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있는 버릇을 고치는 일이 참 쉽지 않네요. 삶에서 시작하는 글쓰기 시간을 통해 저를 객관화 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어요. 숙제로 쓴 글과, 그것을 다시 다듬어 고쳐주신 글 보았는데, 완전 딴판으로 변한 것을 보았어요. 좀 더 생각하며 글을 써야겠어요. 함께 했던 다른 분들이 질문하고 잘 고쳐쓰려고 애쓰는 모습들 비춰보며 저는 상대적으로 그렇게 간절하게 노력하지 않았구나 느끼기도 했어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네요. 강의해 주시고, 함께 배움한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마지막 강의때 숙제로 쓴 글, 배움 후에 다시 고쳐 올려요.
<초보 농부의 고백>
작년 8월즈음 4.19민주묘지 부근 산너머텃밭 아래쪽에 다섯 평 땅을 받았다. ‘내가 하늘땅살이(농사)를 시작하다니!’ 이제까지 식물을 기르기만 하면 죽이기 십상이던 탓에 식물들을 잘 만나갈 수 있을까 주저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돌림병과 기후위기라는 굵직한 변화를 마주했고, 먹고, 마시며, 소비하는 삶을 이대로 살면 안되겠다 싶었기 때문에 생태 텃밭을 지향하는 도시농부 학교가 가까이에서 열린다는 반가운 소식에 용기내어 신청했다.
첫 삽부터 난관이었다. 난생 처음 하는 삽질이니 당연했다. 이랑을 만드는 내 모습이 어찌나 어설프고 웃음이 나는지 도시농부활동가가 옆에서 사진을 찍어댔다. 낑낑대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웠나 보다. 도와달라는 말에 삽질해 보더니
"돌이 많아 작물이 나지 않아도 땅이 좋지 않아서라고 핑계 댈 수 있겠어요.“ 라며 안심시켰다. 하지만 오기가 발동해서 "만약 하늘땅살이가 잘 되면 농부가 좋아서 그럴꺼예요"라고 야심차게 대답했다. 정말 생명을 살리는 좋은 농부가 되고 싶었다. 이웃 하늘땅살이 친구들이 도와주어 흙이 좋아하는 톱밥과 퇴비를 넉넉히 넣었다. 참으로 든든했다. 우여곡절도 끝에 석달이 지났고, 손수 기른 무, 배추 풍성하게 수확했다. 김장도 처음 담갔다.
이렇게 재미를 보니 올해는 봄 작물도 다양하게 기르고 싶어졌다. 산너머텃밭 위쪽, 이전보다 조금 넓은 땅에 자리를 잡았다. 춘분 절기에 발을 일구게 되었다. 땅에 냉기가 살짝 돌았지만 주말마다 비가 내려주어 씨앗을 품을 준비는 잘되었다. 봄에는 완두콩, 오이, 상추, 아욱, 파, 부추, 벼를, 여름에는 토마토, 녹두를, 가을에는 무, 배추, 청갓을 길렀다. 심은 적도 없는데 절로 자란 깻잎도 있었다. 밭에서 거둔 부추와 파를 넣어 깻잎김치를 만들어 먹기도 했고, 아욱도 잘 자라 된장국에 넣어 실컷 먹었다. 부추전, 토마토 스파게티도 맛봤다.
먹거리가 정서 형성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직접 길러 제 손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스레 깨달았다. 생명이 어떻게 자랐는지, 어떤 수고가 있는지 알기 때문에 음식을 대할 때 더욱 고맙고,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전해졌다. 식물은 한 자리에서 그대로 살아가니 정적이라 누군가 말했지만 이렇게 짧은 시기에 다채롭게 변화하는 생명체가 또 있을까? 바람불면 날아갈 듯한 아주 작은 씨앗 한 알에서 자기 생명력을 드러내고, 다시 후손을 남기는 모습도 신비롭다. 한 시절 생명을 다한 남새와 열매들을 씨앗으로 잘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갈무리한 씨앗들 잘 나누고, 내년에도 씨앗 넣으며 새롭게 살아가고 싶다. 자라나는 식물들처럼....
첫댓글 텃밭에서 생명 만나며 얻은 기운 저도 한자락 얻어갔습니다. 글 쓰시면서도 그런 기쁨 진하게 누리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