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神이 있다면 네게 뭐라고 할 것 같으냐.'
2016년이었던가, 2017년이었던가 ..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지나고 있을 때 참여했던 일반집단에서
울먹이고 있는 내게 리더가 물었다.
'너여야 할 이유는 없지만, 네가 아니어야할 이유도 없다.'
....젠장.
내가 내뱉은 말임에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던 저 문장을
몇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받아들이게 되었다.
억울함.
억울함은 '무고함과 부작위'를 전제로 한다.
나는 잘못이 없는데, 내가 뭘 어쨌다고, 내게 왜 이런 일이..
난 말그대로 너무나 억울했다. 왜 하필 나에게..
하지만 온전히 고통으로 점철된 지난 4년을 보내느라,
난 내가 억울한지도 몰랐던 모양이다.
트숨에 갈 때가 되면, 작업에 맞는 전조들이 귀신같이 일어난다.
일정 일주일쯤 전부터 억울함이 계속 올라왔다.
근래에 있었던 사건에 얽힌 억울함.
억울함은 분함, 적개심과 합심해서 나를 밤낮으로 괴롭혔다.
어찌할 수가 없었고, 어찌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억울해 하고 분해하고 분노를 쏟아내고 싶었을 뿐.
그 눈먼 억울함이 몇년 전 나 스스로 내뱉은 저 문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단초가 되리라 상상도 할수가 없었다.
삶도, 운명도, 神도 아무런 의도가 없다.
선의도 없고, 악의도 없다.
그저 일어날 것이 일어나고 지나갈 것이 지나간다.
지난 3년 간의 트숨에서 나는 죽고 죽고 또 죽었다.
호흡을 할 때마다 질식할 듯 했고,
절벽에서 떨어지고, 창에 찔리고, 압사 하고
아비가 목을 졸라 길바닥에 버렸고,
팔 없이 태어나 산 채로 버려지고,
영문도 모른 채 산길에서 쫓기다 화살에 맞아 죽고,
또 동족에게 참수를 당했다.
60대 노인으로 목에 화살을 맞아 죽었을 때,
비로소 죽여짐에 감사할 수 있었고 죽어가는 고통이 끝나자
생전의 모든 것, 고통과 기억조차도 미풍처럼 사라지고 완전한 고요만이 남았다.
또, 전장에서 싸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족들이 나를 참수를 하려 했을 때,
이유를 납득할 순 없었지만 그들의 질서를 존중하고, 내 목을 치는 형제를 용서한 후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이자 그때는 죽음의 순간마저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순간(!)일 뿐이었다.
오히려 나의 영혼은 온갖 자연이 되어 자유와 힘을 만끽했다.
나의 무의식은 트숨에서 내가 죽음체험을 하는 것에 왜 그토록 집요하게 굴었는지이제는 알 것도 같다.
죽음이 목전에 와 있을 때 죽는 것말고 그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억울하고 비통하지만 죽음의 때에는 죽는 것 밖에 허락된 것이 없다.
죽음의 때에 죽음을 받아들이듯이 자신의 운명, 삶을 받아들이는 것.
Amor Fati.
나의 무의식은 '죽음'을 도구삼아 surrender를 알려주려 부단히 노력했던 것같다.
받아들임..
몇년 전 일반집단에 참여했을 때, 그 고통의 나락 속에서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운명은 악의도 선의도 없이 일어날 뿐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받아들임 뿐이라는 걸.
너여야 할 이유는 없지만, 네가 아니어야 할 이유도 없다.
이 한 문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왜 이렇게 '차고 넘치는 고통의 소비'가 있어야하는지,
'고통 낭비벽'같다는 생각이 농담처럼 스치지만
내가 받아들인 것은 하나의 문장 이상이다.
트숨이 끝나고 장거리 운전을 한 후라
따듯한 물이 몸에 닿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감상도 모두 날아갈 것을 직감하고
글부터 쓰고보자는 심정으로 책상앞에 앉았는데,
켜지는 데에만 한 세월이 걸리는 14년된 랩탑을 보며 짜증을 내다가
'받아들임.'을 떠올리며 간신히 마음을 진정하고
이 글을 쓴다.
일어날 것이 일어나고, 받아들일 뿐이다.
- 가진 것 많은 년, 그대
첫댓글 가진 것 많은 년:) 그대
'너'인 그대를 환영하고 좋아한다♥
https://youtu.be/KvsAQ_JghNM
가족도 없고 돈도 없고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새끼도 없지만, 복많은 게 찬실이만은 아니더라 ㅎㅎ 고마워, 예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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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이 정신분열증에 걸렸을 때-내가 고3, 동생이 고1-나는 신을 저주했고, 교회를 박차고 나왔다. 신의 저주가 두려웠던 그 때였지만 지옥에서라도 신을 만나 맞짱을 뜨고 싶었었다. 그후 세월이 많이 지나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게 되는 데에는 그만큼 수업료가 들었고 그 수업료가 바로 삶의 진정한 공부였음을 알았다. "동생이 걸리지 않는다면 누가 정신분열증에 걸릴까..." 의문의 여지도 없이...물론 아직도 슬프다. 동생과 교류가 안되는 것이. 그러나 그 팩트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현상은 현상이다. 사실은 사실이고... .
고통이 아직 다 끝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많이, 가벼웠졌겠고, 앞으로도 이와 같이 더 가벼워질테고 좀 더 지혜로워질 것이다. 방법을 만난 것은, 길을 만난 것이고, 그것이 구원이다.
나빠...아침부터 울리고 그러세요..😫
방법을 만난 것이 구원이다.. '너를 잊은 적이 없고, 놓은 적이 없다'고 했으니 믿고 가야죠..가다보면 또 넘어지고 엎어지고 깨지겠지만, 그래도 '가면 된다.'라는 걸 알것 같아요. '안다.'라고 하기에는 아직은 조심스럽네요. 진짜 지긋지긋!!! 하다.. ㅎㅎ.. 같이 갈수 있어서, 내 가는 길을 지켜보는 이 있어서 감사할 뿐입니다. 언젠가는 운명을 '사랑'할 수도 있겠죠.. 논문도 열심히 써볼게요 ㅜㅜ 이 '삶을 내가 선택'했는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논문은 내가 선택한 것이니(왜 그랬니, 과거의 나야). 마음은 그득한데 진짜 체력이 지롤같네요.. 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