌고, 21세기인 지금에도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와 제주의 강정 해군기지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체제의 진짜 얼굴은 변방에서야 드러난다는 믿음도 깔려있다. 기행은 그가 사유하는 방식이다. 오키나와의 해병대 기지를 돌아보면서 그는 사탕수수를 본다. 미군기지를 보는 카메라안에 들어온 사탕수수는 설탕산업과 설탕을 매개로 만들어진 16세기와 17세기의 세계체제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고, 한참 뒤에 사탕수수는 미군의 점령을 피해 동굴 속에 숨은 오키나와인의 아기가 천황 체제에서 벗어나오는 상징으로도 읽힌다. 제주에서도 그는 토벌군을 피해 용암동굴로 숨은 주민들을 따라간다. 동굴 깊숙이에서 나오면서 그의 눈에 들어온 단추와 빈 병, 다리미와 탄피는 모두 참혹한 역사의 흔적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난 길 위에서 그는 생각하고, 또 기록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것은 솔직히 피곤한 일이었다. 본문이 600쪽에 각주만 1,070건이 붙었다. 이름은 들어보았을 삼별초와 하멜에서부터 일본 공산당의 초대 당수이자 오키나와 사람이었던 도쿠다 큐이치의 생애, 4.3항쟁의 인물들에 대한 집요한 추적, 그리고 오키나와에 주둔한 미군 기지에 왜 UN기가 휘날리고 있는가(미군은 UN이 창설되기도 전에 오키나와를 점령했다)라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질문에 이르기까지 이시우는 시간과 공간을 마구 오가면서 사유를 전개한다. 그래서 ‘기행’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도 모르겠다. 사회과학 대신 역사와 철학, 그리고 상상력을 이용하라고. 그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건 미국의 군사전략을 접근하는 태도다. 그는 오키나와의 카테나 미군기지와 제주의 강정해군기지가 같은 운명의 사슬에 엮여있다고 믿는다. 그 사슬은 미사일방어체계(MD)다. 그는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MD가 UN과 같은 국가간(international) 조직이 아니라 국경과 주권을 넘어선 초국가적(transnational) 체계라고 본다.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와 괌을 포함한 태평양 일대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그의 말처럼 미국과 일본, 한국의 ‘협력’만은 아닐 것이다. 북한이든 중국이든 그 어디에서 미사일이 발사되거나 발사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면 이 체계는 작동하기 시작할 것이고, 국가는 이미 시작된 체계의 작동을 구경만 하게 될 지도 모른다. 다시 할아버지를 생각했다. 그에게 만주나 일본은 어떤 곳이었을까? 서울도 몇 번 와보지 못한 시골 청년이 낯선 땅에서 겪어야했던 삶은 그야말로 ‘운명’이었을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중국이건 일본이건 또는 미국이건 그저 ‘비즈니스’의 대상이라고 믿는다. 책을 덮으면서 그 믿음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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