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푸어(Working Poor)” 근로 빈곤층 ◎ 방송일시 : 2008년 9월 28일 (일) 밤 8시, KBS 1TV ◎ 연출 : 김은주 PD / 글 : 신지현 작가
2008년 대한민국 최저임금 월 78만 7천 930원. 최저임금 노동자는 전체의 13.1%.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200만 2천명.
소득 불평등, 양극화의 문제는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의 문제다. 대한민국의 저임금 근로자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고물가 시대. 생계의 벼랑 끝에 선 워킹푸어들의 현실을 들여다 본다.
1. 부지런한 가난뱅이 '워킹푸어(Working Poor)'
“대한민국에서 워킹푸어와 같은 저임금근로자들이 과거에 비해서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 KDI 유경준 위원
늦은 밤 지하철역. 오늘도 박연자씨는 아무도 없는 지하철역을 밤새도록 청소하고 있다. 그녀는 새벽까지 일을 하고, 퇴근 후 하루 종일 봉투를 만든다. 하루 한두 시간 눈을 붙이고 부지런히 일 하지만, 그녀의 기본급은 78만원. 야간수당이 붙어 118만원. 전기료와 공과금을 내고 나면 통장은 언제나 바닥이다.
법원에서 일하는 청소미화원 유재숙씨와 함께 시장을 나서본다. 그녀는 장을 보는 내내 한숨이다. 물가는 날마다 오르지만, 그녀의 월급은 2년째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소비자 물가는 5.6% 상승. 워킹푸어들은 임금만으로 생활비를 감당하기도 힘들어진다.
2. “비정규직 대국” 대한민국
우리가 하루에 지나치는 비정규직들은 얼마나 될까. 회사원 김 씨가 출근길부터 지나치는 비정규노동자들을 집어봤다. 아파트 경비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사무실 청소원, 파견업체 소속의 동료직원, 택배서비스까지. 비정규직 비율 53%의 대한민국은 OECD 최고수준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밤을 새야 하는 일이다보니 잠 오고 이런 게 문제죠.”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제가 IMF 터지고 나서 택시운전을 하는데 그때보다 지금 훨씬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한 달에 7-80만원,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회사택시 운전자들
대한민국의 소득 악화는 소비부진으로, 내수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 워킹푸어는 우리 경제성장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
3. 세계적 고민거리 ‘워킹푸어’
지난 8월 독일에서 열린 3차 린다우 경제학 학술대회. 올해의 주제는 임금격차 확대와 소득불평등 심화였다. 학자들은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과 그에 따른 경제적 영향에 대해 토론했다. 저임금 노동자문제는 여전히 세계적 고민거리이다.
“아무리 일을 해도 편하게 살 수가 없어요. 좀 더 생활자의 입장에 서 주었으면.” - 일본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
지난 6월 일본에서는 일명 ‘묻지마 살인’이라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한 비정규노동자가 지나던 행인 16명을 무차별 살상한 것. 하지만 일본 내 많은 젊은이들은 그 노동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는 입장을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1억 중산층 사회’의 자부심이 넘쳤던 일본. 소득격차와 워킹푸어 문제는 그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4. 미국의 생활임금제도
생활임금보다 더 적은 최저임금만 받았으면, 아마 먹을 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로 노숙자가 되었을 것 같다. - 스쿨버스 도우미 드니즈씨
미국 볼티모어에서 만난 스쿨버스 도우미 드니즈씨. 그 곳의 최저임금은 시급 6달러 55센트지만 그녀는 생활임금의 적용으로 9달러 55센트를 받고 있었다. 그녀의 생활은 아직도 어렵지만, 생활임금제가 없었다면 그녀는 노숙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1995년 볼티모어에서 최저임금의 보완책으로 시작된 생활임금제도. 풀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이 가난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이 제도는, 단일노동자가 부양하는 4인의 가족이 최소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을 말한다. 1995년 이후 미국에서는 30개주, 120여 도시가 생활임금제도를 채택해 각 도시의 물가와 사정에 맞게 적용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워킹푸어’ 그들의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인간을 위한 노동이지, 노동을 위한 인간이 아닙니다. 노동은, 노동의 주체인 인간의 존엄성 최우선 척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1981년 노동 칙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