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글쓰기 배움을 통해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군더더기 없이 분명하게 써가는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일상에서 쓰고 있는 단어와 표현들에 얼마나 많은 일본어투, 영어투 등 외래어 말들이 있고, 명료하지 못한 지 살펴봐서 좋았어요. 생활글을 한 편씩 써서 읽으며 함께 다듬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함께 공부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어 마음 따뜻했어요. 내면의 깊은 고민을 꺼내 올리며 터져 나오는 슬픔과 억울함을 보며 위로하기도 했고요.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해서 사회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글도 있어서 의미 있었어요.
글쓰기를 통해 서로 알아가고 보듬어갈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삶에서 시작한 글 한편 나눌게요.
배고파요!
“밥상 선생님!”
저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점심밥을 지어요. 아이들은 부엌 문 앞에서 저 보고 저렇게 불러요. 평소에는 마을 이모로 만나는 아이들이 저를 반기는 소리를 들으면 참말 행복해요. 어린이집 앞 긴 골목을 걸어오다 저를 알아보고는 마구 뛰어와 덥석 안기기도 해요. 그러면 저도 번쩍 안고 뱅글뱅글 돌며 반가움을 나누지요.
어린이집에 들어서면 화분마다 여러 작물이 잘 자라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는 붉은 고추와 진보라빛 가지가 매달려 있었고, 잘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요. 구수한 누룽지 냄새나던 벼는 한 톨도 맛을 못 봤네요. 구수한 냄새 맡고 날아온 이 동네 참새들 배불리느라 씨앗 한 톨도 남기질 못한 거예요. 그 많던 참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일마치고 문만 열면 어떻게 알았는지 포르르 날아오르던 참새 수십 마리요.
아이들은 날마다 숲으로 산책을 가요. 철따라 여러 빛깔로 물들고 옷 갈아입는 숲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돌아오지요. 들어서면서 “배고파요~~” 난리가 나요. 맛있는 냄새 난다며 오늘의 반찬과 국이 뭔지 서로 알아맞히며 밥 먹을 준비를 하지요. 멸치육수를 내는 날은 잔치국수냐고 묻기도 하고, 간장을 졸여 볶는 찬을 하면, 찬 이름이란 이름은 다 대곤 하지요. 상자텃밭에서 난 깻잎이나 토마토를 맛보라고 주면, 오늘의 주요리인 것처럼 더 달라고 난리에요.
우리 아이들처럼 쌈을 잘 싸먹는 아이도 없어요. 조그만 손에 깻잎을 펴서 올리고, 상추를 펴서 올리고, 양배추도 펴서 올리고, 야들야들 쪼그라든 깻잎 졸임도 굳이 다 펴서 올려요.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밥 얹고, 그 위에 장을 얹은 다음 찬까지 얹는데, 밥도 도르르, 찬도 도르르 굴러떨어지곤 해요. 그러면 다시 주워 얹고, 떨어지면 또 주워 얹어요. 귀여워서 한참을 바라보지요. 어떤 때는 답답해서 속이 터지기도 하지만요. 며칠 전에는 상자텃밭에서 솎아 온 흰당근 잎을 살짝 데쳐 쫑종 썰어 소금과 들기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봤어요.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들기름 향이 나니 참 맛나게 잘 먹더니 더 달라고 하는 통에 난처했어요.
밥 지어 맛나게 나누어 먹는 고사리손들 보며 참말 행복해요. 내일도 자연이 주는 고마운 먹거리로 맛나고 건강한 밥상 지어 함께 먹을게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고마운 밥상, 넉넉한 사랑 먹고 건강하고 밝게 자라기를 바라요.
첫댓글 행복하고 고소한 향기가 글에서 전해져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은경님은 참 행복하군요^^!
말로 글로 앞으로도 행복을 맛깔나게 나누길 기대합니다^^