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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첫 정기모임이 겨울 전지훈련으로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여름 전지훈련에 대한 반응이 꽤 좋았었기에 두 번째 전지훈련이 추진 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현수막도 가지고 갔고요, 훈련프로그램도 짜서 갔어요. 먹거리도 다채롭고 이래저래 다양한 일이 많았던 추억의 자리었습니다.
전지훈련의 출발점 송예나의 아쉬움
이번 겨울 전지훈련은 제가 미리 짜뒀던 연중행사표에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여름 전지훈련이 우발적으로 계획 된 거라 두 번째 전지훈련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거든요. 마땅한 스쿼시 코트를 찾는 것도, 숙소를 마련하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던 측면이 큽니다.
그런데, 불을 댕긴 것은 ‘송예나’ 였습니다. 이 친구 참가비까지 다 내 놓고 여름 전지훈련을 못 간 전적이 있습니다. 출발하기 1주일 전인가? 발목 인근의 인대인지 아킬레스건인지를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 할 정도의 부상을 당해 참가를 포기해야 했었습니다.
본인은 “웬만하면 가려고 한다”, “꼭 가고 싶습니다”를 노래 불렀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요? 당시의 송예나는 ‘절뚝~절뚝~ 절뚝이’었습니다. 걷지도 못하는데 무슨 전지훈련입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오지 말라 하고 환불해 줬습니다. 이때 송예나는 눈물을 머금고 공부를 했다고 합니다. 진짜이길 바랍니다.
이게 한(恨)이 됐었나 봅니다. 발이 다 나은 가을부터 겨울 초입까지 “겨울 전지훈련은 어디로 가나요?”, “언제 가나요?”를 미친 듯이 반복했습니다.
전 가볍게 씹었죠. ‘가긴 어딜가?’, ‘준비는 니가 할래?’, ‘그 짓을 또 하라고?’ 등등을 되뇌며 속으로 욕했습니다. 그런데....
전지훈련 준비, 그 8할을 담당한 김점희와 오유미
김점희씨가 송예나의 간절한 바람을 현실화 시켰습니다. 옆에서 부채질 한 총무 오유미씨의 공도 무시 못 합니다. 이번 겨울 전지훈련이 성사된 것은 이 두 분의 추진력이 덕분입니다.
스토리를 한번 보죠, 김점희씨 고향이 음성인데요. 최근에 급격히 친해진 고향 친구가 있다네요. 이 친구를 만나러 자주 음성에 갔었고, 스쿼시에 빠져있던 김점희씨는 음성에서도 굳.이. 스쿼시장을 찾아 나섰다 합니다.
운이 좋게도 근처 금왕에 k-one클럽이라는 스쿼시 클럽이 있었고 주말에 사람이 전혀 찾지 않는다는 정보를 확인하게 됩니다. 본인은 텅 빈 스쿼시장을 혼자 이용했었다네요. 카운터 보는 직원조차 없어서 전화기 밑에 이용료를 현금으로 깔아두고 나왔답니다.
김점희씨는 이 같은 사실을 무용담처럼 총무와 회장에게 전달했습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뿐이었죠.
이때까지만 해도 겨울 전지훈련에 대한 사안은 자그맣던 불씨에 불과했었습니다. 무시하면 꺼지는 바람 앞의 등불, 그조차도 못한 일개 회원 송예나의 의견일 뿐이었습니다. 오유미 총무님이 기름을 붓기 전까지는 말이죠.
찬찬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총무님은 느닷없이 “아~!! 그럼 겨울 전지훈련은 거기로 가죠? 어때요?”라며 저와 김점희씨를 동시에 쳐다 봤습니다. 다 죽어가던 불씨에 휘발유가 부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여기에 김점희씨도 맞장구를 칩니다. “괜찮을걸요? 사람 없어서 우리 모임을 하기 좋을 거예요. 근처에 펜션도 있어요. 제가 한번 알아볼까요?.”
......... 불씨가 살아나더니 마른장작까지 더해졌습니다. 이번 전지훈련은 이렇게 시작된 겁니다.
저는 “준비할 것도 많고 참가비부터 시작해서 장보기 등등 신경 쓸 사안이 많은데요?”라는 반항으로 자그마한 진화를 시도해 봤지만 이미 타오르기 시작한 장작불은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겨울 전지훈련 추진 TF팀장으로 오유미 총무님을 임명하고, 팀원으로 김점희 송예나를 충원해 드린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오토런이 가능했던 TF팀과 참가자분들
시작은 얼떨결이었으나 일단 결정이 되자 일정은 꽤나 착착 진행됐습니다. 전반적인 사안은 오유미씨가 총괄했고요. 여름 전지훈련 당시의 자료들을 기반으로 과한 것은 빼고, 넣을 것은 추가했습니다.
TF팀 회의에서 정해진 것들을 운영진과 공유하는 자리도 만들었고, 확정된 것들은 전체 카톡방에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한번 경험했다고 자연스레 일이 진행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는 참가자 분들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출발팀 가이드라인만 드렸을 뿐인데 “우리 조는 우리끼리 알아서 갈게~”, “전화번호 아니까 우리 조도 알아서 모이지 뭐”, 등등 따로 신경을 쓸 필요 없이 출발 하겠다 하시고.
훈련프로그램에 대한 질문도, 시간 일정에 대한 질문도, 딱히 없었습니다. 박영규 회원님은 단톡방과 까페의 공지사안 문서를 확인하기 힘들다며, 본인이 알아서 단톡방 공지에 계획서를 올려 주기도 했습니다.
운영진 분들도 빼 먹은 거 없는지 신경 써 주시고 혹시 있다면 챙겨 주시는 등 안팎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참가자 분들에게 특히 감사드리는 바는 끝까지 갈지말지 결정을 못해주신 분이 한 분 밖에 없었다는 점입니다. 미리미리 결정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여름 전지훈련 때 죽을 둥 살 둥, 시뮬레이션 해 가며 계획을 짰던 거와 비교하면 이번에는 제가 딱히 신경 쓸 일이 없었습니다. 오유미 TF 팀장님이 너무 잘 해주셔서 이번에는 정말 전지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나 김밥만들었구나...
예상을 뛰어넘은 훈련프로그램
이번 전지훈련에서의 특이점은 훈련프로그램을 세 분의 팀장님께 부탁했던 일입니다. 곽진순, 이윤호, 박영규 회원님은 오래 다니기도 하셨고 실력도 출중하신 분들이라 충분히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었습니다. 오유미 팀장님이요. 저는... 노코멘트 할게요.
이 사실을 접한 세분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이윤호 회원님은 예상과 다르지 않게 “아..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어~~~ 어떻게 만들어~~”라는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저는 “그냥 만드세요~”라고 했습니다.
반전은 박영규 회원님이었지요. “1시간 훈련프로그램? 간단하네, 10분 포핸드, 10분 백핸드, 10분 스텝, 10분 드롭, 이것만 해도 40분이네? 그냥 하면 되지뭐~”라고 하셨습니다.
이를 옆에서 듣고 있던 곽진순 회원님은 더 대박이었습니다. “오호~ 그 프로그램 좋네 그거 나한테도 알려줘봐, 우리 조는 그거 역순으로 해야겠다.” 라는 역발상을 고안해 내셨습니다.
전 이 세분의 반응을 보고.. 전혀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되겠구나... 이게 제 심정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오유미 팀장님도 “역시... 그럭저럭 되겠네요. 맡기죠”라는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이 믿음은 막상 전지훈련장에 가보니 훌륭한 믿음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최소한 저희 조에서는 말이죠. 다른 조는 어떤 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모릅니다. 저희 조만 알아요. 근데 뭐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조장님께서 사전에 성의 없었던 것 만 빼고는요.
저는 이윤호 회원님 조에 속했습니다. 이 조에는 이윤호, 김경철, 임성윤, 이휘성, 김점희, 장호영 6명이 속했었는데요. 전날 술먹고 뻗은 장호영 회원님만 빼고 5명이서 훈련을 했습니다. 장호영 회원님은 몇시쯤 오셨더라... 여튼 늦게 왔어요.
초반에 뭘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윤호 팀장님이 저보고 “훈련시켜봐”라고 하셨는데 저는 “모른다”고 쌩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확실하게 기억나는 건 있습니다. 25초 내에 코트를 종으로 5회 왕복하는 걸 했고요. 런지로 코트를 2회 왕복했었습니다.
25초 내에 5회 왕복에 성공한 사람은 없습니다. 제가 25초 17인가 됐을 거고요.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28초대가 2명, 32초대가 1분 계셨습니다. 누구인지 전 모릅니다.
저희 조 훈련의 꽃은 런지로 코트를 왕복하기 였습니다. 뒷벽부터 앞벽까지 런지로 걸어가는데, 전 6걸음에 되더군요. 이휘성 회원님이 눈이 휘둥그레지며, “우와 어떻게 여섯 걸음에 가요? 전 아무리 해도 여덟 걸음인데...”라고 감탄했던 점 뿌듯합니다. 대부분의 분들이 일곱 걸음, 혹은 6걸음 반에 갔던 것으로 압니다.
압권은 그 다음날부터 생긴 일 때문입니다. 저는 왼쪽 허벅지 뒤쪽에 알이 배겼고요. 김경철 회원님은 양쪽 엉덩이 근육을 못 쓰게 됐습니다. 점핑으로 다져진 김점희 회원님의 허벅지도 알배김을 피할 수는 없었고요. 이휘성 회원님과 이윤호 조장님 역시 허벅지 근육이 아작 났습니다. 이게 한 일주일 가더라고요.
김경철 회원님은 이윤호 조장님을 볼 때마다 허벅지가 아파죽겠다고 투덜대셨고요. 저도 왼쪽 발을 제대로 쓰기가 힘들어 시간 날 때마다 주물 거려야 했습니다.
나머지 훈련으로 대각선으로 공 5개 놓고 하나씩 옮기기, 돌아가면서 스텝 밟기 등등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생각 하나도 안 나고요. 그냥 허벅지 터졌습니다.
런지로 코트를 2회 왕복하기가 쉬운 것 같죠? 해보세요. 나중에 전지훈련 참가 안했던 연주상 회원님이 평일에 따라 했다가 마찬가지로 알 배겼습니다.
다만, 김경철 회원님은 성과가 있는 듯 합니다. 알 배긴게 풀리고 나니 이분, 런지가 확실히 길어 지셨습니다. 드롭 받을 때도 다리가 쫙쫙 벌어집니다. 이 전에는 못 받던 공을 이제는 받으시더이다. 이윤호 조장님 욕하시던거 반납하셔야 할 듯 합니다.
부디 다른 조 분들도 성과가 있으셨길 바랍니다.
예상을 초월한 스쿼시장과 사장님 (feat 스파이)
예상을 뛰어 넘었던 것은 훈련 프로그램만이 아니었습니다. 스쿼시장 자체가 제 예상치를 뛰어 넘었습니다.
첫 째는 난방이 코트 밖만 된다는 점 이었습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난방을 우리가 틀었기에 조금 기다리면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30분쯤 지나자 괜찮아 졌습니다. 코트 밖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코트 안은... 시베리아 벌판이었습니다. 공이 안 데워져요. 아무리 때려도 미지근해 지지도 않더라고요. 진짜 온힘을 다해서 때려야 공이 아주 약간 데워지더라고요.
두 번째는 코트 바닥이죠. 우리 코트가 샌딩한지 얼마 안됐는데요, 샌딩하기 전의 우리 코트와 같은 컨디션이었습니다. 코팅이 돼 있던 거죠. 사람이 참 간사해요. 샌딩한지 얼마나 됐다고 바닥 미끄러운게 그렇게 신경이 쓰입디다. 높이도 괜찮고 앞 뒤 좌 우 규격도 괜찮아서 다 좋았는데 그 바닥만은 자꾸 눈에 거슬리더라고요. 그래도 뭐 잘 쳤습니다. 원래 치던 컨디션과 비슷한데 뭐 그리 헤맬 일이 있겠어요? 그냥 치는거죠.
세 번째가 가관입니다. 여기 사장님이야기를 조금만 할게요.
처음에 일일입장 1인당 1만원, 샤워장 이용료 3천원 별도로 직원과 이야기가 됐었습니다. 이용시간은 ‘그냥 맘대로 쳐라’였지요. 그런데 우리가 9시부터 5시까지 치겠다는 이야기를 하자 사장님이 태도를 바꿨답니다. 그렇게 이용할 거면 1만원으로는 안된다. 샤워비 포함 1인당 2만원으로 해달라는 거였습니다.
우리가 전지훈련 가기 2주전에요. 담당직원도 민망한지 말을 잘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장님이 시키신 거라고 울상을 지었다 합니다. 이건 김점희 님과 팀장님이 맘고생이 많았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이미 끝난 일을 번복한다는 게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한번 성사된 거래에 미련을 갖는건 장사 초보들이나 하는 거잖아요. 게다가 카드도 안돼, 입금도 안돼, 현금으로 줘야 한다죠.
다른 곳을 알아볼까? 가격을 쇼부쳐야 하나? 많이 고민하다가 김경철 회원님이 10시부터 2시까지 이용하고 이용료는 그대로 가기로 사장님과 담판을 지었습니다. 스쿼시장 보다는 숙소가 맘에 들었던 점이 컸습니다.
12시가 지나자 현지 회원인 듯 한 분이 한분 오셔서 같이 쳤고요, 2시 넘으니 또 한분이 오셨다고 하네요. 그런데 뭔가 반기는 듯한 느낌이 아니라 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다가가질 못했는데 이를 김점희 회원님이 커버해 주셨습니다. 같이 쳐주고 상대를 해 준거죠. 전 한게임 치고 우리쪽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약속했던 2시가 지나고 이분들이 빠집니다. 누군가 코트를 확인하러 옵니다. 그리고 나서 사장님이 오셨습니다. 왜 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코트 비우라는 거죠.
알았다 했습니다. 사람 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회원님들께 이용시간 끝났다. 샤워하러 가시라 말씀드렸습니다. 이때가 2시 20분? 25분쯤 됐을 겁니다. 아.. 물론 시간 체크 못한 거 잘못했지요. 그런데 이게 그렇게 말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뒤 시간에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 상황에서 그 사장님 말씀은 샤워시간까지 2시였다. 저 분들(우리 회원님들) 샤워 안하실거냐? 를 따져 물으시더군요. 이건 양보하기 힘들어서 “샤워 해야지요”를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스쿼시장 이용시간에 샤워장 이용시간까지 포함이란건 생각해 본적도 없거든요. 그 사장님은 “시간 넘은 건 제가 배려해 드린거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뭐 어쩔 수 있나요. “알겠다”하고 빠졌지요.
참... 스쿼시 인구도 적은 상황에서 이런 경험할 거라 생각지도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외부 사람들 오면 서로 반겨주기 바쁜 세계가 스쿼시 계라 생각했는데 예상을 뛰어 넘더군요.
그리고 그 사장님은 우리 회원들이 짐을 정리하고 샤워실로 향하는 사이 스쿼시 코트의 조명을 과감하게 꺼버렸다는군요.
기대치 이상의 숙소와 화합
훈련을 이쯤 마무리 짓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숙소는 펜션이라고는하는데 옛날 민박집 느낌이었습니다. 민박집을 개조해서 큰방 3개 부엌하나 밖으로 나가면 바비큐 장. 화장실은 2개. 단출한데 운치 있어요. 독채에다가 앞에는 호수가 자리 잡고 있어서 경치 보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누가 섭외했는지 참 괜찮은 곳 잡으신 것 같아요.
자.. 여기서 판이 벌어집니다. 저희 조는 꼴찌를 했습니다. 1위조 아무것도 안하기, 2위조 저녁차리기, 3위조 설거지하기가 조건이었는데, 저희는 설거지에 당첨 된 것이죠. 그래서 숙소 도착하자마자 퍼졌습니다. 상 하나를 깔고 술판을 벌린거죠.
안주는 총무님이 꾸려 오신 과자들을 우선 깠습니다. 맥주를 깠습니다. 소주도 깠습니다. 1위조도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이후의 안주들은 저녁차리기에 당첨되신 2위조 분들이 찔끔찔끔 가져다주시더군요.
그러다가 바비큐 불이 켜지고, 색다른 요리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주방장은 한기홍 회원님이 맡으신 것 같았습니다. 음식점 사장님이라 그런지 이야~~ 요리의 수준이 남달라요. 찹스테이크, 팔각 넣은 보쌈만 생각 나지만 뭐 이것저것 많이 하셨더군요.
다만 아쉬운건 술이.... 술이 모자랐어요. 여름 전지훈련때는 소주가 좀 남았었는데... 이번에는 어찌나 잘들 드시던지 맥주는 금방 바닥을 보였고 소주는 진짜로 떨어지더군요. 다행히 김점희 회원님이 예약된 고기를 가지러 간 틈을 타 맥주를 더 주문해 어찌저찌 맞출 수는 있었습니다. 이 모자란 맥주와 잡기들은 김점희님의 현지 친구분이 스폰을 해 주셨다고 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여튼 우리 회원들... 불 피우고 술 들어가니 재밌어졌어요. 한팀은 로봇태권브이 노래를 비롯해 각종 옛날 만화영화 주제가를 부르질 않나, 또 다른 팀은 화로대 하나를 더 피워서 불멍을 하고 또 한쪽에서는 고스톱 판을 벌리고, 다른 쪽에서는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면서 별의 별 모습을 다 보이더군요.
다음 전지훈련 때는.... 갈지는 모르지만, 워크숍 형식을 빌어 이론수업 같은 걸 해봐도 좋을 듯 했습니다. 너무 술판 도박판 놀자판 개판이었던 듯 합니다. 물론 재밌는 개판이었지요.
미친 것 같은 새벽형 인간들
저희 내일뵙겠습니다에는 새벽에 운동하시는 분들 비중이 꽤 높습니다.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하시는 분들이라 부지런하기는 어디가서 빠지지 않아요. 약속시간도 다른 모임의 경우 5~10분 정도 늦는 게 보통인데, 새벽반 분들은 5분~10분 빨리 나오십니다.
이번 훈련 출발할 때도 누가 먼저 출발하는지 내기 하듯 부지런히들 움직이시더군요. 8시 약속이었는데 7시45분에 절 픽업하러 오신 이윤호 고문님, 7시 50분에 합류하러 걸어온 장윤정 회원님이 대단하다 느꼈었는데 이게 보통이었어요. 왜그러냐면요.
전날 많은 분들이 4시쯤부터 새벽시간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새벽 3시반까지 마신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6시쯤 일어납니다. 그리고 움직입니다. 한명 두명 일어나서 부시럭 거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일어납니다. 이 뭔일입니까?
6시 30분쯤 되자 오유미 총무님이 말씀하십니다. “불 켜도 되겠는데요?” 그리고 불을 켭니다.
헉... 다시한번 이게 뭔일 입니까? 몇몇분은 더 주무실 분도 계셨을 겁니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세수를 하고 라면을 끓이고 그러니까 눈치가 보여 일어납니다. 이 사람들 진짜 미친거 아닙니까? 새벽까지 술먹고 뻗었는데 6시 반에 전원 기상입니다. 이런 상황은 제 25년 엠티 인생에서 단 한번도 겪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누구는 설거지를 했고요. 누구는 마당을 정리했습니다. 누구는 남은 고기를 챙겼고요. 누구는 맥주를 챙기더이다. 이게 말이 안되는 겁니다. 그때 시간이 7시였을거에요.
부지런한 사람 몇 명은 6시쯤 일어날 수 있다 칩시다. 그래도 화장실 한번갔다가 다시 자는게 인지상정 아닙니까? 피곤한 사람은 10시 11시까지 자는 거고요. 이게 정상이지요. 퇴실이 11시인지 12시인지 확인은 못했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거잖아요.
8시가 못 돼서 첫차 출발 했습니다. 비슷한 시간에 두 번째 차 세 번째 차도 출발했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가 끓인 라면은 누군가가 먹고 출발했습니다. 저는 이 같은 상황을 도저히 인정할 수 가 없었습니다. 이건 반항을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단호하게 “저는 나중에 출발하겠습니다”를 선언 했습니다.
소심한 반항이었습니다.
전지훈련의 정점을 찍은 맥주 강탈사건
남은 사람은 곽진순 박정순 이윤호 임성윤 임성현 5명이었습니다. 이때가 8시 쯤 됐을 겁니다. 진짜. 진짜로 어이가 상실 된 채로 부엌을 뒤졌습니다. 전날 먹고 남은 보쌈이 냄비에 좀 있더군요. ‘이거나 먹고 출발해야겠다. 맥주 남은거 있을테니 해장술 하고 천천히 가자’라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냉장고를 뒤지는데....
환장하겠더라고요. 냉장고가 텅 비어있어요.
남은 맥주를 단 하나도 남김없이 탈탈 털어서 챙겨가신 분이 계시답니다. 순간 분노가 머리끝가지 치솟았습니다. 저기 배꼽 밑 세치에 존재한다는 단전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고 그 열기가 오장육부를 지나 목구멍을 거쳐 정수리 백회혈을 통해 터져올랐습니다.
눈앞에 뵈는게 없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술을!!! 전지훈련 뒷풀이로 먹으려던 술을!!! 끝까지 남은 사람도 아니고!!! 중간에 빠진 사람이!!! 그것도 단 한 캔도 남김없이 챙겨가다니!!!!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요,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를 되짚어 봐도 단 한줄의 기록도 찾아 볼 수 없는 극악무도한 전무후무한 후안무치의 사건이었습니다.
바로 범인을 찾아 전화를 했습니다. 범인은 조정미 회원이었지요. ‘사람이 그러면 안된다!!! 어떻게 남김없이 다 가지고 갈 수가 있느냐!! 빨리 차 돌려라!!! 여기 술 굶고 있는 사람이 5명이다.’ 라며 끊어저가는 의식의 끈을 겨우 붙잡아 매면서 절규했습니다.
그런데 범인 조정미는 ‘헤헷’ 웃으며 “말을 하지 그랬어~ 이미 멀리 왔어~ 돌리기엔 늦었어”라며 사람 속을 더 긁었습니다.
이젠 갈때까지 가 보자는 거지요!! 전 또다시 분노 게이지를 높이며 “당장 차 돌려라, 이렇게 말하는 시간에 돌렸으면 벌써 도착했다. 양심이란게 존재하기는 하는거냐. 빨리 돌리지 않으면 뒷감당 못할 것이다. 지금 돌려~!!! 라고 사자후를 외쳤습니다.
결국 조정미 회원님은 “알았어 우선 끊어봐”라고 일단락을 짓더군요.
간신히 분을 삭힌 저는 다시 데운 보쌈을 꺼내 썰기 시작했습니다. 옛날 할머니들이 화가날 때 빨래를 하고 분할 때 걸레질을 하고 신경질 날때 그릇을 닦으신다는 이야기가 왜 생겨났는지 알 것 같더군요. 전 보쌈을 썰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분들과 1~2점을 입에 넣는 순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아는 조정미는 어떤 사람이더라? 알겠다 하고 약속을 지키던 사람이던가? 설마 이번엔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왜 안와?”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 응~!! 고속도로임 빠이빠이~”
당했습니다.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게 아닙니다. 평상시 인성이 바뀌지 않습니다. 한번 그런사람이면 영원히 그런사람입니다. 저는 분노와 억울함과 서러움 등등이 뒤섞인 심정으로 맨밥에 보쌈을 씹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 이러한 사단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반이었습니다. 우리집 식구들은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더군요.
마무리, 다가올 올 여름 전지훈련 TF팀장은 송예나
오유미 TF팀장님께서는 이번 겨울 전지훈련을 시작하며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다음 전지훈련의 TF팀장은 송예나에게 맡기죠?" 라고요. 이유는 이번 겨울전지훈련의 원흉이 송예나 이고 TF팀원으로서 많은 활약을 펼쳐주길 기대 했는데. 송예나 회원님께서는 간호사 시험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생각보다 별로 한게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곰곰히 1초정도 생각하다 그렇게 하자고 했습니다. 꽤나 괜찮은 제안인 듯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사실을 지체없이 송예나 회원에게 통보하였습니다. 마음은 무겁게 갔고요, 입은 가볍게 떨어지더군요. 그랬더니.. 이친구 참... 대단합니다. 5초정도 생각하다가 "해보죠 뭐. 재밌겠는데요?"라고 했습니다. "도와주시겠죠 뭐"라고 덧붙이기도 합니다.
기특했습니다. 그래서 전 1. 스쿼시장 장소 섭외, 2. 스쿼시장과 가까운 숙소 섭외, 3.날짜 조율 4. 모객, 5. 장보기 6. 수시로 언급하기등등이 필요하다고 첨언해 주었습니다. 만약 못 정한다면.... 작년에 간 곳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겠지요..
하나 더, TF팀원들도 직접 골라보라 말해 주었습니다. 단, 회장인 저는 총괄해야 하니 팀원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말해 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장윤정 회원을 추천하기는 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겨울 전지훈련은 마무리 지었고요. 앞으로는 송예나 TF팀장을 주축으로 한 여름 전지훈련을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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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 차암 재밌게 잘 쓰는구마~~
그냥댓글이 안됩니다.
다음에는 빨리 철수하는 팀은 몸만 빠져나가기!
먹을거...술.고기.등 남아있는 사람들이 알아서가져가는걸로 그래야 임성윤회장이 다음 전지훈련도 적극적으로추진할것같습니다. 또한 둘째날 일정도 잘 계획해서 전지훈련이 거듭발전하길 바람니다!
쓰기가 따로 있네요...헐.
성윤아 다음전지훈련 지금부터 .....ㅎ
그냥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전지훈련 있었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좋은글이네요~ 아름다운 추억 만들게 해주셔서 함께 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