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거꾸로 돌려 단 몇 시간만이라도 되돌릴 수 있다면 , 희끗한 꽁지머리와 그 넉넉한 너털웃음, 정겹고 구수한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만 있다면...
20여년을 넘는 인사동 살이로 골목골목 선생님의 발자욱이 아니 찍힌 길이 없을 인사동 골목길. 지금도 인사동 골목을 돌아설 때면 어디선가 “연아 선생”하고 부르실 것 같아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지만 텅 빈 가슴만 안고 돌아섭니다.
저의 작은 그릇에 붓을 잡고 화법을 넘치도록 부어주시고 그도 모자라 물가에 내 놓은 자식마냥 노심초사 하시며 추임새를 넣어 주셨던 선생님,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리움이라 하시며 그리움의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시고 그리움의 노래를 부르셨던 선생님 지금도 당신의 차오르던 그리움은 서설이 내린 아침에 핀 붉은 동백보다 더 붉게 피어 오릅니다.
선생님, 오늘 많이 기쁘시지요? 선생님께서 그리도 사랑하시고 반기시던 인사동의 고운님들께서 이 자리에 모두 오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생전에 가장 흠모하고 예술활동의 롤모델이셨던 유산선생님께서는 항시 여유롭고 누구보다도 젊잖고 예술가의 기가 좋았는데 너무 빨리 가다니 인간무상이라 하시며 할 말을 잊으시며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이제 선생님께서는 구성진 목소리로 쑥대머리 한 대목을 멋들어지게 목놓아 부르셔야 할 차례이거늘 어찌하여 앞산도 첩첩하고 뒷산도 첩첩한데 혼은 어디로 행하신가...를 부르시며 가슴에 피맺히는 눈물 머금은 울음을 함부로 울 수가 없어 청산의 학이 되어 날아가신 선생님, 바람도 수여 넘고 구름도 수여 넘는 묽맑고 청아한 볕좋은 백양사 산그늘에 당신께서 그리시던 소나무 한 그루에 청산의 학이 되어 고이 날개를 접으셨습니다.
선생님 당신의 삶은 참으로 수고롭고 보람되셨습니다. 선생님의 아름다운 추억과 예술활동은 한국화의 큰 별로 남는 자의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하렵니다.
지난날 선생님이 계셔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아래는 2009년 선생님의 싯구절의 한대목입니다.
훗날 누군가 내 비명을 쓰거든 –그는 생애에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사랑을 했었다고 그렇게 쓰여지기를 기대합니다.
첫댓글 연아 선생님 ~~~
세월이 흐르면 잊을줄 알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